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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7998103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사람을 살리는 빵
부활한 제빵 신의 빵
추억의 크림빵
겉바속촉 옛날 고로케
반미, 레표시카, 판데살
마지막 수업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뭐야? 카스텔라는 어딨어?”
“버렸어요!”
“버려? 왜?”
“그딴 실패작은 버려야죠.”
“실패작이라니! 나도 맛있게 먹고, 영감님도 맛있게 드셨잖아.”
“실패작이에요. 그건 카스텔라가 아닙니다!”
난 분노를 내뱉고 막걸리를 따라 마셨다. 나의 기세가 강했는지 김포댁도 더는 말하지 못했다.
“아휴, 아까운 거를 왜 버렸담.”
나는 그렇게 막걸리를 계속 마셨다.
“손 아프다면서 술은 잘 따르네.”
안채로 들어가며 김포댁이 혼잣말했다. 그러게. 막걸리 잔 잡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빵은 못 만들게 하고, 술은 마시게 하는 이 저주받은 오른손은 알코올만 받아들여 결국 나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 사람을 살리는 빵
“창석아.”
“네, 스승님.”
“제빵 명장, 제빵 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빵을 만들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더냐?”
나의 CS 베이커리에서는 화려한 재료를 사용한 빵만 취급했다. 가격은 일반 빵집의 두 배 이상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왔다. 제빵 명장, 제빵 신이 만든 빵을 먹기 위해 온 것이다. 그들은 SNS에 자랑스럽게 나의 빵을 올렸다. 나는 제빵 신의 타이틀을 알리기 위해 텔레비전 출연에 집중했고, 빵 만드는 것은 모두 직원에게 일임했다.
“스승님, 저는 앞으로 어떤 빵을 만들어야 할까요?”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거라.”
사람을 살리는 빵이라…. 빵이 약도 아니고, 빵으로 어떻게 사람을 살린다는 말인가.
“그게 어떤 빵입니까?”
“잘 생각해보거라.”
- 사람을 살리는 빵
“좋아. 라라 양, 할아버지 빵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화덕으로 만드는 전통적인 빵이요?”
“어제도 말했지만, 화려한 빵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하지만 화려한 음식은 계속 먹을 수 없어. 삼시세끼 탕수육만 먹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
손라라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밥은 질리지 않아. 스승님께서는 그런 질리지 않는 빵을 만드셨어.”
“질리지 않는 빵이라….”
“해보면 알 거야. 반죽은 해봤니?”
“그럼요. 이래 봬도 국내 최대 제과회사에서 일한다고요.”
손라라는 자신 있게 말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근데 여기 반죽기는 어디 있어요?”
“라라제빵소에 반죽기는 없어.”
“그럼 어떻게 반죽해요?”
“손으로 하지.”
“왜 힘들게 그래요? 반죽기를 사면 안 돼요?”
이런 질문이 가능하지도 않았지만, 스승님이었다면 밀가루 묻은 손으로 귀싸대기를 올렸을 것이다. 옛날 스승님이 했던 것처럼 하면 안 되겠지? 뱃속에서 울화가 올라오고 있었다.
“찬물 좀 한잔 마시자.”
- 부활한 제빵 신의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