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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 ISBN : 9788966551170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9
1. 첫 만남 / 17
2. 유령들 / 32
3. 죄책감 / 44
4. 숨겨진 감옥 / 58
5. 노예의 삶 / 67
6. 3년 전 기억 / 84
7. 그들의 배후 / 104
8. 악마의 속삭임 / 125
9. 소장의 계보 / 137
10. 익숙한 차별 / 147
11. 철거된 현수막 / 156
12. 예견된 파행 / 164
13. 폭풍 전야 / 183
14. 여름 한 달 / 196
15. 퇴직의 조건 / 224
16. 드러난 비밀 / 243
17. 파괴범 / 262
18. 마지막 저항 / 272
에필로그 / 290
작가의 말 / 300
저자소개
책속에서
현재까지는 강자든 약자든 부정한 짓을 저지르는 이들이 살아남았다. 불편한 역사다. 그 속에는 억압받는 자들이 힘겹게 걸어온 길이 지워져 있다. 억압자의 더럽고 추악한 모습은 걷어내고 자랑하고 홍보하고 싶은 내용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이들은 오늘도 자신들이 짓밟은 자들을 향해 승리의 축배를 든다. 이들의 얼굴에서 부끄러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에게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
비리에 눈감고, 약자를 억누르는 사회에서 정의는 움트지 않는다. 죽은 진리의 전당에서 지식인이 태어날 리 만무하다. 그런 곳에서 학생도, 교수도 어차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에는 무관심하다. 그들에게 피억압자들의 운명을 맡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오로지 짓밟힌 자들끼리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나는 억압자들의 승리를 바라지 않는다. 아직 그들이 이겼다고 보지도 않는다. 억압자들만 승리하는 세상에서 피억압자들은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꿈이 있어야 저항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억압자들의 실패를 보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피억압자들의 역사가 억압자들의 기록으로 새롭게 덧칠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민주노조 파괴는 현재진행형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썼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입사 후, 그녀는 식당에만 오면 다른 동료들의 식사 속도를 맞추느라고 자주 위장병에 걸려서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녀가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빨리 먹고 체하느니, 천천히 적게 먹기’였다. 그녀의 방법에는 단점이 있었다. 퇴근할 즈음, 적은 식사량 탓에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로 허기가 졌고, 그러면 집에 허겁지겁 달려가서 ‘두 번째 점심’을 먹어야 했다. 그럼에도 마음은 편했단다. 그녀가 밥을 늦게 먹는다고 나무랄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당시에는 양푼에 밥과 반찬을 쏟아붓고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 게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는데, 그때가 하루 일과 중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당시는 지영처럼 모든 청소노동자가 ‘생존식사’를 했던 것이다.
―「1. 첫만남」
유령이 되란다. 청소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새벽 출근이나 일도 일이지만 지영이 말하는 것처럼 유령이 되어야 했다. 나는 빈 강의실을 골라 다섯 곳만 청소하고 그녀를 따라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직 두 곳이 남아 있었는데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마무리할 참이었다. 때마침 소변을 보던 학생이 있었다. 그는 지영을 보고도 투명인간처럼 대했다. 반면에 그녀는 그의 존재를 확인하자 몸을 틀어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는 지영보다 청소복 차림에 고무장갑을 끼고 있던 나를 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2. 유령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