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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언어학
· ISBN : 9788968172243
· 쪽수 : 608쪽
· 출판일 : 2015-03-10
책 소개
목차
개정판을 내며
머리말
이론 그리고 실제
Part 01 통역학
I . 통역학이란
1. 정의와 범주
2. 타학문과의 관계
Part 02 통역학 역사
Part 03 순수 통역학
I. 통역이론의 양대 산맥
1. 의미통번역론(théorie du sens)
2. 일반통번역론(Allgemeine Translationstheorie)
3.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의 비교
II. 다양한 통역이론
1. 통역 정의론
2. 통역 유형론
3. 통역상황의 변수
4. 통역 기술론
5. 통역사
6. 통역 교수법 및 통역학 교수법
7. 통역역사 연구
[참고 1] 지역사회통역(Community interpreting)
1. 정의 및 용어
2. 지역별 역사 및 현황
3. 종류
4. 문제점 및 향후 전망
5. 학술연구
[참고 2] 수화통역(Sign Language Interpreting)
1. 수화와 수화통역
2. 지역별 역사와 현황
3. 문제점
4. 학술연구
Part 04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
I. 순수 언어학
1. 순수 언어학이란
2. 통(번)역학과 순수 언어학
II. 텍스트언어학
1. 텍스트언어학이란
2. 통(번)역학과 텍스트언어학
3. 통역물 평가
III. 심리언어학, 인지언어학
1. 심리언어학이란, 인지언어학이란
2. 통역학과 심리언어학, 인지언어학
3. 심리언어학 및 인지언어학적 통역모델
IV. 신경언어학
1. 신경언어학이란
2. 신경언어학의 연구방법
3. 신경언어학적 연구
4. 통역학과 신경언어학
V. 컴퓨터언어학
1. 컴퓨터언어학이란
2. 컴퓨터와 언어, 그리고 통번역
3. 심리, 인지언어학-신경언어학-컴퓨터언어학
VI. 사회언어학
1. 사회언어학이란
2. 통(번)역학과 사회언어학
VII. 기호학
1. 기호학이란
2. 통(번)역학과 기호학
VIII. 사회학, 문화학
1. 사회학이란, 문화학이란
2. 통(번)역학과 사회학, 문화학
3. 사회학-사회언어학-문화학-인류학-민족지학-그리고 철학
Part 05 한국의 통번역 연구
참고문헌
부록 (전세계 통번역 교육기관 / 간행물 / 직업연맹 인터넷 주소)
인명색인
용어색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I. 통역학이란
1 정의와 범주
통역학은 한마디로 통역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학문이다. 통역이라는 얼핏보면 단순해 보이는 연구대상에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고, 그러한 통역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통역학 역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주제에는 통역사의 인지적 측면을 조명하는 통역과정이나 통역 참여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통역상황 관련 연구, 통역결과물에 대한 연구도 있고 이를 응용한 통역기술, 통역교육에 관한 실질적 연구도 있다.
통역학을 이렇게 간단한 문장으로 정의하다 보면 일견 학문의 성격이 간단해 보이지만, 통역학은 영역 설정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통역학도 여러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선 통역학과 번역학의 경계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통역을 연구대상으로 삼다보면, 통역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번역의 영역에 접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통역이론의 많은 부분이 통역학 성립 이전에 이미 학문으로 자리잡은 번역학의 연구에서 도출되거나 이를 응용한 것이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텍스트언어학, 심리언어학, 인지언어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통역과 번역은 구어와 문어라는 결과물의 형태 차이는 있으나 텍스트를 그 대상으로 하는 담화 행위라는 점, 또 인간의 주요 인지활동 중 하나인 언어처리를 바탕으로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으므로 통역학과 번역학의 이러한 경계 모호성은 자연스럽다 하겠다. 사실 오늘날 통번역 관련 연구나 학술지 등을 보면, 통역학과 번역학이 통번역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통역이론을 주요 주제로 다루는 본서에서도 편의상 용어 구분을 해주기는 하지만, 통역학, 번역학을 별도의 학문으로 보지는 않는다.
