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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어문학계열 > 영어영문학 > 영미문학
· ISBN : 9788968170874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4-01-15
책 소개
목차
1권
서문
제1부 가난
01 햇볕과 그늘
02 길동무들
03 집
04 플린트윈치 부인이 꿈을 꾸다
05 가업
06 마셜시의 아버지
07 마셜시의 아이
08 감옥의 자물쇠
09 작은 엄마
10 정치학의 전부
11 풀려나다
12 블리딩 하트 야드
13 가부장
14 작은 도릿의 파티
15 플린트윈치 부인이 또다시 꿈을 꾸다
16 보잘것없는 이의 나약함
17 보잘것없는 이의 경쟁자
18 작은 도릿을 사랑하는 남자
2권
19 마셜시의 아버지가 맺고 있는 두세 가지의 관계
20 상류사회에 드나들다
21 머들 씨의 지병
22 수수께끼
23 작동 중인 기계장치
24 운수를 점치다
25 공모자들과 그 밖에 다른 사람들
26 보잘것없는 이의 심경
27 스물다섯
28 보잘것없는 이의 사라짐
29 플린트윈치 부인이 계속 꿈을 꾸다
30 어떤 신사의 약속
31 기백
32 운수를 추가로 점치다
33 머들 부인의 불만
34 바너클들의 무리
35 작은 도릿의 손에 나와 있는 것 중에서 팽스 씨가 보지 못했던 것
36 마셜시가 고아가 되다
3권
제2부 부유(富裕)
01 길동무들
02 제너럴 부인
03 여행 중에
04 작은 도릿이 보낸 편지
05 어딘가 뭔가가 잘못되었음
06 어딘가 뭔가가 제대로 되었음
07 주로 프룬스와 프리즘이라고 하다
08 미망인인 가원 부인에게 절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다
09 나타났다가 사라짐
10 플린트윈치 부인의 꿈이 복잡해지다
11 작은 도릿이 보낸 편지
12 중요하고 애국적인 회담이 개최되다
13 전염병의 확산
14 조언을 듣다
15 이 두 사람이 결혼해서 안 될 정당한 이유나 장애는 없다
16 성공하다
17 행방불명되다
18 공중누각
4권
19 공중누각을 급습한 것
20 다음 장을 도입하다
21 자학하는 사람의 이야기
22 누가 늦은 시간에 이 길을 지나가나요?
23 애프리 부인이 자기의 꿈에 대해 조건부로 약속을 하다
24 길었던 하루의 저녁
25 집사장이 공적인 자리에서 물러나다
26 큰 대가를 치르다
27 마셜시의 학생
28 마셜시에 나타난 인물
29 마셜시에서의 간청
30 끝이 다가오다
31 끝에 다다르다
32 결말을 향해 가다
33 결말을 향해 계속 가다!
34 결말을 맺다
옮긴이 해제
찰스 디킨스 연보
책속에서
[1권]
제1부 가난
1 햇볕과 그늘
30년 전 어느 날 마르세유는 햇볕 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남부 프랑스에서 무더운 8월에 태양이 타오르는 것은 그 이전이나 그 이후를 봐도 크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마르세유와 그 주위의 모든 것이 타오르는 하늘을 빤히 쳐다보았고 또한 그 답례로 빤히 쳐다보는 대상이 되어서 빤히 쳐다보는 습관이 그곳에선 일상화되었다. 이방인들은 빤히 쳐다보는 흰 집들, 빤히 쳐다보는 흰 담장들, 빤히 쳐다보는 흰 거리들, 빤히 쳐다보는 바싹 마른 대로들, 초목이 타서 없어진 빤히 쳐다보는 언덕들이 자신들을 빤히 쳐다보는 바람에 무안할 지경이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사물 중 뚫어져라 빤히 쳐다보거나 빤히 노려보지 않는 사물은 많이 달린 포도 탓에 축 늘어져있는 포도나무뿐이었다. 뜨거운 공기가 힘없는 잎사귀를 겨우 움직이면 포도나무는 가끔씩 살짝 눈을 감았다.
항구 안의 더러운 수면에나 항구 바깥의 아름다운 바다에나 잔물결을 일으키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검정색과 푸른색 사이의 경계선은 맑은 바닷물이 통과하지 않는 지점을 나타냈다. 하지만 맑은 바다는 혐오스럽게 정체된 근해만큼 적막했으며 그것과 절대 섞이지 않았다. 차일이 없는 작은 배들은 너무 뜨거워 손을 댈 수가 없었고, 정박지에 묶어둔 큰 배들은 열기에 데어 부풀었으며, 부두의 돌들은 몇 달 동안 낮이고 밤이고 식는 법이 없었다. 인도 사람들, 러시아 사람들, 중국 사람들, 스페인 사람들, 포르투갈 사람들, 영국 사람들, 프랑스 사람들, 제노바 사람들, 나폴리 사람들, 베네치아 사람들, 그리스 사람들, 터키 사람들 등, 바벨탑을 쌓아올린 모든 자의 후손들이 마르세유에 교역하러 왔다가 다 같이 그늘을 찾았다-요컨대,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푸른색 바다와 타오르는 커다란 불의 보석이 하나 박혀있는 자줏빛 하늘로부터 숨을 곳을 찾아 피신했다.
