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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0937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5
제1부 우리들의 사랑
부소산길•12
깻잎조림을 먹으며•14
나는 서울놈 좆이 아니다•16
밀어냄에 대하여•19
벚꽃•20
편백나무 베개에 대한 예의•22
부소산•24
칠갑산 나무•26
대머리 시인 이은택 씨•28
과장•30
내 머릿속의 자양분•32
백두산 나무•34
우리들의 사랑•36
냉장고•38
이름론論•40
제2부 묘비명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44
콩팥과 나•46
묘비명•48
제비꽃•52
시인의 친구•54
장화•56
성묘•59
어머니의 기곳날•60
열구서•62
발자국•64
배지 불렀구나•66
풍화되지 않는 바윗돌이 있다•68
필연•70
월선•72
하관•74
제3부 이인삼각
각설이•80
등교•82
고3 교실•84
봄꽃이 누구에게나 다 좋은 것은 아니다•86
시심詩心이란•88
삼겹살데이•90
임플란트•94
변심•96
오해•98
이인삼각•100
우리 소개서•102
헐•106
진실로 아름다운•108
파쇄기와 나•111
선생은•114
제4부 다람쥐의 항변
성聖과 속俗•118
더 이상 백두산을 논하지 말라•119
다람쥐의 항변•122
신동엽추모제•123
달인•126
교통카드•128
단풍•130
로드킬•132
18세 선거권•134
미얀마에서•136
강물 녹조•139
오늘은•140
베트남에서•142
연서•145
눈병•148
해설_ 밥의 시, 사무사思無邪와 더불어
| 조재훈•15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벚꽃이 왜
봄비에 빨리 지는가
자기들 져야 속잎 나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봄 가기 전 속잎들 나와서
봄비 한번 맞아보라고 빨리 지는 것이다
봄비는 사랑 같은 것
적시고 만져지지만
느닷없이 식는다는 걸 알라고
그래서 빨리 지는 것이다
벚꽃이 왜
봄바람에 빨리 지는가
자기들 져야 속잎 나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봄 가기 전 속잎들 나와서
사랑 한번 해보라고 빨리 지는 것이다
봄바람은 사랑 같은 것
한순간 시작되지만
느닷없이 그친다는 걸 알라고
그래서 빨리 지는 것이다
_「벚꽃」 전문
어린 시절
진짜표 타이언가
타이어표 진짠가 하는 새 고무신
학교에 가려고 논둑길 걸으면
논둑길에 찍힌
다이아몬드 모양의 기하학적 무늬
뒤를 보고 걷느라
잘 걷지도 못했습니다
청년 시절
겁 많고 의지 얕은 나는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려
고양이 발자국인지 개 발자국인지 모를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겼습니다
육십이 가까워지는 지금
발자국으로 시를 씁니다
그러나 시가 아무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아무리 노력해도
어린 시절 고무신 발자국보다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발자국」 전문
20년 가까이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그의 심장이
엊그제 그만 정지해버렸다
피부는 죽은 사람보다 더 차디찼으며
내장은 녹아 방바닥을 타고 흘렀다
집안은 평화와 안정을 잃었다
그의 몸을 수리하러 온 의원은
나이가 많아 심장이 뛸지 모르겠다며
드라이버를 손에 쥔 채 집도의처럼 말했다
체온조절 장치를 고쳐주고 의원이 돌아간 뒤
집안은 다시 평화와 안정을 되찾았다
스무 살 다된 그는 사람 나이로 치면
가장인 내 나이와 맞먹는 예순쯤 됐을 터인데
요즘 혈압이 높아져 걱정인 나는
새벽 눈 뜨는 대로
내 안부를 묻듯 그의 안부를 묻는다
가장보다 더 가장 같았던 그가 근심스러워
심장은 잘 뛰고 있는지
온기는 있는지
귀를 대보고 또 손을 대본다
_「냉장고」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