통역학 정의와 범주 설정의 문제는 단순히 연구대상과 통역, 번역의 영역 구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본서와 같이 통역학을 넓게 정의하다 보면, 통역관련 저술 대부분이 통역학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러한 연구 모두가 엄격한 의미에서 학문적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역학 논문, 서적을 다수 접해본 이라면 통역학 연구에는 크게 두 가지 범주가 있다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그 하나는 통역실무와 관련된 통역이론이다. 이는 실제상황에서 통역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론, 혹은 그 이론적 바탕이라 볼 수 있다. 즉, 통역사 경험에서 우러난 통역기술, 교수법 등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통역현상 자체를 연구대상으로 그 원리를 알고자 하는 학문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통역의 학문적 연구이다. 이들은 통역현상을 둘러싼 인지, 사회적 현상 등을 학문적으로 조망하며 통역 기술론 등에 비해 보다 이론적 성격을 갖는다. 엄격한 기준으로 볼 때 학문으로서의 통역학은 후자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전자, 후자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많아 양자를 큰 범주의 통역학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여기서 전자와 후자의 구분이 모호한 것은 통역관련 연구 중에는 통역기술에 대한 실질적 관심에서 출발해 그 원리를 파헤치는 논문도 존재하고, 반대로 원리를 연구한 후, 이를 실무에 적용해 통역기술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연구방향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역학의 구분은 통역교육에 있어서도 고려되어야 할 사항으로 통역학생들에게 통역이론을 가르칠 때에는 학생들의 수준과 호기심에 맞추어 가르칠 통역이론의 종류를 선정해야 할 것이다. 아래에서 소개할 일반통번역론자 Ammann & Vermeer(1990)는 통번역 커리큘럼에 대한 연구에서 통번역학을 [통번역 이론]과 [통번역학 이론]으로 구분지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실질적 도움을 주는 [통번역 이론]은 통번역 기술을 익히는 학부나 석사과정에서, 그보다 이론적인 [통번역학 이론]은 통번역을 보다 심도있게 연구할 수 있는 박사과정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견해이다.11 Ammann & Vermeer는 실무 통번역 이론을 [Translatorik], 통번역학 이론을 [Translatologie] 혹은 [Translationswissenschaft] 라고 구분해 부르고 있다(1990:25). 이 중 Transtologie의 영어 형태인 Transtology는 오늘날 통번역학계에서 넓은 의미의 통번역학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보편화 되었다. 이러한 통번역 이론과 통번역학 구분법은 통번역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보편화 되었고 한국에서도 한국외대, 이화여대의 경우, 통번역 이론은 석사과정에서, 보다 심화된 통번역학은 박사과정에서 각각 다루고 있다.
2 타학문과의 관계
본서의 저술 목적 중 하나는 통역학 발전에 학제연구가 기여한 바를 살펴봄으로써 통역학이 다른 학문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영감, 새로운 연구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통역학의 개개 이론을 살펴보기에 앞서 통역학과 타학문과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그만큼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통역학도 다른 학문과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 받는다. 아래에 소개될 의미통번역론(theorie du sens)이나 일반통번역론(Allgemeine Translationstheorie)과 같이 통역에서 자체 발생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론조차 어느 정도는 타학문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학제연구를 표방하는 통역논문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특정 대상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관련 학문이 생겨날 때 그 대상을 연구하는 방식이나 결과를 분석함에 있어 인접 학문의 기존 연구 결과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역사가 짧은 신학문은 이미 학계에서 인정받는 연구방법과 인식을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가 학문으로서의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또 이 후 이루어지는 연구에 있어서도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역학과 밀접한 연계관계를 맺는 학문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앞서 통역학 정의에서 언급한 번역학을 제외하고 볼 때 통역학과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학문은 언어학일 것이다. 통역은 언어를 도구로 삼는 언어현상의 하나이다보니 통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통역학에서는 언어학의 기존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70,80년대에 발표되었던 여러 통역모델이 각종 언어 이해모델과 발화모델에 바탕을 둔 것이 좋은 예가 되겠다. 이 이외에도 통역학은 문법론, 통사론 등 소위 순수 언어학을 받아들여 통역언어의 분석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심리, 인지, 신경, 사회 언어학 등의 연구결과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반면, 언어학도 통역학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언어학 측에서는 통역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간 언어 능력에 대한 보다 넓은 인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통역학과 언어학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분야로 신경언어학을 들 수 있다. 