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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0636153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08-12-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줄리아는 숨을 죽이고 리모컨을 손에 꼭 쥐었다. 과연 누굴까, 주변인물 모두를 샅샅이 다 찾아보았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단 한 사람. 이런 시나리오와 연출을 할 만한 유일한 사람의 이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너무 화가 나 할 말조차 잃은 줄리아는 거실을 가로질러 갔다. 이제 그녀의 예상을 확인해볼 차례였다.
줄리아가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딸각 하는 소리가 났고, 밀랍인형의 눈꺼풀이 스르르 올라갔다. 이제 밀랍인형은 더 이상 인형이 아니었다.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인형 아닌 인형이 아버지의 목소리로 물었다.
“벌써 내가 그리워진 거니?” - 본문 중에서
자식들만을 위해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얼마나 사랑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니? 그 자식들이 태어나고 몇 년간은 아예 기억을 못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후의 시간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고 언젠가는 자식들이 자유를 찾아 분명 내 품을 떠날 것이란 걸 알면서도?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어주지 않았다고 날 나무랐지? 그럼 자식들이 떠나는 날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는 알고 있니?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어떤 기분이라는 걸 알고 있니? 내가 설명해주마. 부모들은 자식이 떠나는 모습을 문턱에서 멍청하게 바라볼 뿐이야. 다 큰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은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말이다. 내 피요 살인 자식을 떠나게 만드는 그 무심함, 자식들로 하여금 부모를 떠나게 하는 그 무심함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그렇게 자식은 떠나고 문이 닫히면, 다시 모든 걸 배워야 한단다. 이제는 비어버린 공간을 다시 채워야 하고, 더 이상 아이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어지지. 자식들이 밤늦게 들어와 계단을 올라가며 내는 소리, 그토록 안심이 되어주는 그 소리를 듣고서야 마음 편히 잠이 들곤 했었지. 이젠 그 소리도 잊어야 하는 거야. 이젠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지. 떠난 자식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말이야. 알겠니, 줄리아? 하지만 그 어떤 아버지도, 또 그 어떤 어머니도 덕을 보자고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니야. 이게 바로 사랑이라는 거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우린 자식을 사랑하니까 말이다. - 388~389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