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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9891044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4-11-22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오롱골 9
천생의 인연 36
회상 51
사선의 길목으로 61
길병원에서 77
영혼의 시계 91
푸른 대평원 116
천황산의 천궁 125
일그러지는 자화상 162
파멸에 이르는 병 190
행복의 의미 211
천문이 열리는 제천의식 222
만강 만강이여 241
포석정의 돔 257
승천 300
환생 311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그 청사초롱을 든 동자의 걷는 걸음에 앞서다가 뒤서거니 하면서 졸래졸래 따랐는데. 나는 아무래도 생소한 골짜기에 들어서다 보니 줄 곳 둘레둘레 두리번거리며 그 깎아 지르는 암벽을 흩어보며 거닐었고. 이렇듯 험준한 산세만큼이나 골 깊은 골짜기를 얼마 정도나 더 걸었을까마는. 그 골짜기의 끝이 드러나는 지점에서 희미하게나마 아물거리는 불빛이 보이는 거였다. 그런데 여태껏 곁에서 청사초롱을 들고서 거닐었던 동자가 홀연히 살아지고 없는 거였다.
흠…. 이거 참! 도깨비에게 홀리기라도 하였나? 조금 전만 하여도 등불을 이리저리 비춰가며 걸었는데 말이지. 단지 그 동자는 나를 암자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모습을 드러내었던 걸까. 나는 요상 타 하면서도 머리를 갸웃거리어 돼 뇌이다 접어들어 서두르는 마음이었고. 오로지 그 아물거리는 빛을 향하여 걷다가 달려 나아갔다. 그리고 암자에는 그 동자가 말했던 대로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처자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는데. 양 촛대에서 환하게 비추어진 빛에 어찌 그리도 아리따워 곱디고운 모습이던지. 하지만 그 처자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망부석처럼 두 눈을 지그시 감고서 있었을 뿐. 나는 그러한 망부석처럼 궂어지어 옴짝달싹 움직이지 않는 처자의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고. 나는 그 숨 쉬는 소리마저 가다듬어가며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다가서서는 말을 건네었다.
[이 보오. 아가씨! 이토록 어두침침하고 먼지가 쌓여 드는 곳에서 여태 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요. 왜요…. 어쩜 씨앗이 꿈을 품고서는 한고비 고비의 긴긴 사연을 홀연히 믿음으로서만이 간직한 채 말이요. 이처럼 손꼽아 기다림이 하루의 한나절 같이 아쉽도록 펼치어 내려는 소망이듯 말이어요. 꼭 이렇게까지 인연을 맺기 위하여 타오르는 심지의 염원이 되었느냐 이 말이요.]
[으음….]
[이 보오. 어찌 묵묵부답의 아무런 말대답이 없는 게요. 꼭 천생연분의 선이 닿아야 했던 거였어요. 그리고 여기 길쭉한 인절미 떡이 맛나 보이는데 먹어봐요. 자~꾸물거리지 말고서 어서요. 나도 하나 먹을 터이니 아가씨도 나머지 하나는 먹어봐요. 자아 여기 인절미….]
나는 도마 위에 놓인 길 다란 인절미 떡을 절반으로 뚝 나누어서는 그 처자에게 건네주었다. 이내 아무런 말이 없었던 처자는 못 이기는 척 빙그레 미소를 머금는가 싶더니, 그 인절미 떡을 입에 넣고서는 오물오물하였다.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