두루두루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사람들의 눈을 아프게 했다. 이탈리아 해변의 먼 수평선 쪽은 바닷물이 증발하여 서서히 피어오르는 옅은 안개구름 덕에 그 시선이 조금 부드러워진 것이 사실이었지만 다른 쪽은 전혀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산허리에서, 계곡에서,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벌판에서, 흙먼지가 두껍게 쌓여있는 빤히 쳐다보는 대로들이 빤히 쳐다보는 대상이 된 모습이 멀리 보였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길가 오두막집 위로 쑥 뻗어 나온 포도나무와 잎이 바싹 말라서 그늘을 제공하지 못하는 단조로운 가로수들이 땅과 하늘이 빤히 쳐다보는 가운데 축 처져있는 모습도 멀리 보였다. 늘어지는 종소리를 내면서 긴 달구지 줄을 이루어 서서히 내륙으로 움직이는 말들이 멀리 보였고, 드러누워 있던 마부들이 깨어있는 모습이-그들이 깨어있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멀리 보였으며, 들판에서 일하고 있는 지친 일꾼들도 멀리 보였다. 살아 있거나 성장하는 모든 것이 이처럼 빤히 노려보는 시선에 압도되었다. 울퉁불퉁한 돌담 위를 재빨리 지나가는 도마뱀과 딸랑이처럼 맴맴 소리를 건조하고 덥게 내고 있는 매미만이 예외였다. 흙먼지까지도 햇볕에 타서 거무스름했으며 공기 자체가 헐떡이는 것처럼 대기 속에서 뭔가가 떨렸다.
집들은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안에 들이지 않으려고, 덧문과 겉창을 닫고, 커튼과 차양을 쳤다. 작은 틈이나 열쇠 구멍이라도 있다면, 시선이 백열하는 화살처럼 쏟아질 것이다. 성당은 그 시선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다. 기둥과 홍예의 안쪽 그늘-깜박이는 등잔불이 어렴풋하게 흩어져 있고, 기도를 하며 졸기도 하고 침을 뱉기도 하고 간구하기도 하는 추하고 나이 든 그림자들이 꿈속에서처럼 들어차 있는 그늘-에서 밖으로 나온다는 것은 불타는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좁다란 그늘까지 필사적으로 헤엄쳐 건너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람들은 그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축 늘어져 기대거나 누워있었고, 웅얼웅얼하는 소리나 개 짖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땡그랑거리며 불협화음을 내는 성당 종소리와 우르르하는 고약한 북소리만이 이따금 울리는 가운데, 강렬한 냄새와 맛을 내는 실체인 마르세유가 어느 날 햇볕 속에서 이처럼 구워지고 있었다.
당시 마르세유에는 아주 형편없는 감옥이 하나 있었다. 워낙 혐오감을 주어서 주제넘게 빤히 쳐다보는 시선조차도 못 본 체하는 장소이고, 감옥이 저 혼자서 찾아낼 수 있는 반사광의 폐물 이외에 다른 빛은 들어오지 않는 그곳 감방 중 한 곳에, 두 명의 남자가 갇혀있었다. 감방 안에는, 두 명의 남자 외에, 브이(V) 자가 새겨진 볼꼴사나운 긴 의자 하나가 벽에 고정되어 있었고, 칼로 조잡하게 자국을 낸 체스판 하나, 낡은 단추와 사골 四骨 로 만든 체스 말 한 조, 도미노 패 한 조, 매트 두 장, 포도주 두세 병이 있었다. 쥐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해충에 더해서 눈에 보이는 해충인 두 남자를 제외하면 이것이 감방 안에 있는 전부였다.
감방으로는 꽤 커다란 창문처럼 만든 격자 모양의 쇠창살을 통해 그 크기만큼의 햇빛이 들어왔으며, 그곳을 통해 창살이 나 있는 어두운 계단에서 감방 안을 항상 감시할 수 있었다. 창살에는 폭이 넓고 튼튼한 석조선반이 붙어있었는데, 선반의 아랫동은 벽돌로 된 벽 3, 4피트 되는 곳에 끼워져 있었다. 남자 중 한 명은 두 무릎을 당겨 발과 어깨를 서로 반대편에 단단히 댄 채 반쯤은 앉고 반쯤은 누운 자세로 선반 위에 늘어져 있었고, 창살이 그가 팔꿈치까지 내밀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벌어져 있었다. 그렇게 그는 좀더 편안한 자세를 취한 채로 느긋하게 있었다.
