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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어문학계열 > 국어국문학 > 국문학사/국문학개론
· ISBN : 9788968173509
· 쪽수 : 568쪽
· 출판일 : 2016-04-20
책 소개
목차
제1부 5·18문학의 전개 양상
01 5·18문학의 의의
02 역사 혹은 기억의 재현
1. 기억의 간접화
2. 비극의 역사성
3. 기억의 현재성
4. 항쟁 주체와 민중성
03 죄의식의 표출 양상
1. 가해자의 죄의식
2.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3. 국외자(局外者)의 시선
4. 지식인의 자의식
04 트라우마의 치유 혹은 해원解寃
1. 폭력과 광기의 상흔
2. 해원(解寃) 혹은 극복
05 서사 공간의 의미망
1. 기억의 저장소
2. 소통과 응답의 공간
01 5·18소설에서 항쟁 주체의 문제
1. 5·18소설(들)
2. 기억을 말하는 자
3. 기억을 듣는 자
4. 기억을 기록하는 자
5. 행위 주체의 문제
02 상흔傷痕 문학에서 역사적 기억의 문제
1. 역사적 상흔과 문학
2. 기억의 반복과 현재화
3. 혁명과 전쟁의 성찰(省察)
4. 치유와 극복의 문제
03 5·18소설의 지식인 표상
1. 5·18소설과 주체의 문제
2. 항쟁 주체로서의 민중
3. 지식인의 죄의식과 머뭇거림
4. 지식인의 역할과 한계
04 5·18 소설의 여성 재현 양상
1. 5·18과 여성, 여성성
2. 젠더화된 서술자, 타자로 남은 여성
3. 희생자의 기호로 남은 여성
4. 여성의 서사와 자매애적 연대
5. 새로운 집짓기
05 민주화운동에서 여성 주체의 문제
1. 여성과 민주화운동, 그리고 소설
2. 깃발을 흔드는 여성노동자의 여성성
3. 연대의 한 형태로서의 동성애적 자매애
4. 5·18 소설과 여성 주체
06 광주라는 기억 공간
1. 5월과 기억, 그리고 소설
2. 죽음과 삶이 혼재하는 장소/공간
3. 트라우마(trauma)와 죄의식의 생성 공간
4. 윤리적 분노와 저항의 공간
5. 자아/정체성의 생성 공간
07 기억과 망각 사이
1. 5·18과 문화적 기억
2. 달맞이(月神祭)를 통한 길닦음
3. 씻김굿-넋두리를 통한 해원(解寃)
4. 그러나 잊을 수 없는
08 성찰과 모색
1. 5·18 30주년의 문학적 의의
2. 기억 투쟁으로서의 5·18소설(들)
3. 새로운 5·18 소설들
4. 그러나 새로울 것 없는, 5·18소설들
5. 새로운 5·18소설의 가능성
09 오월의 기억과 트라우마, 그리고 소설
1. 기억 공간으로서의 소설
2. 기억의 서사
3. 오월의 트라우마
4. 말- 소통을 넘어선 치유의 모색
5. 기억과 치유의 문제
10 5·18 문학교육의 의미
1. 5·18, 여전히, 앞으로도
2. 정서의 환기를 통한 세계 이해
3. 성장을 통한 주체의 형성
4. 공감에서 실천으로
제3부 소수자 문학들
01 다문화 소설의 유목적 주체성
1. 다문화, 폭력의 구조
2. 사랑과 감정 자본주의
3. 횡단하는 유목적 주체
4. 고통 너머로 탈주하기
02 타자로서의 장애인 문학
1.‘장애인 문학’이라는 것
2. 대상으로서의 타자(the Other)
3. 대상에서 주체로
4. 차이로서의 장애
03 지역작가들의 변방의식과 트라우마
1. 지역문학의 위치
2. 지역이라는 골짜기
3. 변방이라는 벼랑
4. 글쓰기의 욕망
5. 경계를 넘어서기
04 영·호남지역문학에서 주체와 타자
1. 타자(the Other)로서의 문학
2. 퇴락의 이미저리(imagery)
3. 배제된 곳, 게토(ghetto)의 환유
4. 기억과 상흔(trauma)
5. 주체로서의 지역문학
05 사실과 허구의 변증법
1. 서사체의 본질- 이야기
2. 서사체의 본질- 재현
3. 이야기의 담론화 과정
4. 사실과 허구의 변증법
06 조선시대 성 담론의 정치학
1. 기억에 대한 기억(記憶)
2. 전란과 여성 피로인(被擄人)
3. 주회인(走回人)과 화냥(花孃)년
4. 정절에의 강요
저자소개
책속에서
01 5·18문학의 의의
문학은 온갖 형태의 비인간적 억압과 지배, 그리고 학대에 가장 본질적으로 대항하며 인간의 소망하는 삶을 고양시키는 한편 그 목표를 인간의 해방 또는 자유의 확대에 두는 상상적 재현이다.1 우리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을 망각의 창고에 가두지 않고 소설적 탐구를 꾸준히 거듭하는 까닭은, 그것이 거대한 폭력에 대항해서 끝내 지켜 내야 할 인간성의 옹호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한 성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가 단순한 역사적 기록으로만 남아 있지 않고 우리와 함께 숨 쉬며 정서적 교감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은 소설을 포함한 문학/문화의 기능이고 힘이라 할 것이다.
