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88967358105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0-08-14
책 소개
목차
1부 개발자 생활
시간을 벗어나다: 개발자 생활에 대한 고찰
응답하라, CQ
너무 간단한 프로그래밍: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것, 안다는 것, ‘쉽다’는 것에 대하여
Y2K에 질겁한 우리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2부 인터넷 날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꾸라지다
나만의 미술관
광섬유에 잠 못 이루는 밤
고꾸라지다
떨어지는 칼날 잡기
3부 인공 생명
포스트휴먼 개발하기: 컴퓨터과학이 다시 정의하는 ‘생명’
고양이 세이디는 속임수일까?
기억장치와 메가바이트
로봇과의 만찬
4부 과거에 진 빚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내가 없는 동안
중앙처리장치에 다가가다
공동 회선
5부 코드를 짜는 손
수백만을 위한 프로그래밍
두 번째 호황: 작별
옮긴이의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라테
사용 허가와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타인들의 대화를 엿들어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하는 꿈을 꾸곤 했다. 한번은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을 프로그래밍해야 했다. 꿈에서 그 둘이 땀에 절어 뒹구는 동안 나는 자리에 앉아 쥐가 난 손으로 코드를 짰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드럽게 애무하다가 격정적으로 뒹굴었고, 나는 그 사랑의 행위를 C라는 컴퓨터 언어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절망했다.
컴퓨터의 어여쁘고 유익한 얼굴이 (그리고 기저에 깔린 경멸적 코드가) 일상에 깊이 침투하면서, 엔지니어들의 남자아이 문화가 따라왔다. 엔지니어가 가정한 전제들과 넘겨짚은 사실들이 코드 안에 담겨 있다. 결국 프로그램을 만드는 목적은, 오랜 세월 시스템을 다뤄온 수많은 엔지니어의 지성과 의도를 종합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상하고 굉장히 특정한 행동 방식들을 배워온 사람들이다. 시스템은 엔지니어를 품는다. 시스템은 엔지니어가 아는 방식으로 삶을 재편하고 재현한다. 머지않아 우리는 모두 개발자 같은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혼자서, 내 마음의 시간대를 떠다니며, 기계와 거리가 먼 이들을 업신여기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 사이는 지지부진한 듯 보였지만, 서로에 대해 상상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메일을 주고받는 손놀림은 바빠져만 갔다. 그 시절의 까만 명령 프롬프트 화면에서 커서가 깜빡였다. 그 커서는 내가 ‘답장reply’을 보내는 명령어 ‘r’를 누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운영체제가 설계되는 이유, 나를 압박하는 이유, 심장이 두근거리듯 외치는 그 이름은 ‘응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