감옥의 얼룩이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묻어있었다. 유폐된 공기, 유폐된 햇빛, 유폐된 습기, 유폐된 사람이 모두 감금되었기 때문에 악화되었다. 감금된 사람들이 시들고 여위었듯이 쇠창살은 녹슬고 돌은 끈적끈적했으며 나무는 썩고 공기는 희박했고 햇빛은 어둑했다. 우물처럼, 지하실처럼, 무덤처럼, 감옥 안에서는 바깥의 밝음에 대해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감옥의 오염된 공기는 이곳이 인도양에 있는 향료 香料 제도 중의 한 섬이라 해도 오염된 그대로였을 것이다.
[2권]
19 마셜시의 아버지가 맺고 있는 두세 가지의 관계
윌리엄 도릿과 프레드릭 도릿 형제는 학교의 마당을 왔다갔다할 때-당연히 귀족적인 쪽이나 펌프가 있는 마당 쪽으로 다녔다. 마셜시의 아버지는 일요일 아침이나 크리스마스 날이나 의식을 치르는 경우를 제외하곤 가난한 쪽 마당에 있는 아이들 사이로 다니지 않는 것을 자신의 높은 지위를 드러내는 데 핵심적인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가난한 쪽 마당으로 다녀야 하는 경우를 매우 꼼꼼하게 따져서 지켰고, 그때마다 그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어린 채무자들을 아주 교훈적인 인자함으로 축복했다-이 형제가 학교마당을 함께 왔다갔다하는 모습은 주목할 만한 광경이었다. 자유의 몸인 프레드릭은 아주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다녔을 뿐 아니라 활력이 없고 기력이 쇠퇴한 반면, 감금되어있는 몸인 윌리엄은 아주 기품 있게 거들먹거렸을 뿐 아니라 높은 지위를 인자하게 의식하고 다녔기 때문에, 다른 점은 제쳐놓더라도 그 점만으로도 이 형제는 놀라운 구경거리였다.
그들은 작은 도릿이 아이언브리지에서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바로 그 일요일 저녁에 마당을 거닐었다. 마셜시의 아버지의 공식적인 그날 일정은 끝이 났다. 그는 접견실을 잘 지켰고, 새로 온 사람들의 알현을 몇 차례 받았으며, 탁자 위에 우연히 놓아두었던 3실링 6펜스가 우연히 12실링으로 늘어났고, 담배를 피우면서 원기를 회복했다. 자신의 걸음걸이를 발을 끌며 걷는 동생의 걸음에 상냥하게 맞추어서 거닐 때, 그는 자신의 우월성을 자랑하지 않고 그 불쌍한 사람을 배려하여 인내했을 뿐 아니라 자기 입술에서 빠져나와 못 박힌 담장 너머로 넘어가기를 열망하는 담배 연기를 조금씩 내뿜을 때마다 동생의 병약함을 배려하는 말을 입 밖에 내었으니, 그야말로 놀라운 구경거리였다.
침침한 눈에 부들부들 떠는 손, 그리고 구부정한 몸에 더듬거리는 정신을 지닌 동생 프레드릭은, 그 자신이 길을 잃어버린 미로 같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다 받아들이듯이 형의 보호를 받아들였고, 형 옆에서 발을 끌며 공손하게 걸었다. 그는 희끄무레하게 갈색을 띤 종이를 구겨서 평상시처럼 손에 쥐고 있었는데, 이따금 구긴 종이를 펴서 여분으로 소량의 코담배를 만들었고, 코담배를 머뭇머뭇 맡다가 형을 감탄조로 흘긋 본 후에 뒷짐을 지고 그의 옆에서 발을 끌며 걸었다. 그러다가 코담배를 다시 맡거나 주위를 둘러보기 위해 가만히 서 있거나 했다-어쩌면 자신의 클라리넷이 갑자기 그리워진 것인지 모른다.
학교를 찾아온 방문자들은 밤의 그림자가 다가오자 서서히 돌아갔지만, 학생들이 친구들을 간수실까지 배웅하느라 대부분 밖에 나와 있었기 때문에 마당은 여전히 꽉 차 있었다. 형제가 마당을 천천히 거니는 동안, 감금되어있는 몸인 윌리엄은 주위를 둘러보며 인사를 받았고 모자를 우아하게 들어 올려서 그들에게 답례를 했으며, 자유의 몸인 프레드릭이 사람들과 부딪치거나 벽 쪽으로 떠밀려가지 않도록 매력적인 태도로 막아주었다. 학생들은 하나의 무리를 이루면 쉽게 감동시킬 수 없었지만 그들조차도 다양하게 놀라는 자신들의 방식에 따라 두 형제에게서 놀라운 구경거리를 찾아내는 것 같았다.
“프레드릭, 오늘 저녁에는 네가 조금 침울하구나.” 마셜시의 아버지가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니?”
“문제라고?” 프레드릭이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와 시선을 다시 떨어뜨렸다. “없어, 형, 없어. 아무 문제없어.”