문학/문화는 모두 기억에서 출발한다. 기억은 문화의 근원이자 바탕이다. 문화는 변화무쌍한 일상 저편에서 중요한 것은 기억해내고, 안정적이지 못하고 우연적인 것은 망각함으로써 개인과 공동체가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의미체계를 세우는 기억의 능력을 통해 존재의 바탕을 얻는다.2 그런데 기억된 역사적 사건은 기억 그 자체로서보다 객관적인 문화적 형상물로 재현된다.3 이렇게 재현은 단순한 기억의 재생이나 모방이 아니라 또 다른 하나의 실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억과 문학적 상상력이 서로 교차하는 문학 텍스트는 스스로 하나의 ‘기억 공간’이 된다.4
5·18민중항쟁을 다루는 소설들은 ‘다시 기억하기’라는 고통을 통과한 작가들의 열정의 산물로 하나의 문화적 실재이자 기억 공간이다. 서사론에 따르면, 역사/이야기는 인간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 및 현실과의 관계를 조직해 주고 의미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끔 해주는 틀이다.5
이 글은 1980년 5·18민중항쟁을 제재로 하는 작품 중, 32편의 중·단편 및 7편의 장편소설을 분석 대상으로 하여 이들 작품들이 5·18민중항쟁의 의미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기억과 재현, 그리고 계승으로서의 오월문학이 진실의 봉인 혹은 망각을 넘어 새로운 역사적 기억으로 번역·보존되어 가는 과정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5·18소설’들에서 ‘광주’라는 서사 공간이 학살과 공포의 공간이라는 ‘관습화된 광주’의 의미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의 전진기지로서 재해석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천박한 후기자본주의 시대에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관련하여 민주주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통과 연대를 통해 우리의 안팎을 넘나드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6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텍스트로 표상/재현된 기억은 그 날의 비극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삶의 안정, 회복, 정당화로서 전혀 새로운 의미7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임철우 「봄날」(1984)과 수의(壽衣)(1987), 윤정모 「밤길」, 홍희담 「깃발」(1988)과 최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1988)를 비롯한 초기작부터 한승원 외, 《일어서는 땅》(1987)과 《부활의 도시》(1990)에 실려 있는 21편의 작품 중 16편을 포함해서 모두 32편의 중·단편소설들8, 그리고 2007년 현재까지 발표된 7편의 장편소설들 -류양선 《이 사람은 누구인가》(1989), 임철우 《봄날》(1997), 송기숙 《오월의 미소》(2000), 문순태 《그들의 새벽》(2000). 박양호 《늑대》(2000), 김신운 《청동조서》(2001), 정찬 《광야》(2002)-을 합해 모두 39편의 소설들을 크게 역사 혹은 기억의 재현 양상과 죄의식의 표출 양상, 그리고 트라우마의 치유 혹은 해원이라는 세 개의 범주로 분류하여 살펴보고자 한다.9
그밖에도 ‘5·18 소설’들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작품들이 더 있다. 그 중에서 김종인 장편 《무등산》은 흥미를 끄는 대목이 없지 않은데, 일설에 북한의 집단 창작품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작가의 신원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이 그러하다. 이 소설에 대한 검토는 이후의 작업으로 미룬다. 또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작가들의 경우 다른 5월 관련 작품이 더 있기도 하지만 이 장에서는 개별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모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두세 편의 작품을 통해서도 해당 작가의 5·18민중항쟁을 바라보는 작가적 태도 혹은 형상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 주제, 곧 역사 혹은 기억의 재현 양상과 살아남은 이들의 죄의식의 표출 양상, 그리고 트라우마의 치유 혹은 해원이라는 관점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서사문학의 주체는 언제나 삶을 살아가는 경험적 인간이다.10 소설이 누군가에 의해 말해지는 이야기라고 할 때, 이야기는 소설의 내용인 동시에 또한 인물·플롯 등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인물·플롯의 형식을 ‘내적 형식’으로, 전달 형식은 ‘외적 형식’으로 지칭된다.11 따라서 