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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70127408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9-08-02
책 소개
목차
이 책을 읽는 분들께 • 9
제1장 — 의사란 뭘까? • 15
토할 거 같은 _ 인턴 시절 이야기
제2장 — 선택의 기로에 서서 • 53
이제 좀 의사다워진 _ 시니어 인턴 1년 차 이야기
제3장 — 경력이 쌓이면서 생기는 일 • 91
분위기 파악이 좀 되는 _ 시니어 인턴 2년 차 이야기
제4장 — 돈보다는 소명 의식 • 121
이제야 겨우 의사로 인정받는 _ 시니어 인턴 3년 차 이야기
제5장 —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 • 149
인턴에겐 하느님 같은 존재 _ 레지스트라 1년 차 이야기
제6장 — 요람에서 무덤까지 • 185
컨설턴트를 꿈꾸는 _ 레지스트라 2년 차 이야기
제7장 — 덜 좋은 의사, 더 좋은 의사 • 221
따뜻한 의사가 되기로 한 _ 레지스트라 3년 차 이야기
제8장 — 의사에게 허락된 특권 • 263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 _ 레지스트라 4년 차 이야기
제9장 — 폭풍 전의 고요함 • 307
컨설턴트나 다름없는 높은 사람 _ 시니어 레지스트라 이야기
제10장 — 그리고 그 후 • 341
못다 한 이야기 • 351
덧붙이는 말 • 359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 363
추천의 말 • 365
옮긴이의 말 • 371
책속에서
헤엄치지 않으면 그대로 배와 함께 가라앉을 판이다. 이를 피하려면 헤엄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물론이고 많은 환자들이 함께 가라앉게 된다. 사실 기이하게도 나에게는 그 모든 일이 아주 즐거웠다. 물론 신물이 날 정도로 고단한 나날이었고, 어찌 보면 비인간적인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못 볼 것도 많이 봤다. 하지만 나는 의사였다.
처음으로 흡반분만을 했다. 갑자기 내가 산부인과 의사처럼 느껴졌다. 직접 아기를 분만시키기 전에는 그저 이름만 의사일 뿐이다. 레지스트라 릴리가 그것에 대해 나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혼자서 다 하고 나니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축하해요, 정말 놀랍도록 잘 해냈어요!” 릴리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곧 릴리가 한 칭찬이 산모에게 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나는 실리섬에 자기 유골을 뿌리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한 여자와 앉아 있다. 그곳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지만, 그녀가 사라진 후에 가족들에게 슬픈 장소로 기억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였다.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하는 그녀는 자기의 부재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떨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호출기가 울렸다. 오전 근무 교대를 위해 시니어 인턴이 인계를 요청했다. 나는 이 방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마취 상태가 아닌 환자와 함께 보낸 시간 중 가장 길었다. 집에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