“프레드릭, 조금 말쑥하게 차려입도록 널 설득할 수 있다면-”
“아, 그래!” 프레드릭이 허둥지둥 말했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그럴 수 없다고. 그런 얘긴 하지도 마. 다 끝난 얘기잖아.”
마셜시의 아버지는 “이 사람은 쇠약한 노인이지만 내 동생이야, 동생이라니까, 타고난 목소리가 커!”라고 말하듯이 스스럼없이 지내던 지나가는 학생을 흘긋 보았고, 동생의 닳아빠진 소맷자락을 잡아서 동생이 펌프 손잡이를 피하게 해주었다. 그가 동생에게 파멸을 가져다주지 않고 파멸에서 피하게만 했다면, 안내자이자 철학자이자 친구로서 형의 역할을 완수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형,” 그의 애정 어린 배려의 대상이 입을 열었다. “피곤해, 집에 가서 자야겠어.”
“프레드릭,” 마셜시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널 잡지 않을게. 나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진 마.”
“늦은 시간까지 가열된 분위기에서 일을 하고,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 약해진 것 같아.” 프레드릭이 말했다.
“프레드릭,” 마셜시의 아버지가 말을 받았다. “제대로 건강을 챙기고 있는 거니? 정확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니-이를테면, 나처럼 말이야? 내가 방금 조금 이상하게 했던 얘기를 다시는 안 해도 될 만큼 네가 충분히 공기를 쐬고 운동을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프레드릭. 여기 마당만 해도, 네가 언제든 이용할 수 있잖아. 지금보다 좀 더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게 어떻겠니?”
“하아!” 상대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알았어, 그래 알았다고.”
“하지만 프레드릭, 네가 대답한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래 알았어, 라고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마셜시의 아버지가 온후하고 지혜롭게 말을 계속했다. “나를 봐, 프레드릭. 나야말로 모범이라고 할 수 있잖아. 필요와 시간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준 거지. 내가 하루 중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에 마당을 걷고, 방 안에서 쉬고, 간수실을 방문하고, 신문을 읽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먹고 마신다는 사실을 너는 알 거야. 나는 (예를 들자면) 식사를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에이미에게 강조했어. 에이미는 그런 일들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자랐고, 그 아이가 얼마나 착한지는 너도 알잖아.”
동생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다시 한숨만 지었다. “하아! 그래 알았어, 그래 알았다고.”
“이봐,” 마셜시의 아버지가 동생의 어깨에 손을 얹고 살짝 비꼬면서 말했다-그의 연약함 때문에 살짝 비꼬았던 것이다, 불쌍한 사람. “프레드릭, 네가 전에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면 깊은 뜻이 있어도 그 뜻을 나타내지 못해. 프레드릭, 난 네가 힘을 냈으면 좋겠어, 넌 힘을 낼 필요가 있어.”
“맞아, 형, 맞는 얘기야. 틀림없이 맞는 말이야.” 상대가 침침한 두 눈을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형과 달라.”
마셜시의 아버지가 겸손하게 자기비하 조로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저런! 프레드릭, 너도 나와 같아질 수 있어. 원한다면 같아질 수 있다고!” 그러고 나서는 관대하다는 장점을 발휘하여 이미 쓰러져 있는 동생을 추가로 압박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일요일 밤이면 으레 그러하듯이 사방의 귀퉁이에서 많은 사람이 작별을 고하고 있었고, 어둠 속의 어딘가에서 부인인지 어머니인지 어느 불쌍한 여성이 새로 온 학생과 함께 흐느끼고 있었다. 마셜시의 아버지 자신도 옛날에 그의 불쌍한 아내가 흐느꼈을 때 그늘진 마당에서 흐느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전의 일이었고, 지금은 장거리 항해 중인 여객선을 탔다가 뱃멀미에서 회복하여 직전의 항구에서 새로 올라탄 승객들이 뱃멀미 하는 것을 못 견뎌 하는 승객과 마찬가지였다. 그는 충고를 하고 싶었고, 울지 않고 승선할 수 없는 사람은 거기에서 볼일이 없는 거라는 의견을 표하고 싶었다. 그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조화가 이렇게 중단되는 것에 대해 언제나 불쾌하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그가 불쾌해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범법자들은 그를 의식하여 보통 그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 일요일 저녁에 마셜시의 아버지가 참을성 있고 인자한 태도로 동생을 출입문까지 배웅했던 것은, 기분이 상쾌했을 뿐 아니라 동생이 눈물 흘리는 것을 너그럽게 봐주고 싶은 자비로운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몇몇 학생들이 간수실의 너울거리는 가스등 불빛을 받고 있었다. 일부는 방문자들과 작별을 고하고 있었고 방문자가 없는 또 다른 일부는 열쇠가 자꾸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서로서로 그리고 치버리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등장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이었다. 치버리 씨가 열쇠를 모자에 대면서 (그러나 무뚝뚝한 태도로)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고맙소, 치버리, 아주 건강해. 자넨 어떤가?”