소설은 ‘이야기 내용’과 그것의 형식적 측면인 ‘내적 형식’, 그리고 언어적 전달 형식인 ‘외적 형식’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설에서 말해지는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서사체를 연구한다는 것은, 하나의 문화권 전체에 걸쳐 작용하는 일상생활의 신념들을 연구한다는 의미12를 갖고 있느니만큼, 또한 이 글이 5·18 민중항쟁의 소설적 형상화를 문제 삼고 있는 까닭에 대상 소설들이 포착하고 있는 오월 정신의 내용에 대한 검토는 일차적으로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다시 말해 이 글에서 살피고 있는 ‘5·18소설’들은 1980년 광주의 오월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관한 담론이라는 점에서 문학사회학에 입각한 소설미학의 분석틀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고려할 측면이 있다. 문학사회학과 소설미학이라는 개념의 보다 명확한 사용이 그것이다. 문학사회학은 문학을 사회·역사적 현상의 반영물13로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기본적으로 문학사회학에서는 텍스트(text) 속에 감추어진 개인적 삶의 구조, 집단의식, 세계관의 구조 같은 것을 도출하려 한다. 우선 문학 행위가 인간의 의미 있는 행위인 것이 분명한 이상 그리고 그 의미가 사회적으로 형성·유포·발전·전승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학을 사회학적으로, 곧 문학사회학적으로 고찰할 근거가 마련된다. 문학 행위란 의미를 만들어 내는 행위이고, 의미란 사회적 지평 속에서 형성되는 것인 만큼, 특히 이데올로기적 지평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 분명한 만큼 ‘5·18소설’들의 문학사회학적 탐구는 필연적이라고 본다.
문학 작품은 일정한 사회의 생산 조건을 기반으로 하여 산출된다. 자신의 사회적 생산 조건을 초월하여 산출되는 문학작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적 문학사회학은 이 생산 조건을 경제적 토대로 한정하여 문학작품을 단순한 사회적 등가물이나 역사의 필연적 발전 방향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14 실천적 예술연구로서의 문학사회학의 장점은 예술 작품의 내용을 사회의식과 비교하여 그것이 어떤 사상 계열에 속하는 것인가를 밝혀낼 수 있다는 점에 있을 것이지만, 미적 가치를 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글은 예술이 사회학적 ·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축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되 좋은 혹은 위대한 예술은 그것의 생산 조건을 초월한다는 관점에 서고자 한다. 따라서 문학이 사회적으로 구속되고 사회적으로 형성되면서도 어떻게 사회로부터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측면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한 인식과 관련지어 18세기 서구, 특히 독일 전통미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독일 전통미학의 핵심은 예술 작품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이로 인해 심미적 대상에 대한 수동적이고 관조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데 있다. 전통적 미학은 문학 작품을 정신의 구현이며 모든 정신적인 객관화의 통일성으로 본다. 따라서 미란 느껴지는 것이지 인식되는 것이 아니며, 감성에 따른 순수한 예술 향유와 거기서 나오는 예술적 평가를 위한 기준을 형상화하는 것을 미학의 과제로 삼았다. 칸트 역시 인간이 사물의 속성을 통해 미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력의 활동에 의해 발생된 표상 상태를 통해 경험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미적 경험이 대상의 실제성과 무관하게 발생하며, 비인식적 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선험적인 범주를 따로 설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무시간적이고 무관심적인 미적 경험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인간의 의식이 사회화 과정을 통해 그 구체적 사회의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흡수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따라서 미적 범주 곧, 이 글에서 문제 삼고 있는 소설미학은 소설이 사회적 역사적 구성물이며, 따라서 정치적 가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인식을 토대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