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스케치

늦은 밤, 마음이 향하는 데로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일기를 쓴다. 이 기록들은 훗날 내 삶의 흔적들이 될 소중한 작업이다. 그 어떤 업적보다도 내 삶을 가장 진솔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일까? 성공? 야망? 이상의 추구? 그 무엇도 아니다. 바로 '불안'이다. 요즘 들어서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것들은 영원하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도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사라질 지도 모른다. 낙오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도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믿을 건 결국 나 스스로 뿐이다. 냉혹한 세상은 길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동정심에 호소하고, 하소연을 늘어놓는 건 아무런 득이 없다. 낙오된다는 것,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죽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