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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법과 생활 > 기타법률
· ISBN : 9791199403345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5-10-31
책 소개
생명의 관점에서 법의 미래를 다시 쓰다
‘생태법학’의 탄생 배경, 철학적 기초, 그리고 국제적 제도화 과정을 폭넓게 설명하는 책이 출판되었다.
“자연은 법의 주체가 될 수 없는가?” “비인간 존재들은 왜 법 앞에 설 수 없는가?”
조희문 교수의 『생태법학 입문』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인간 중심의 법에서 벗어나, 생명 전체를 법의 범주 안으로 포함하려는 새로운 시도, 곧 생태법학(Ecological Jurisprudence)의 이론적 토대와 제도적 구조를 모색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자연을 넘어 인공지능, 로봇, 우주 생태계 등 오늘날 사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존재들까지 포괄하여, 법이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책임과 권리를 조정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이는 인간, 생태계, 기술, 그리고 우주가 서로 연결된 21세기 사회에 걸맞은 법의 새로운 형태를 모색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조희문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로 국제법, 국제투자법, 중남미법 등을 강의해 왔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USP)에서 법학박사 학위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귀국 전까지 상파울루의 로펌과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중남미 저탄소 녹색성장’ 및 ‘생태문명 연구사업’에 참여하면서 라틴아메리카의 생태 복원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인간과 자연, 법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조희문 교수는 생태법학의 핵심 사상과 전 세계적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법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하는 ‘생태법학(Ecological Jurisprudence)’은 환경법과 다르다. 생태법학은 기존의 인간 중심적 법체계가 초래한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법의 목적과 주체를 생명 공동체 전체로 확장하는 새로운 법철학이자 실천적 운동이다. 조희문 교수는 책 전반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법학, 즉 ‘생태법학’을 제언한다.
패러다임의 전환: 전통 법체계는 자연을 인간의 소유와 이용을 위한 ‘객체’로 간주해 왔다. 반면 생태법학은 자연, 생태계, 나아가 인공지능(AI)과 같은 비인간 존재를 고유한 권리를 가진 ‘법적 주체(legal subject)’로 인정할 것을 제안한다.
전 지구적 제도화 동향: 이러한 전환은 더 이상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제도화되고 있다. 에콰도르(2008)는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했으며,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아트라토강(2016)에 법인격을 부여했다. 뉴질랜드는 마오리족 전통을 존중하여 황가누이강(2017)을 법적 주체로 인정했다.
사법부의 선도적 역할: 국제사법재판소, 유럽인권재판소, 독일 및 한국 헌법재판소 등 국내외 사법기관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국가의 법적 의무이자 미래 세대의 기본권 문제로 판시하며 생태법학적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한국 헌법재판소는 2024년 기후 소송에서 국가의 소극적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인정하며, 생태헌법적 해석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법체계 전반의 재구성: 생태법학은 헌법 개정을 넘어 민법, 형법, 기업법 등 법체계 전반의 재구성을 요구한다. 민법에서는 자연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권리 주체로, 형법에서는 생태계 파괴를 에코사이드(Ecocide)라는 독립된 범죄로, 기업법에서는 주주 이익을 넘어 생태적 책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인간 중심 법체계로는 생태계를 아우를 수 없다
법의 새로운 확장: 환경법과의 패러다임적 차이
제1부는 생태법학의 개념적 형성과 학문적 위상을 다룬다. 먼저, 법이 자연을 객체로 전락시킨 역사적 과정을 되짚고, 인간 중심 법체계가 가지는 존재론적 한계를 분석한다(제1장). 이어 생태법학의 사상적 기원을 20세기 환경윤리, 심층 생태론, 가이아 이론 등에서 추적하고, 현대 법학 내에서의 이론적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제2장). 마지막으로 생태법학의 기본 원칙과 학문적 분류 체계를 제시하여, 생태법학이 독립된 법학의 한 분과로 성립할 수 있는 방법론적 토대를 제시한다(제3장).
전통 법체계는 자연을 인간의 필요와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규정해 왔다. 고대 로마법의 ‘무주물(res nullius)’ 개념에서부터 존 로크(John Locke)의 노동을 통한 소유권 이론에 이르기까지, 법은 자연을 인간이 점유하고 개발할 수 있는 객체로만 다루었다. 20세기 후반 등장한 환경법 역시 이러한 인간 중심적 패러다임의 연장선에 있다. 환경영향평가(EIA)와 같은 제도는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개발을 진행’하도록 하는 관리적 성격이 강하다.
