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7902988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13-04-30
책 소개
목차
1센트의 전설 007 | 가슴에 불을 품은 여인 012 | 못생긴 미인의 초대 065 | 시리도록 슬픈 목소리 115 |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남자 144 | 보스턴 선데이 포스트 이후 193 |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234 | 그의 마지막 부탁 260 | 아침의 나라에서 온 이방인 28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동그란 눈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대놓고 의심의 눈길을 던지는 풋풋한 서양인 아가씨. 그래, 이 아가씨는 벽안화귀다. 용기를 내어 최대한 솔직하게 답하지 않으면 혹시 누가 알겠는가. 성질을 내면서 불이라도 뿜어낼지.
“그날 이후 내가 그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만은 진실이오, 쏘냐. 그렇게나 의심스럽소?”
에밀리는 ‘쏘냐’라는 부분에서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다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더욱 의심스럽습니다. 관심을 가지셨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진실이 아닌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에 이희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갈수록 그를 재미있게 해 주는 아가씨였다.
“쏘냐는 조선말을 너무 많이 배웠소.”
“아가씨께서 외국 분이라 하나, 궁정의 법도를 따라 주셔야 합니다. 전하와 계속 만나신다면 언젠가는 내명부에도 이름을 올리실 터, 윗분을 모시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셔야지요.”
고압적인 말에 에밀리는 발끈했다. 사실상 왕은 인간적으로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고, 신분을 떠
나서라도 계속해서 만나볼 만한 남자라는 것이 에밀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짜로 왕의 후궁 목록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이것은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계약 연애가 아닌가.
“나는 국왕 전하의 초청을 받아서 온 손님입니다. 내명부의 법도에 따를 이유는 없어요.”
핏기 하나 없이 두 눈을 꾹 감고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을 이렇게 보고 있자니 에밀리는 안타까움과 초조함이 밀려왔다.
‘이젠 떠나지 않겠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시야가 흐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에밀리는 다짐했다. 그의 두 어깨에 그토록 많은 사람의 바람과 운명을 지고 쓰러져 있는데, 어떻게 이를 뒤로하고 떠날 수 있겠는가.
‘그가 무사히 눈을 뜨게 된다면, 그리고 그에게 내가 힘이 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