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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67355524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10-12
책 소개
목차
소금이 자라는 소리를 듣다
책물고기
아버지의 복수
걸림돌
베이징에서의 하룻밤
후기/ 이야기가 없는 사람
옮긴이의 말/ 이야기 없는 시대의 이야기꾼
리뷰
책속에서
나 혼자 밤에 소금호수 기슭을 걷고 있었는데 숨 막힐 듯한 어둠이 덮쳐왔다. 나는 절망하여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사방에서 미세한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다. 마치 어떤 것이 자라나고 있는 소리 같았다. 너무나 무서웠다. 아침에 깨고 나서 그것이 소금이 자라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는 소금이 자랐다. 아름다운 소금꽃이 끊임없이 피어나곤 했다. 그러고 보면 그곳에는 우리 말고 다른 생명도 있었다. 소금이 바로 생명 없는 일종의 생명이었다. 조물주 앞에서 우리와 소금이 무슨 본질적인 차이가 있겠는가. 우리와 소금은 다 자라나고 쇠락하는 일종의 변화일 따름이다. _「소금이 자라는 소리를 듣다」
이때 나는 몸속에서 조그만 웃음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웃고 싶은 생각도 없었는데 어찌된 일이지? 그 메아리 소리인 건가? 메아리가 자기 소리를 낸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다른 생명에게 내 몸을 침탈당해 통째로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후리가 놀라서 물러앉은 것이었다.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더듬더듬 말했다. “벌, 벌, 벌레가 웃었어…….” 나는 노인에게 물었다. “이놈이 왜 웃은 거죠?” 노인은 뜻밖에도 허허 웃으며 말했다. “잊었나? 서어는 바로 책물고기, 그 벌레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_「책물고기」
오후 네 시, 나는 공장을 나와 은빛의 소금밭이 하늘 끝까지 이어져 있는 광경을 보다가 문득 울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