생태법학은 이러한 접근법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며 등장했다. 생태법학의 핵심 철학은 다음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법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 지속되기 위한 것이다.”
생태법학은 환경법의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법의 존재론적 전환을 추구한다. 두 패러다임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환경법은 인간 중심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생태법학은 생명·생태·기술을 포괄하는 통합적 구조이다. 환경법은 자연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지만, 생태법학은 생태계·AI·우주까지 주체로 확장한다. 환경법은 오염 규제 중심이지만, 생태법학은 다양한 주체 간의 책임·복원을 조정한다. 환경법의 사회적 목표는 환경 보전이지만, 생태법학의 사회적 목표는 생태 정의, 지속 가능성, 기술 윤리, 공동체 설계이다.
이러한 생태법학은 법체계 재구성을 위한 규범적 지침으로 여섯 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
즉, 생명 존중의 원칙, 생태계 통합의 원칙, 상호 의존과 책임의 원칙, 생태적 정의의 원칙, 생태적 한계의 원칙, 회복과 순환의 원칙이다.
생태법학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법의 새로운 주체: 자연을 넘어 기술과 우주까지
제2부는 생태법학의 철학적 기반과 법체계 내 제도적 구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제4장은 생태법학이 자연법・심층 생태론・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 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하며, 환경윤리의 전환과 생태정의, 탈식민주의 법학을 통해 법의 규범 구조 자체가 어떻게 변형되어야 하는가를 탐구한다. 또한 자연을 법적 주체로 인정하기 위한 권리・책임・의무의 재구성, 그리고 에콰도르・콜롬비아의 제도적 모델을 통해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제5장은 법적 주체성의 개념을 자연에서 인공지능과 우주 생태계로 확장하여, 21세기 기술 문명과 생태 체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인격성의 법 이론을 제시한다. 여기서 ‘다원적 인격성(plural personhood)’ 개념은 생태법학이 단순히 환경법의 확장이 아니라, 법의 존재론 자체를 재구성하는 시도임을 보여준다.
생태법학의 가장 혁신적인 제안은 법적 주체(인격)의 범위를 인간과 법인을 넘어 비인간 존재로 확장하는 것이다.
에콰도르는 2008년 헌법 제71조에 “자연, 즉 파차마마(Pachamama)는 존재하고 유지되며 재생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로스 세드로스 사건(2021)에서는 이 조항을 근거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광산 개발 허가를 취소했으며, 에스트렐리타(Estrellita) 사건(2022)에서는 동물 개체에도 헌법적 보호를 인정했다.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아트라토강 판결(2016)에서 강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고, 국가와 지역 공동체를 ‘수호자’로 지정하여 복원 의무를 부과했다. 이는 생태계와 원주민의 ‘생태문화적 권리’를 통합적으로 인정한 사례이다.
뉴질랜드는 2017년 마오리족의 전통 세계관을 존중하여 황가누이강을 독립된 법인격체로 인정했다. 이는 국가법과 원주민 관습법이 결합된 법적 다원주의의 모델로 평가된다.
동물은 전통적으로 민법상 ‘물건’으로 취급되었으나, 최근 판례들은 동물을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오랑우탄 산드라 사건(2014)과 침팬지 세실리아 사건(2016)에서, 법원은 이들을 ‘비인간 권리 주체’로 선언하며, 감정과 의식을 지닌 존재로서 부당한 감금 상태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생태법학의 논의는 자연을 넘어 기술과 우주로 확장된다.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 소재, AI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 등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법적 행위자로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유럽의회는 2017년 고도의 자율성을 가진 AI에 ‘전자인격(electronic personhood)’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또한, 우주 탐사가 본격화되면서 우주 폐기물이나 행성 채굴과 같은 활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규율할 ‘우주 생태법’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생태법학은 제도화될 수 있는가?: 생태헌법의 가능성
미래 세대와 생태계 전체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존재론적 질서
제3부는 생태법학의 실천적 적용과 제도화 가능성을 다룬다. 제6장은 환경법과 생태법학의 규범 패러다임 차이를 분석하고, 판례에 나타난 자연 권리와 동물 권리의 인정 기준을 제시하며, 국제법에서의 생태적 전환, 특히 국제사법재판소, 미주인권재판소의 판례를 통해 생태법학의 실천적 확장 가능성을 탐구한다. 제7장은 생태헌법의 개념을 중심으로, 에콰도르・볼리비아・콜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하고, 헌법・민법・형법・기업법 등 각 영역에서 생태법학의 제도화 방안을 제시한다. 기업의 환경 책임(ESG)・생태계 서비스 보상제(PES)・청정 개발 체계(CDM)와 같은 국제 제도의 법적 연결성도 함께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제8장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국내 법제 전환을 다룬다. 한국 법원 판례에 나타난 자연 권리적 해석의 발전과 2024년 헌법재판소의 기후변화 소송(2022헌마846 등) 결정을 중심으로, 한국형 생태헌법주의(Ecoconstitutionalism)의 가능성과 향후 헌법 개정의 방향을 모색한다.