치버리 씨가 “오! 그는 괜찮아요,”라고 작은 소리로 구시렁댔다. 그것은 그 자신이 약간 언짢을 상태에 있을 때 안부를 묻는 말에 대답하는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치버리, 오늘 자네 아들 존이 나를 찾아왔었어. 정말로 아주 말쑥하게 입었더군.”
그렇게 들었다고 치버리 씨가 말했다. 그러나 아들이 옷치장에 너무 많은 돈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했다. 그것이 그에게 뭘 가져다줬죠? 그저 짜증만 가져다줬어요. 그런데 그건 어디서나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거잖아요.
[3권]
1 길동무들
그해 가을, 어둠과 밤이 알프스 산맥의 제일 높은 산마루까지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포도수확기여서 그레이트 생베르나르 고개의 스위스 쪽 골짜기와 제네바 호수의 제방을 따라 대기는 수확한 포도냄새로 가득했다. 포도가 들어있는 바구니와 구유와 통들이 마을의 어둑한 문간에 세워져 있었고, 가파르고 좁은 시골 길을 가로막았으며, 큰길과 골목길을 따라서 하루 종일 운반되었다. 그리고 발밑에 떨어져 으깨진 포도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포도를 잔뜩 지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가는 여자농부가 포대기에 싸서 업고 있는 아이는 포도를 따서 먹이면 잠잠해졌고, 폭포로 가다가 나무로 지은 산장 처마 아래에 앉아서 커다란 갑상샘종에 햇볕을 쬐고 있는 바보는 포도를 씹어 먹었다. 암소와 염소의 숨결에서는 포도 잎과 포도 줄기 냄새가 짙게 났고, 작은 식당마다 모인 손님들은 포도를 먹고 마시며 포도 이야기를 했다. 이처럼 넉넉하고 풍요롭게 숙성한 맛이 결국은 그 포도로 만들어지는 묽고 독하고 씨가 남아있는 포도주에 전달될 수 없다니 유감스러운 일이다!
화창한 낮 동안 대기는 내내 따뜻하고 투명했다.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빛나는 금속 뾰족탑과 성당지붕이 시야 속에서 반짝였다. 눈 덮인 산봉우리가 아주 뚜렷하게 보여서, 이 지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중간에 놓인 시골을 삭제하고 기막히게 멋진 경치 때문에 바위투성이 봉우리를 무시한 채 몇 시간이면 쉽게 갈 수 있으리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산봉우리들이 존재한다는 흔적을 골짜기에서는 몇 달이고 계속해서 찾을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오늘은 대단히 유명한 그 봉우리들이 골짜기에서도 아침부터 똑똑히 보였고 푸른 하늘 아래 가까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산 아래가 어둠에 잠긴 지금, 일몰의 붉은 빛깔이 산봉우리에서 빠져나가고 그것을 차가운 백색으로 남겨놓았을 때, 산봉우리들은 사라지려는 유령처럼 장엄하게 멀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안개와 어둠 위로 그 윤곽을 여전히 뚜렷하게 단독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쓸쓸한 곳에서, 그리고 쓸쓸한 곳 중의 하나인 그레이트 생베르나르 고개에서 보면 밤이 산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 물이 차오르는 것과 같았다. 밤이 마침내 그레이트 생베르나르 수도원 담장까지 차오르면, 비바람에 시달린 그 건물이 또 다른 노아의 방주가 되어서 어둠이라는 물결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어둠이 노새를 타고 오는 몇몇 관광객을 앞질러서 수도원의 투박한 담장까지 차올랐을 때에도 여행자들은 여전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여행자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얼음과 눈이 녹아서 흐르는 시냇물을 떠먹게 했던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산 위에서는 싸늘하고 희박한 밤공기의 모진 냉기로 바뀌었듯이, 산 아래를 여행할 때의 신선한 아름다움이 불모와 폐허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노새들이 마치 거대한 폐허의 망가진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일렬종대로 늘어서서 장애물을 피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힘겹게 올라가는 바로 그 바위투성이 길이 지금 여행자들이 올라가는 길이었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고, 갈색의 초라하고 볼품없는 이끼가 바위틈에 얼어붙은 것을 제외하면 식물이 자라는 흔적 또한 보이지 않았다. 길가의 앙상한 검은 나뭇가지는 예전에 눈에 파묻힌 여행자들의 유령이 조난 현장에 자주 나타나는 것처럼 위쪽에 있는 수도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큰 눈에 대비하여 피난처로 만들어진 동굴과 지하실에는 고드름이 매달려서 이곳의 위험을 수없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소용돌이와 미로를 이루는 안개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울부짖는 바람 소리에 쫓겨서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으며, 산악지대에 붙어 다니는 위험요소인 눈은, 그 위험에 대비해서 모든 방비를 했지만, 아래로 급격하게 흘러내렸다.