신경언어학 측이 통역사의 뇌 연구를 통해 인간 뇌 각부의 기능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면, 통역학 입장에서는 신경언어학과의 접목을 통해 통역사 인지과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고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쌍방의 기대가 있기 때문에 양 분야의 협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통역학과 언어학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역학 초기, 통역학계에서는 통역학이 언어학과는 별개의 학문이라는 사실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당시 Seleskovitch를 위시한 통역사 출신 학자들은 언어학만으로는 통역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통역학을 언어학의 지류로 간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이들 조차도 언어학과 통역학과의 연관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이 강조한 것은 통역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당시 언어학의 통역연구에서 시도하던 비교언어학적 접근이 부적절하다는 점으로, 언어학 이론 자체가 통역이론과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이 주장한 바는 통역학과 언어학의 흑백 이분론이 아니며, 통역학이 자체의 학문적 기반을 갖춘 독립적 학문으로서 이론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나아가 이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통역을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타학문과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통역학은 크게 두 갈래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통역에 대한 자체적 호기심에서 발생하여 타학문과의 연계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통역학 분야이고, 또 하나는 타학문의 연구결과를 적극 수용하며 학제연구를 표방한 연구방향이다. 말하자면, 전자는 순수 통역이론이고, 후자는 학제연구로서의 통역이론인 셈이다. 물론, 학제연구라고 모두 학제연구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며 순수 통역학이라고 타학문의 연구결과와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두 분야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통역연구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볼 때, 특정 주제가 순수 통역학의 영역에 속하는지, 아니면 학제연구에 포함시켜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모호한 경우가 많다. 통역학 초기, 동시통역을 주제로 이루어진 각종 통역변수 연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통역변수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동시통역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인데, 이 중에는 심리언어학적 연구방식을 사용한 연구가 있는가 하면, 언어학적 분석없이 통역 결과물을 통계 등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분석을 시도한 연구도 있다. 즉, 통역변수 연구는 자체적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순수 통역학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심리언어학적 연구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심리언어학과의 학제연구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순수 통역학과 학제연구 통역학, 두 분야는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구분이 쉽지 않지만 본서에서는 다소 무리수를 두더라도 양 영역의 구분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이는 통역학을 학제연구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본서의 저술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 이 두 분야의 분류기준에 대해서는 각각 [순수 통역학],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 장의 서문에서 밝히기로 한다.
통역학을 학제연구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때, 통역학과 지속적 연계가 이루어진 학문에는 순수 언어학 이외에도 언어학의 지류인 심리언어학, 신경언어학 등의 분야가 있다. 이 중 심리언어학, 인지언어학, 텍스트언어학은 일찌감치 통역연구에 접목된 바 있다. 통역의 원리를 밝히는 데에는 통역사의 인지 과정에 대한 고찰과 통역 결과물인 텍스트에 대한 연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신경언어학, 사회언어학, 컴퓨터언어학 등과의 연계 역시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이 중 신경언어학의 경우, 통역학계의 자연과학적 호기심 및 전문지식의 부족으로 오랫동안 학제연구가 실현되지 못하다가 1990년대 이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을 중심으로 의과대와의 합동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합동연구가 가능해졌다. 컴퓨터언어학은 기계번역 연구가 시작되던 1950년대부터 번역분야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으나, 이것이 통역과 접목되어 기계통역 기기 등의 개발로 연결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다. 한편, 사회언어학과 통역학의 연계연구는 통역학계의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을 갖는다. 1990년대 무렵, 통번역학계는 그 때까지의 주요 연구대상이었던 언어에서 시야를 넓혀 통역의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통역사의 언어 이해와 발화 등을 연구하던 통역학은 이를 계기로 통역 언어에 담겨 있는 사회와 문화의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것이 통역 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게 된 것이다.
통역학 전반기에 언어학이 학제연구의 대세를 이루었다면 그 이후에는 사회학, 문화학과의 학제연구가 활발한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1990년대에 통번역학계에 소위 [문화로의 전환(cultural turn-문화로의 주제변화)]라고 불리우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통역학계는 사회학과 문화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통역학계에 새로운 연구과제로 떠오르게 되었고,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사회통역 등이 새롭게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통역의 문화, 사회적 측면을 조명한 연구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사회학, 문화학적 연구는 그 때까지의 통역학내 언어학의 위치를 대체한다고 할 정도의 큰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이들 연구는 번역학계로부터 시작되어 번역형태 및 번역사의 지위 변화에도 구체적 영향을 미쳤고, 통역분야에서는 통역사의 기능을 연구함으로써 통번역학계 전반에 가시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언어학(과 그 지류 학문)과 사회학(및 문화학)은 통역학 연계학문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러한 학제연구는 보통 통역사, 통역학자가 타학문 연구를 수용하거나 혹은 타학문 연구자가 통역학 연구를 참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때로는 양 측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들 연구를 살펴보면, 통역을 주 연구대상으로 삼고 이를 각 학문의 시각에서 다각적으로 조망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통역학은 이러한 학제연구를 통해 과거 통역기술, 통역교육 등 실질적 문제에 한정되었던 시야를 넓힐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들 학문으로부터 다양한 연구방식(심리언어학의 각종 테스트 방식, 사회학의 설문, 면접실험 방식 등)을 도입함으로써 연구의 체계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통역이 인간의 기본적 언어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는 점에서 통역학과 연계 가능한 학문은 아직도 많다. 