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무슨 카레이싱의 한 장면처럼 복잡한 도로 속에서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는 강채경은 거침이 없었다. 다리 사이가 보일 듯 아슬아슬한 미니 드레스 차림인 건 이미 잊은 듯 했다. 형주는 재킷을 벗어 그녀의 무릎 위로 던져 주었다. 신호에 걸린 사이, 채경이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나한테 관심 있었구나?”
“미쳤군.”
그때였다, 강채경의 붉은 입술이 그의 입술을 강하게 내리찍은 것이……. 하지만 그것도 찰나, 그가 강채경의 좁은 어깨를 강하게 밀쳐 입술을 떼어냈다.
“당신은 아무 남자한테나 입술을 붙여대나.”
그의 힐난에 채경이 똑같이 비웃음을 날렸다.
“그냥 입 다무시고 입술이나 닦으시지.”
형주가 손등으로 입술을 닦자 붉은 립스틱이 묻어났다. 그것을 보자 갑자기 단전 아래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으며 그녀가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글쎄, 아마도 광란의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