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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8970764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0-09-14
책 소개
목차
14. 민폐 하객
15. 오늘부터 1일
16. 연애의 시작
17. 도발
18.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19. 입장 정리
20. 조금 이상한 프러포즈
21. 두 남자
22. 실검 1위
23. 나만 몰랐던 이야기
24. 끝과 시작
25. 마지막 프러포즈
저자소개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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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우리 집은 맞는 것 같은데…….
아니, 맞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이곳은 자신의 집이 분명했다. 남의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지난 월급날 큰맘 먹고 샀던 홈시어터 역시도 제자리에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그러니까, 여긴 자신의 집이 맞았다.
근데 왜 이렇게 낯설지…….
어안이 벙벙해진 유경은 다시 한번 찬찬히 집을 둘러보았다. 분명 자신의 집이 맞는데 자신의 집이 아닌 느낌이었다.
도대체 왜?
술에 취해서인지 상황 판단이 쉽게 되지 않았다.
“……아!”
현관 앞에 굳은 채 서서 골똘히 생각하던 유경의 입이 한참 만에야 쩍 벌어졌다. 드디어 답을 찾은 것이다. 뜬금없이 제 집이 이토록 낯설게 느껴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집 안이 깨끗해져 있다는 것. 주방 싱크대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설거지거리들도 싹 사라져 있었고, 거실 바닥이며 소파에 대충 널브러져 있던 옷가지들도 모두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베란다에 놓인 건조대에는 빨래가 가지런히 걸려 있기도 했다. 빨래를 제외하면 꼭 모델하우스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청소를 했던가?
유경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자문했다. 하지만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얼른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질문이었다. 아무리 취했다지만 그 정도는 분간이 됐다. 오늘 아침엔 분명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로 바빴다. 아니, 오히려 그 어떤 날보다 더 바빴다. 드라이어 하나 제대로 정리할 시간이 없어 허겁지겁 달려 나갔는데 무슨 수로 대청소를 했다는 말인가. 게다가 이건 ‘그냥’ 대청소가 아니라 값비싼 청소업체를 부른 수준이었다.
설마, 도둑……?
눈이 커졌던 유경은 다시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건 말이 안 되지.
대체 어떤 도둑이 집 정리와 빨래를 해 주고 간단 말이야? 이건 도둑이 아니라 우렁각시에 가깝지. 그렇다고 진짜 우렁각시가 나타났을 리는 없고…….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그러다 유경은 뒤늦게야 어머니가 온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구나!
그래. 엄마가 온 거라면 제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일련의 상황들이 충분히 납득된다. 평소에도 엄마는 종종 연락도 없이 찾아와 남매를 놀래곤 했었다. 제멋대로 결론을 내린 유경이 마음 편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그 순간이었다.
달칵.
별안간 현관 바로 옆에 위치한 욕실의 문이 살짝 열렸다. 엄마가 욕실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유경의 고개가 빠르게 옆으로 휙 돌아갔다.
“연락 좀…….”
엄마에게 잔소리를 쏟아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유경은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열린 문틈으로 털이 숭숭 난 늘씬한 다리 하나가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분명 저건 남자의 다리였다. 덧붙이자면 아빠나 동생의 것은 절대 아니었다.
……헉!
너무 놀라면 비명도 못 지른다더니. 지금 유경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벌렁거리는 심장과 동공만이 소리 없이 요동을 쳐 댔다.
도둑? 강도? 살인마?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수십 개도 넘게 떠올랐다. 이러다간 곧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어진 순간이었다. 이윽고 욕실 문 밖으로 남자의 완전한 형체가 나타났다.
“……!”
“……!”
허공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유경은 한껏 벌렸던 제 입을 턱 막았다. 눈앞에 나타난 남자의 얼굴이 낯이 익었던 것이다.
저 녀석이 대체 여긴 왜…….
혹시 나는 아까부터 정말로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제 눈앞에 펼쳐진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유경은 꼭 뒤통수라도 한 대 세게 맞은 듯 얼얼했다. 그런 유경을 바라보며 남자가 느긋하게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왔어요?”
샤워를 하고 나온 건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툭툭 가볍게 쳐 내며, 남자는 꽤나 살가운 인사를 건넸다.
“퇴근이 늦었네요?”
마치 지금까지 이 집에서 쭉 함께 살았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