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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6551125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김 대위 7
조선소 소요 - 65
거간꾼들 - 119
여우 가죽 - 165
어느 전기공 이야기 - 205
사막의 모래바람 - 251
떠나는 자와 남는 자 - 357
해설 | 영광의 신화 속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서사 ? 박일환(시인) - 383
작가의 말 - 397
저자소개
책속에서
야간조가 계속 불어 시위대 수는 정문에만 천 명이 족히 늘었다. 어둠이 깔리는 시간에 더 밝아지는 도시의 밤은 여느 밤처럼 넘치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시작할 시간인데 이날은 여느 날과 달랐다. 노동자들은 퇴근하지 않고 경찰은 지방이나 도시에서까지 몰려와 서로 진을 짜고 대치하는 싸움을 벌이며 도로를 차단했다. 경찰은 차로 입구를 봉쇄하고 노동자들과 마주 섰다. 시민이 모여들고 방송사 기자들도 최루탄이 터지는 시위 현장에 끼어들어 사진을 찍어댔다. 조선소와 조선소를 둘러싼 도시가 정문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과연 노동자들이 정문을 뚫고 나올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일이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군인들까지 주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_「조선소 소요」
민호는 강 집사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정 씨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민호가 떠나고 두어 달 후 강 집사는 박 대리와 시내를 나갔다가 충돌 사고가 있었는데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단다. 그런데 꼭 한 달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제대로 걷지도 앉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감방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 수군덕거렸다고. 가난한 아랍 남자들은 평소 여자 손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죽는 경우가 허다해 수염이 잘 나지 않는 동양 남자를 보면 여자처럼 느낀다는 말을 민호도 들은 적이 있었다. 회사는 거동이 불편한 그를 조기 귀국을 시키기로 결정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강 집사는 병원도 가지 않고 기도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출국 일주일 전, 그는 숙소 지붕에 올라가 고압선에 매달렸단다.
_「어느 전기공 이야기」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져나가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일 공쳤다며 숙소로 들어가 버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인 사람 수는 수백 명에 달했다. 그들이 한목소리로 사무실로 향했다. 관리자들은 그들을 피해 도망을 쳤고 노동자들은 도망간 관리자들을 찾는다고 돌아다녔다. 각목을 휘두르며 기물을 부수고 그간 당하고 지냈던 일에 대한 분풀이를 해댔다. 사람들이 식당에서 사무실로 모이더니 이내 바닷가가 보이는 서쪽 광장으로 웅덩이에 물이 모이듯 몰려들기 시작했다.
_「사막의 모래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