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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0637433
· 쪽수 : 376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서문_흠과 흠이 만날 때
추천의 글, 하나_세상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추천의 글, 둘_우리가 영혼을 다치기 쉬운 날엔
1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2 나무는 언제 쉬는가
3 고통이 리듬을 타면 음악이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앓았던 병은 공황장애(Panic). 최근 몇몇 연예인들 때문에 많이 알려진 병이다. 그 증후와 그 양상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 공황장애라는 것은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자동차 경보기는 원래 자동차 도난 우려 시 울리는 장치다. 그런데 이 경보 장치가 잘못 작동되는 것이 공황장애의 메커니즘과 비슷하다. 가령,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공에 닿아, 경보기가 울린다거나 하는.
정신이 어떠한 공포 감정에 직면하면 몸에 신호를 보낸다. 그게 우리 신체의 이치다. 그런데 그 신호체계가 교란된 것이 바로 공황장애다. 시시로 때때로 경보 장치가 울린다. 사소한 자극에도 호흡곤란 증상이 온다거나 마비감이 오고, 비현실감이 육체와 정신을 사로잡는다. 꼼짝 못하고 당할 수밖에.
공황장애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건 아무래도 공황 발작(Panic Attack)이다. 기억한다, 1996년 2월 22일. 새로 전학 간 학교, 새로 전학 간 날, 자율 학습 시간에 무턱대고 찾아왔던 호흡곤란, 마비감, 비현실감. 그날 밤, 나는 아버지가 가슴 떨릴 때 먹으라고 사주신 우황 청심환을 무려 세 개나 먹었다. 퇴원하던 날, 주치의는, 나의 첫 발작(1996년 2월 7일)을 스트레스에 의한 고3병으로 추단하고 어떠한 약물 처방도 없이 퇴원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공황장애라는 게 심리적 질환이라 나의 증상이 공황장애라고 단정할 만한 어떠한 확신이 주치의에겐 없었던 듯싶다. 그리고, 1996년이라는 시간은, 공황장애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질 못했다.
내가 전학 간 학교는 전교생 기숙사 학교여서 처음 전학 간 날, 동급생들에게 물어물어 사감을 찾아갔다. 사감 선생님, 병원 좀 데려다주세요. 많이 아프니? 숨을 못 쉬겠는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 정도로? 언제부터 그랬지? 대략 두 시간 정도 된 것 같아요. 사감 선생님 병원 좀…… 그래, 얼굴이 사색이구나, 그런데 너는 누구니, 오늘 처음 보는데. 오늘 전학 왔어요. 아…… 그래, 일단 차에 타라.
병원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다. 밤이었고, 전학 간 학교가 위치한 곳은 공주 정안면에 위치한 특목고, 그야말로 깡촌이었다. 봉고 차 뒷좌석에 앉아서, 나는 도무지 조절되지 않는 호흡을 조절해보려고 할 수 있는 짓은 다해본 것 같다. 마비되어가는 팔다리, 그리고 가슴을 종주먹으로 계속 쳐댔다. 그래도 눈은 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죽을 것 같았으니까. 아,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그때 어렴풋이 죽음의 그림자를 피부로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병원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그리고 병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한 열아홉의 나는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없었다. 눈을 감았다.
깨어나보니, 아버지가 서 계셨다. 어떤 처방 때문이었는지 증상들은 다 사라졌다. 숨결은 고요해지고 마비감은 온데간데없고 말짱했다. 천안 단국대학교 부속병원. 나는 대전으로 다시 이송되었고, 주치의는 내게 자낙스(Xanax)와 바리움(Valium)을 처방해주었다. 나의 공황장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언제든 기록할 만반의 태세로 견디고 있으리라.
내 목숨의 숨결 가다듬으며
고요히, 고요히, 기다리리라.
목 위로 숨이 넘어오기 전까지 나는 시인이다.
시인이어서 행복하다.
시여, 목숨이여, 언제든 찾아오시라!”
“여행은, 마음이 지쳐서 마음을 쉬러 가는 행위가 아니라 지치지 않는 마음을 몸으로 정신으로 혹사시켜 어떤 균형점을 찾아가는 운동이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이 이상한 운동이야말로 연애의 은유고 문학의 은유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