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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ISBN : 9791130819266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2-06-30
책 소개
목차
제1부 상흔과 치유를 위한 연대
살아남음과 살아 있음의 간극 — 정찬과 박솔뫼의 소설
1979~1980, 부마와 광주민중항쟁의 문학 담론
상흔과 기억의 연대 — 광주와 제주, 그리고 아시아
연대와 상흔의 회복을 위한 서사 — 이미란 소설 「말을 알다」
제2부 기억과 항쟁 주체의 문제
5·18 가해자들의 기억과 트라우마
5·18소설이 여성을 호명-기억하는 방식
5·18소설에서 주체의 문제 —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의 경우
5·18소설의 지식인 표상
제3부 애도와 재현, 그리고 미학
자기 처벌로서의 죄의식과 애도의 실패 — 공선옥 소설들
공간에 산포(散布)된 의미들 — 문순태의 5·18소설들
기억의 재현과 미학의 문제 —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과 〈외롭고 높고 쓸쓸한〉
역사적 진실과 자기기만 사이의 글쓰기 — 전두환 회고록의 경우
▪발표지 목록
▪추천의 글 : 역사의 문학, 문학의 역사_ 김준태
5·18 소설의 계보를 충실히 읽어낸 귀한 글_ 윤정모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5·18’은 열흘간 광주 일원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지칭이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상징이다. 5·18의 경험의 차이 혹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그것은 상처요, 한이거나 죄의식이거나 부끄러움이거나 또는 저항이거나 봉기이기도 할 것이다. ‘5·18소설’이라는 일종의 명명 혹은 범주화도 다르지 않다. 5·18을 제재로 한 소설들을 이 글에서는 ‘5·18소설(들)’이라고 부르자. 주지하다시피 그것은 5·18이라는 사건과 관련된 서사일 뿐만 아니라 그 사건과 두루 관계 있는 기억과 감정을 아우르는 상징이기도 하다.
오르한 파묵은 “우리는 주변부에서, 시골에서, 외곽에서, 분노하거나 슬픔에 싸여 있기 때문에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러나 결국에는 문학을 통해 그 슬픔과 분노 너머의 다른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5·18소설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그런데 대략 1980년대 말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5·18소설들은 시간의 흐름과 그때마다의 사회적 상황에 따라 일정한 경향을 보인다. 그것은 대체로 그날 왜 그토록 참혹한 일들이 일어났는가를 묻는 것에서 시작하여 평범했던 이들이 왜 총을 들었는가 하는 질문으로, 친구와 가족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거쳐 마침내 어떻게 상흔을 치유할 수 있겠는가 하는 화두로 이동한다.
‘상흔문학(傷痕文學)’은 1978년 8월 상하이 『문회보(文匯報)』에 발표된 루씬화(盧新華) 단편소설 「상흔(傷痕)」이 계기가 되어 그 명칭을 얻게 되었다. 그러니까 상흔문학이란 ‘문혁’이라는 기호를 해체하여 그 속에서 상처받고 파열된 ‘참(the real)’의 편린을 찾아내 복원하거나 혹은 재현하려는 목적을 가졌던 포스트 문혁기 문학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역사적 상처를 부여안고 통곡하는 문학을 그렇게 부르겠다. 우리의 경우는 4·3문학과 5·18문학이, 밖으로는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관련한 문학,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형상화한 문학을 그렇게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우리의 경우 제주 4·3사건을 제재로 한 현기영 중편소설 「순이 삼촌」과 광주 5·18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밖으로는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다이어우잉 장편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바오 닌 장편소설 『전쟁의 슬픔』을 비교하여 읽는다.
많은 5·18소설들은 모두 5·18 때 살아남은 자들의 부끄러움과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5·18을 소설화한 의미 있는 첫 작품들인 임철우 단편 「봄날」(1984)과 윤정모 단편 「밤길」(1985)의 경우에 그러한 정서가 각별하게 드러난다. 임철우 단편 「봄날」은 그날에 살아남은 자들의 그 이후의 삶 ― 죄의식, 부끄러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 누가 무엇을 보는가. 「봄날」의 경우 드러난 사건(의 연쇄)은 상주의 정신병원 입원과 그를 문병 가는 친구들이다. 그런데 상주의 면회는 금지되어 있다. 그들은 상주를 직접 보지 못한다. 대신에 상주의 일기와 그의 여동생 상희의 전언을 통해서 우리는 상주의 고통에 찬 목소리를 듣는다. 그 매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광주의 5월을 전해 듣게 된다. 이 소설에서 서술자인 나는 자신의 목소리를 죽은 명부의 목소리까지 포함해서 다른 인물의 목소리와 혼합시킨다. 우리는 명부와 상주와 그리고 ‘나-길수’의 목소리를 동시에 들으면서 이 소설에서 실제로 우리에게 말하는 목소리가 서술자의 것인지 인물의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복합담화의 서술방식을 통해 이 소설은 우리에게 죽음과 파괴에 대한 공포, 5월의 비극적 상흔과 새삼 마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