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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7998844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5-06-1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이름 없는 남자
어제의 세계
경계선
시간의 톱니바퀴
하루의 끝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제 인생보다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이 많이 남네요.”
“그렇죠.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그냥 슬픈 게 아니라 한이 되죠.”
남자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무슨 사연이냐고 물으려다가 말았다. 대화가 더 이어지는 건 불편했다. 게다가 내게는 시간이 얼마 없었다. 남자를 향해 고개를 한 번 까딱한 후 돌아섰다. 그때였다. 남자가 다시 물었다.
“저... 오늘이 5월 29일 맞죠?”
나는 남자를 힐끔 본 뒤 대답했다.
“네. 29일 맞습니다.”
요즘 워낙 자주 깜박깜박해도 오늘이 5월 29일이라는 건 잊지 않았다. 그만큼 중요한 날이니까.
나는, 오늘 죽을 생각이다.
- 1. 프롤로그
“3개월입니다. 지금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면 이제부터 흉통이 시작되고 심한 기침과 각혈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꼴사나울까요?”
“네?”
“죽어가는 과정이 더럽고 보기 흉할까 봐 묻는 겁니다.”
의사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떠니 흠, 하고 헛기침을 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순 없죠.”
“알겠습니다.”
...
건달 세계에서도 추하게 밀려났는데 인생에서마저 오점을 남기기는 싫었다. 빅적 멀쩡한 정신에 최후를 맞이하고 싶었고 그러자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방법뿐이었다.
자살.
나는 성미 급한 운명이 목줄을 틀어쥐기 전에 먼저 죽기로 결심했다.
- 2. 이름 없는 남자
남자가 또 가속페달을 밟은 듯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사고 차량들 사이에 꽉 낀 SUV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SUV를 향해 달려갔다. 창문을 깨서라도 놈을 끌어낸 뒤...
그 순간 SUV의 덜컹거리던 트렁크가 위로 휙 올라갔다. 나는 놀라서 멈춰 섰다. 악어처럼 입을 쩌억 벌린 트렁크에 유독 시선이 갔다. 트렁크 안에 뭔가가 가득 들어 있었다. 비상 깜빡이 불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그것들은... 하이힐이었다.
“이게 뭐야?”
나도 모르게 트렁크 쪽으로 다가갔다. 족히 수십 켤레는 되어 보이는 하이힐이 트렁크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수십 켤레?
- 2. 이름 없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