우선 사회학, 문화학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인류학과 인류학의 연구방식에서 발전한 민족지학이 있다. 인류학은 각종 문화와 사회, 그 안의 인간생활, 사고양식을 연구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민족지학은 그 사회, 문화의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문화, 다사회의 담화인 통역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실제로 이 분야의 학제연구를 표방한 논문들이 최근 발표되고 있다(제4장. VIII. 참조). 또 통역학 내 언어에 대한 관심을 보다 확대해 볼 때 기호학과의 접목도 보다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통역상황에서 사용되는 각종 시각자료, 통역 참가자의 비언어적 기호 등이 일차적 연구대상이 될 수 있으며 통역언어 자체가 다양한 종류의 기호를 전제하는 수화통역 역시도 좋은 연구주제가 될 수 있다. 교육학 역시 통역학에 새로운 연구주제를 던져줄 수 있다. 통역학 내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통역교육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들은 언어습득론이나 교육방법론 등의 기존연구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역사, 교육철학, 교육행정, 교육방법론 등 교육학의 연구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교육학과의 학제연구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 최근 통역학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통역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려할 때, 역사학도 통역학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통역 역사 관련 논문을 살펴보면, 대부분 역사적 사실 기술에 치중하면서 역사적 관점이나 기술방식 등에 대해서는 깊은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 기술상의 단점은 역사학과의 학제연구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문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는 철학도 통역학의 영역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 철학이라는 추상적 학문과 통역학이라는 실질적 학문 간의 연계가 언뜻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나, 철학을 현상의 근본에 대한 고찰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철학은 통역이란 현상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새로운 단초를 마련해 줄 수 있다. 통역이란 어떠한 것인가라는 통역의 정의 문제부터 통역사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통역사의 정체성, 역할, 윤리의 문제, 이러한 문제들은 현상의 근본을 고찰하는 철학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22 그 이외에도 통계학과의 접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언어학의 지류로 주목을 받고 있는 코퍼스언어학은 통계학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통번역학은 이렇듯 통계를 이용해 구축한 코퍼스를 번역 및 통역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통계학의 연구방식을 수용함으로써 실험 연구의 타당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 통계학 역시 끊임없이 발전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구방법이 개발되고 있고 통역학은 이러한 통계학의 신 연구방식을 받아들여 통역연구에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통역학과 타학문과의 연계성을 위의 그림으로 정리해 보았다. 여기서 통역학의 영역은 중앙의 큰 타원으로 표시되어 언어학류와 사회학류의 큰 두 학문 사이에 걸쳐있다. 이러한 통역학 타원의 중앙에는 통역이론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제3장. I. 1, 2. 참조)이 위치하고 있고, 이 두 이론을 가로지르는 위치에 통역 기술론 등의 실무이론이 존재한다. 이렇듯 두 이론이 실무이론과 넓은 영역을 공유하는 것은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이 비록 원칙을 고찰하는 이론이지만, 통역교육, 통역기술 등 실무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 두 영역도 가운데 작은 교집합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두 이론의 공통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의미통번역론이 일반통번역론에서 중시하는 통역상황을 [문맥]이라는 개념으로 다루었다는 점, 일반통번역론 역시도 의미통번역론의 주요 주제인 통번역의 언어처리 과정을 [응집성]이라는 개념에 담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의미통번역론과 일반통번역론, 그리고 실무이론 바깥 쪽에는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기타 통역이론)과 그렇지 않은 영역(색칠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 중 후자는 통역사 연구(통역사 긴장감, 스트레스 연구 등), 통역 역사론, 통역유형론, 통역 정의론, 통역변수 연구(발화속도, 청성시차 연구 등) 등을 포함하는 영역으로, 이들 연구는 통역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고 특별히 인접학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순수 통역학 범주에 속하며 통역실무와는 직접적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가 순수 통역학의 범주를 보여준다면, 통역학 타원의 위와 아래 영역, 즉 언어학류, 사회학류 학문과의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은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 영역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언어학류과의 학제연구가 사회학류의 그것보다 양적으로 많았으나, 최근 사회학류와의 학제연구가 눈에 띄게 활발해 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본서에서는 두 영역을 같은 비중으로 다루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통역학과 기타 학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 왔다. 통역학은 통역학보다 역사가 깊은 학문들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론을 쌓아왔으며, 타학문은 통역학에서 얻은 새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던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학제연구로서의 통역학의 발달을 살펴보고 통역학과 각 학문분야가 갖는 관계를 분야별로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