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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6807222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할머니의 날개
할머니의 틀니를 찾아라
마고할미는 어디로 갔을까
봉숭아
양말 한 켤레
동쪽 나라 임금님
하늘나라 기차
무명암
내 첫 운동회
용두사 이야기
보물찾기
나무꾼과 선녀
청아 청아
해설
진은진은
이도환은
책속에서
나는 기회다 싶어서 벌떡 일어나 앉아 할머니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눈은 움푹 들어가서 그렇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틀림없이 저 자리에 해와 달이 있었을 거야.’
나는 확신했다.
할머니는 광대뼈가 유난히 불거져서 그 아래에 있는 볼은 숟가락으로 퍼낸 것만 같다. 그래서 할머니가 뭐라고 말을 할 때마다 볼이 불룩거렸다.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입에 바람을 가득 불어넣으면 홀쭉한 볼이 풍선처럼 동그랗게 부풀어 오를 것 같았다.
‘그래, 저 볼에 가득 공기를 담아 후 바람을 불게 했을 거야. 그래 가지고 만주 벌판을 다 날려 버린 거 아냐.’
휠체어 손잡이를 단단히 잡은 할머니 손은 크고도 검었다. 손톱 밑에는 검은 때가 가득 끼어 있었다.
‘그래, 저 손으로 땅을 긁은 거야. 그러니 손톱 밑에 검은 때가 저렇게 끼어 있지. 비녀를 찾으려고 말이야.’
할머니가 비녀를 찌르고 계신가 보았다. 역시 그랬다. 갓난아기 주먹만 한 하얀 쪽머리에 은색 비녀가 비스듬히 찔려 있었다.
하얀 실내화를 신은 발은 유난히 크고 검었다.
‘동해 바다에 한 발, 서해 바다에 한 발,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느라 검게 그을렸겠지. 저렇게 큰 발로 물장구를 쳤으면 바다에는 태풍이 일었겠다.’
할머니가 물장구치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날 것만 같아서 도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킥킥거렸다.
-<마고할미는 어디로 갔을까> 중에서
봉숭아물을 들이느라 개구리 손같이 되어 있는 할머니 손을 잡으시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셨어요.
…
마당의 봉숭아꽃이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빨갛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할머니 손톱에 물들인 빨갛고 고운 빛이 할머니 저승길을 밝게 비춰 줄 거라고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숭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