국제사법기관의 생태법학적 실천은 널리 알려진 것도 많다. 국제 재판소들은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를 인권 문제 및 국가의 법적 의무와 연결시키며 생태법학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24년 발표된 기후변화 관련 권고적 의견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한 정책적 선택이 아니라 사전 예방 원칙, 주의 의무, 세대 간 정의에 기반한 국제법상 의무임을 명확히 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스위스 기후 소송(2024)에서 국가의 불충분한 기후 정책이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미주인권재판소는 2017년 자문 의견에서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인간의 권리이자 자연 그 자체의 권리인 자율적 인권으로 규정했다.
한국에서도 생태헌법적 전환의 움직임이 있다. 한국은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법부의 해석을 통해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도롱뇽 소송 등에서 동물의 당사자 능력을 부정했으나, 고래 불법 포획 사건(2020) 판결에서는 “인간이 고래를 비롯한 다른 생명체와 같이 지구에서 공존하기 위해” 고래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시하며 생태 중심적 관점을 일부 반영했다. 새만금 사건의 대법원 소수 의견은 ‘의심스러울 때는 자연을 위해(In dubio pro natura)’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생태법학적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는 기후 소송 결정(2024)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여 국민의 생명권,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의 헌법적 의무로 확립하고, 미래 세대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한국 생태헌법주의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생태법학의 제도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조희문 교수는 결론으로, 생태법학의 제도화는 헌법 개정을 넘어 법체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고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먼저, 헌법에는 ‘자연의 권리’ 조항을 신설하고, ‘생태국가’ 원리를 헌법적 가치로 도입해야 한다. 민법에서는 자연을 단순한 ‘물건’(민법 제98조)이 아닌 권리 주체로 인정하고, ‘생태적 손해배상’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형법에서는 대규모 생태계 파괴 행위를 ‘에코사이드(Ecocide)’로 규정하여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와 같이 중대 범죄로 다루는 논의가 필요하다. 기업법 또한, 기업의 목적을 주주 이익 극대화에서 자연과 공동체를 포함하는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이사에게 ‘생태적 신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자연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호자 제도’의 법제화, ‘생태 전문 법원’ 신설, 생태 중심 환경영향평가 강화, 국제 생태법원 설립 등이 정책 과제로 제시된다.
목차
들어가며
제1부 생태법학의 탄생과 이론적 기초
제1장 생태법학의 개념과 필요성
제2장 생태법학의 역사와 주요 이론
제3장 생태법학의 방법론과 분류 체계
제2부 생태법학의 법적 기초
제4장 생태법학의 철학적·법적 기반
제5장 새로운 법적 주체: 자연, 인공지능, 그리고 생태계의 다양성
제3부 생태법학의 법체계 적용
제6장 법 패러다임의 전환: 생태법학의 구조적 도전과 확장
제7장 생태법학의 적용 가능성과 법 제도적 수용
제8장 한국에서의 생태헌법적 전환: 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의 역할
맺음말: 생태적 전환을 위한 법의 재발명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법은 더 이상 권력과 통제의 언어가 아니라, 생명과 공존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법이 인간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설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생태법학 입문』이 법학자, 정책 입안자, 공무원, 기업가, 시민 모두에게 생태적 상상력과 법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법의 언어로 자연과 대화’할 때, 비로소 인간과 지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며
인류 문명은 법으로 시작되었다. 법은 인간이 혼돈을 질서로 바꾸기 위해 세운 첫 번째 언어였고, 그 언어는 곧 문명의 뼈대가 되었다. 그러나 법이 문명을 완성해 갈수록, 우리는 그 법이 놓여 있던 자연의 바탕을 잊어 갔다. 법은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정교하게 다듬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은 단지 ‘보호의 대상’이나 ‘이용의 조건’으로 전락했다. 자연은 법의 문장 속에서 침묵했고, 법은 자연의 침묵 위에 인간의 질서를 세웠다.
⏤1부 생태법학의 탄생과 이론적 기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