일렬종대로 늘어선 노새들이 하루 일과에 녹초가 된 채 방향을 바꿔가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꾸불꾸불 천천히 올라갔다. 테가 넓은 모자와 목 부분이 둥근 재킷을 입고 등산용 지팡이 한두 개를 어깨에 걸친 안내인이 선두에서 걷고 있었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안내인도 있었다. 노새를 타고 한 줄로 오르고 있는 관광객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살을 에는 추위와 여행의 피로, 그리고 숨이 턱 막히는 생소한 느낌이, 마치 아주 맑고 서늘한 물에서 바깥으로 막 나온 것처럼 또 한편으로는 흐느껴 울고 있었던 것처럼 침묵을 지키게 했던 것이다.
마침내, 등불 하나가 바위 계단 꼭대기에서 눈과 안개를 뚫고 빛났다. 안내인들이 노새들에게 소리를 질렀고, 노새들은 아래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똑바로 세웠으며, 여행자들은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요컨대, 미끄러지는 소리, 기어오르는 소리, 딸랑딸랑 울리는 소리, 땡그랑거리는 소리,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는 가운데 수도원 문 앞에 도착했던 것이다.
농부들과 물품을 실은 다른 노새들이 얼마 전에 도착해서 문간의 눈을 뭉갠 바람에 그곳은 진흙탕이 되어있었다. 승마용 안장들과 굴레들, 길마들과 줄에 꿰어져 있는 방울들, 노새들과 하인들, 각등들, 횃불들, 자루들, 여물들, 통들, 치즈들, 꿀과 버터가 든 통들, 짚단들과 다양한 모양의 꾸러미 들이 눈 녹은 진창과 계단 주위에서 혼란스럽게 함께 뒹굴고 있었다. 이곳 하늘 높이 있는 구름 속에서는 모든 것이 구름을 통해 보였고 구름 속으로 용해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입김이 구름이 되었고, 노새들의 입김도 구름이 되었으며, 등불들이 구름에 둘러싸였고, 가까이에서 말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목소리와 다른 모든 소리는 놀랄 정도로 잘 들렸지만,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담장의 고리에 서둘러 묶인 채로 구름 속에 줄지어 서 있던 노새 중 한 마리가 다른 노새를 물거나 발로 차면 안개 전체가 혼란스러워져서, 하인들이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하인들의 고함과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그 안에서 들려왔으며, 바라보는 사람은 뭐가 잘못되었는지 도통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이 모든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바깥에서 지하실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지하 마구간이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분량의 구름을 쏟아냈는데, 마치 투박한 건물 전체가 구름으로만 가득 차서 구름이 다 빠져나가자마자 붕괴하고, 벌거숭이 산꼭대기에 눈만 쏟아지게 할 것 같았다.
이 모든 소음과 소란이 살아있는 여행자들 사이에 널리 퍼지는 동안, 산 위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던 여행자들 역시 똑같은 구름이 그들을 에워싸고 똑같은 눈송이가 바람에 날려서 그들에게 쌓이는 가운데, 여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는 건물에 조용히 모여 있었다. 여러 해 전 겨울에 큰 눈 때문에 지체했던 어머니는 아이를 가슴에 안은 채 여전히 귀퉁이에 서 있었고, 두려워서 또는 굶주려서 팔을 들어 입에 댄 채 얼어붙어 있는 남자는 수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마른 입술을 여전히 팔에 대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불가사의하게 한데 모였도다! 그 어머니가 내다본 그녀의 험한 운명은 다음과 같았다.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 정도로 수없이 많고 굉장한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나와 내 아이는 서로 떨어질 수 없이 달라붙은 채로 그레이트 생베르나르 수도원의 부속 건물에 함께 머물 거예요. 다음 세대들이 우리를 보러 오겠지만 우리 이름도 모를 뿐 아니라 결말 빼고는 우리 내력을 하나도 모르는 그들보다 더 오래 머물 거예요.”
