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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7997786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3-06-30
책 소개
목차
차트 - 전건우
산동네의 MZ - 유이립
돈생돈사(부제: 부동산 표류기) - 홍성호
리턴 - 황우주
책속에서
“뭐 때문에 이러시는지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저 때문에 손해를 보신 거잖아요. 그렇죠? 제가 추천한 종목에 들어갔는데 그게 떡락했다는 거…… 맞죠? 제가 잘못했습니다. 실수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손해 보신 만큼 제가 보상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서로 말로, 대화로 해결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이성호는 놈의 대답을 기다렸다. 제법 긴 침묵이 이어졌고 그 속에서 놈의 갈등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목소리로 짐작하건대, 놈은 나이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30대 중반이지 싶었다. 그렇다는 건 놈 역시 그 빌어먹을 MZ라는 뜻이었다. 버는 돈은 쥐꼬리만 할 테고 쓰는 건 분수에 맞지 않게 써댈 것이다. 그러다가 큰일이다 싶어서 주식이니 코인이니 손을 대려고 했겠지. 여기저기서 빚을 내는 것도 모자라 소위 말하는 영혼까지 끌어다가 주식에 몰빵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폭망. 이성호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그는 이런 식의 ‘망테크’ 타는 사람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들의 좌절과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알았다. 그치들은 사회가, 이 좆같은 시스템이 자신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외쳐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런 이들 손에 다시 돈을 쥐여주면 똑같이 주식이니 코인이니 해서 꼬
라박았다. 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전에 필요한 건 돈일 테고. 그러니 이 지랄을 하고 있지!
- “차트” 중에서
“니들 왜 대답이 없어? 젊을 때는 이렇게 일해야 돼. 쉽게 돈 벌려고 하는 것 반성해야 해. 무슨 코인이고 투자야. 땀 흘려 일해야지. 앞으로 우리 이렇게 일하자는 뜻이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니들 당장이라도 땀 흘리게 할 수 있어. 못할 것 같아?”
어제 반성했다. 투자를 위해서. 그런데 오늘은 투자를 하지 말라고, 반성하라고 한다. 김여름은 한순간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 새끼가 언제 봤다고 나한테 반성을 요구하는 거야? 내가 코인 해서? 내가 젊기 때문에? 김여름은 땀 흘려 일한다는 말이 제일 싫었다. 이제 노동해봐야 투자수익을 따라잡지 못한다. 우린 뉴스도 안 보는 줄 알아. 취업, 부동산, 주식 모든 헤게모니를 다 뺏고는 일만 하라고? 싫어. 노동해봤자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그리고 사람은 본래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야. 일하기 싫어. 죽어도 반성할 생각 없어. 혹시나 고승우가 뭔 대꾸를 할까? 쳐다보니 아무 말 없었다. 김여름은 고승우를 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 소장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산동네의 MZ” 중에서
갑자기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 집을 팔라고 권유하면 절대 바로 팔면 안 된다는 말.
보통 그런 경우는 그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경우이고, 매도 희망자보다 매수 희망자가 더 많을 때 부동산 사장들이 중개할 물건을 발굴하기 위해 하는 영업방식이라고 했다. 강사는 이런 경우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일단 튕기는 게 상책이라고 덧붙였다.
“몇천은 너무 적은 거 같아요. 저는 제가 낙찰받은 금액에서 1억 정도는 더 받아야겠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수 희망자가 이 동네에 대한 애착도 있다면서요. 그럼, 이 정도 금액은 지불해야 하지 않겠어요?”
미소는 일단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매도 희망 가격을 높게 부르며 튕겨보았다.
(중략)
“젊은 사람이 돈복이 있네. 매수 희망자가 오케이 했어. 바로 계약하자네.”
사장이 사무실로 들어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정말요?!”
미소도 방금 전 사장처럼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추며,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대박, 이라는 단어를 반복하고 있었다.
1억이라는 돈을 이렇게 쉽게 벌 수 있다니. 정말 믿을 수 없었다.
- “돈생돈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