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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0636696
· 쪽수 : 222쪽
· 출판일 : 2010-10-1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비목어
난초와 풀꽃
빈 들판
풍경소리
제비와 제비꽃
해어화
해어견
명태
의자
망아지의 길
주춧돌
슬픈 목걸이
어떤 암탉
종이배
현대인
우제어
돌탑
못자국
기파조
거름이 된다는 것
왼손과 오른손
기다리는 마음
어린 대나무
서울역 눈사람
조약돌 이야기
다람쥐 똥
따듯한 사랑의 동화 / 도종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포기하지 않고 눈대중을 해가며 네 군데나 되는 의자 다리를 골고루 잘랐다. 그러기를 몇 차례나 되풀이했다. 그러나 의자에 앉아보면 의자는 여전히 어느 한쪽이 짧아 자꾸 뒤뚱거렸다. 그리고 의자의 높이마저 낮아져 앉아 있기에도 몹시 불편했다. 그는 화가 났다. 술기운 탓도 있지만 이 정도 의자 하나 제대로 해놓지 못한다 싶어 더욱 화가 치밀었다. 그는 이대로 의자를 베란다 밖으로 확 집어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의자를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뒤뚱거리는 의자에 앉아 다시 술잔을 들었다. 날은 더욱 흐렸다. 어느새 창밖에는 비가 뿌리고 있었다. 그는 의자를 한쪽 구석으로 밀치고 슬며시 취한 몸을 베란다 바닥에 눕혔다. 처량한 빗소리가 그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네 다리 길이가 고르지 않아서 의자가 뒤뚱거린 게 아니라 베란다 바닥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의자가 자꾸 뒤뚱거렸다는 사실을 그는 그때까지도 알지 못하고 줄곧 빗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 「의자」 중에서
‘이건 분명 환상이야. 빨리 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해.’ 젊은이는 환상에서 깨어나려고 머리를 뒤흔들고 눈을 비볐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맑고 시원한 물소리까지 들려왔습니다. ‘아, 이번에는 환청까지!’ 젊은이는 환청의 물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습니다. 그래도 물소리는 계속 들려왔습니다. 젊은이는 아예 자신의 머리를 모래 구덩이 속에 힘껏 처박아버렸습니다. 그 뒤 낙타를 끌고 온 두 명의 상인이 낙타에게 물을 먹이려고 샘터에 왔다가 양손을 샘가에 축 늘어뜨린 채 죽어 있는 한 젊은이를 발견했습니다. “아니, 이 젊은이가 왜 여기에 와서 죽어 있나? 여기까지 와서 목이 말라 죽어 있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상인 중 한 명이 참으로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러자 또 한 사람의 상인이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습니다. “이보게, 그건 말이야, 이 젊은이가 현대인이기 때문이야.” - 「현대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