그때 살아있는 여행자들은 죽은 여행자들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수도원 문에서 내릴 생각, 수도원의 난롯불로 몸을 따뜻하게 할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했다. 수많은 노새들이 마구간에 넣어지면서 이제 점차 가라앉기 시작한 혼란을 멀찍이 하고, 온몸을 떨며 서둘러 계단을 올라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동물원의 들짐승 냄새와 흡사한 어떤 냄새가 짐승들을 밧줄로 매어 놓은 바닥에서 올라왔다. 안은 튼튼한 아치형 복도, 창문과 창문 사이가 돌로 되어있는 커다란 벽, 엄청난 계단, 그리고 움푹 들어간 작은 창들이 나 있는 두꺼운 벽으로 되어있어서-산 정상의 큰 눈이 마치 적군인 양 큰 눈에 대비하고 있는 요새나 마찬가지였다. 안에는 천장이 둥글고 어둑어둑한 침실들이 있었는데, 엄청나게 추웠지만 깨끗했고 손님을 환대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손님들이 앉아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객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 방에는 식탁이 벌써 차려져 있었고, 타오르는 난롯불이 붉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두 명의 젊은 신부가 묵을 곳을 지정해 준 다음에 세 무리로 이루어진 여행자들이 객실 난로 주위로 곧 모여들었다. 첫 번째 무리는 가장 숫자가 많고 가장 신분이 높았기 때문에 제일 천천히 움직여서, 올라오는 도중에 다른 한 무리에게 추월당한 적이 있었다. 그 일행은 나이가 지긋한 부인 한 명과 머리가 센 두 명의 신사, 두 명의 젊은 아가씨와 그들의 오빠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의 수행인으로는 (네 명의 안내인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한 명의 가이드와 두 명의 하인, 그리고 두 명의 하녀가 있었는데, 폐가 될 정도로 튼튼한 그들의 몸뚱이는 같은 건물의 다른 방에 숙박하기로 했다. 그들을 앞질렀다가 그들과 같은 줄을 이루어서 따라왔던 무리는 고작 세 명으로, 숙녀 한 명과 신사 두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탈리아 쪽 골짜기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제일 먼저 도착했던 세 번째 무리는 네 명이었다. 안경을 쓰고 있는 다혈질이고 굶주렸고 말이 없는 독일인 선생 한 명이 세 명의 젊은 제자들을 데리고 여행하는 중이었고, 제자들도 모두 다 다혈질이고 굶주렸고 말이 없었고 모두 다 안경을 쓰고 있었다.
이 세 무리가 서로 냉담하게 관찰하고 저녁을 기다리면서 난롯불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중 한 명만이, 즉 세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 중의 한 신사만이 대화를 하려고 했다. 자기 일행에게 말을 건넸지만 실제로는 신분이 높은 일행의 우두머리에게 말을 던지면서, 괜찮다면 동석자들 모두에게 건네는 목소리로, 힘든 하루였다고, 여성들에게 동정심을 느낀다고 했다. 젊은 아가씨 중 한 명이 튼튼하거나 여행에 익숙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두세 시간 전부터 아주 지쳐 보였다고 했다. 그녀가 지칠 대로 지친 듯이 노새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을 자신이 후미에서 보았다고 했다. 안내인 중 한 명이 뒤처졌을 때 그녀가 괜찮은지 두세 차례 직접 물어봤는데, 기운을 되찾았으며 일시적으로 불편했을 따름이라는 대답을 듣고 매우 기뻤다고 했다. 그녀가 (그때쯤 그는 그 무리의 우두머리의 시선을 붙잡아서 그에게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그리고 여행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고맙소, 내 딸은,” 그 우두머리가 대답했다. “완전히 회복되었고 대단히 흥미 있어 하고 있소.”
“산악지방은 처음인가 보죠?” 그 여행자가 교묘하게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물었다.
“산악지방은-하아-처음이오.” 우두머리가 말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산악지방을 잘 아시죠?” 교묘하게 환심을 사려는 여행자가 당연한 일로 추정했다.
“나는-흠-꽤 잘 알고 있소. 최근에는 못 왔소. 최근에는 못 왔어.” 우두머리가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교묘하게 환심을 사려는 여행자가 그 손짓에 대해 고개를 숙여서 감사의 뜻을 표한 다음, 우두머리를 지나쳐서 또 다른 젊은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까지 아가씨 중의 한 명이라고만 언급되었던 그녀에게 그는 아주 예민한 관심을 보였다.
그녀에게 낮의 피로 때문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불편하죠, 분명히.” 젊은 아가씨가 대답했다. “그러나 피곤하지는 않아요.”
교묘하게 환심을 사려는 여행자가 그렇게 구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칭찬했다. 자기가 말하려던 바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순종하지 않는 걸로 널리 알려진 노새를 타야 하는 것에 모든 여성이 틀림없이 불편을 느낄 거라고 했다.
“우리는,”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 젊은 아가씨가 약간 도도하게 말했다. “마차와 짐수레를 어쩔 수 없이 마티니에 남겨 둬야 했어요. 접근하기 어려운 이곳에 필요한 것들을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과 편의도구를 모두 두고 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편리한 건 아니죠.”
“정말 야만적인 곳이에요.” 교묘하게 환심을 사려는 여행자가 말했다.
나이 지긋한 부인이 그때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녀는 정장을 모범적으로 차려입었고, 하나의 기계장치라고 할 정도로 몸가짐이 완벽했다.
“그러나 다른 불편한 장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가 말했다. “이곳도 봐야 하는 거야.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곳이니까 볼 필요가 있는 거지.”
“아! 여길 보는 것에는 조금도 반대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제너럴 부인.” 상대가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부인,” 교묘하게 환심을 사려는 여행자가 물었다. “이곳을 전에 방문했었군요?”
“그래요.” 제너럴 부인이 답했다. “전에 온 적이 있죠. 얘야, 너에게 권하는데,” 처음의 젊은 아가씨에게 말했다. “산 공기와 눈에 노출된 다음에는 장작불이 얼굴에 닿지 않도록 해라. 얘야, 너도 마찬가지고.” 좀 더 젊은 다른 아가씨에게 말했다. 그 아가씨는 즉시 그렇게 했지만, 처음의 아가씨는 “고마워요, 제너럴 부인,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기 때문에 지금대로 있고 싶어요,”라고만 했다.
오빠 되는 사람은 의자에서 일어나 방 안에 있던 피아노를 열고 휘파람을 불다가 다시 닫았다. 그러고는 외알 안경을 낀 채 천천히 난롯가로 돌아왔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행자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차림새에 어울리는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가 넓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친구들은 저녁 내오는 데 엄청나게 시간이 드는군.” 그가 느릿느릿 말했다. “뭘 줄 건지 궁금한걸! 아는 사람?”
“구운 사람은 아닐 거요.” 세 명으로 구성된 무리에서 또 다른 신사가 대꾸했다.
“그렇지는 않겠죠. 무슨 뜻이죠?” 그가 물었다.
“저녁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쬐는 화톳불에서 당신이 스스로 구이가 될 것 같진 않다는 거죠.” 상대가 대꾸했다.
느긋한 태도로 난롯가에 서서 동석자들을 안경 너머로 바라보던 젊은 신사가, 그는 마치 구이로 만들려고 날개를 묶어 놓은 가금류처럼 등을 난롯불에 대고 외투는 겨드랑이에 끼워 넣고 있었는데, 그런 대꾸를 듣자 냉정을 잃었다. 그가 추가적인 설명을 막 요구하려고 할 때, 상대방 신사와 함께 있던 젊고 아름다운 부인이 고개를 그의 어깨에 기댄 채 진작부터 졸도해 있었기 때문에 오고 가는 말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말을 하던 그 사람에게 쏠렸던 것이다.
“내 생각에는,” 그 신사가 조용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아내를 곧장 방으로 옮기는 게 최선일 것 같네요. 아무나 불러서 등불을 하나 갖고 오라고 해주겠소?” 자기 동료에게 말했다. “그리고 길을 안내하라고 해주겠소? 이처럼 낯설고 산만한 곳에서는 방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하녀를 부를게요.” 젊은 아가씨 중에서 키 큰 아가씨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입술에 물을 축여야겠어요.”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키 작은 아가씨가 말했다.
두 아가씨가 각자 자신이 제안한 대로 했기 때문에 도움의 손길은 부족하지 않았다. 사실, 두 명의 하녀가 들어왔을 때는 (도중에 누군가 외국어로 말을 걸어서 말문이 막힐까 봐 가이드를 동행하고 왔다) 도움의 손길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신사가 그 사실을 깨닫고, 두 아가씨 중 더 여위고 더 젊은 아가씨에게 간단하게 그런 취지의 말을 한 후, 자기 부인의 팔을 어깨에 올려놓고 안고 갔다.
다른 관광객들 사이에 혼자 남게 된 그의 친구는 조금 전의 대꾸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는 듯이 생각에 잠긴 채로 검은 콧수염을 잡아당기면서 방안을 천천히 왔다갔다했고 난롯가로 다시 오지 않았다. 그러한 대꾸를 들은 당사자가 모욕을 당했다고 귀퉁이에서 투덜대는 동안 그 우두머리가 신사에게 거만하게 말했다.
“당신 친구는,” 그가 말했다. “약간-하아-참을성이 없군. 그리고 참을성이 없으니 자신이 무슨 빚을 졌는지 충분히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지-흠-그러나 그 얘긴 그만하겠어, 그만하겠다고. 당신 친구는 조금 조급한 거야.”
“그럴지도 모르죠.” 상대가 대답했다. “그러나 얼마 전에 제네바에 있는 호텔에서 그와 함께 상당히 훌륭한 일행을 만나기 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후 몇 차례 함께 여행하면서 그 신사와 친해지고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그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참고 들을 순 없군요-선생님 같은 외모와 지위에 있는 분이 하는 이야기라도 참고 들을 수 없다고요.”
“내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위험성은 전혀 없어. 당신 친구가 참을성이 없다는 말을 한 것은 그 이야길 하려는 게 아니니까. 내 아들은 태생적으로나-하아-교육받은 내용으로나-흠-신사이기 때문에, 현재 모여 있는 사람들 전체가 난롯불을 똑같이 쬘 수 있어야 한다는 소망을 정중하게 표현했다면, 내 아들이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기 때문에 얘기하는 거야. 원칙적으로 그것이-하아-모든 사람이-흠-이런 경우에는 평등하기 때문에-옳다고 생각하거든.”
“좋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걸로 됐습니다! 아드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깊이 숙고하여 드리는 저의 확약을 받아 주십사고 아드님에게 청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인정하지만, 툭 터놓고 인정하겠습니다. 제 친구는 가끔 냉소적인 기질을 보일 때가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