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궁전

1. 귀국
2. 대한민국
3. 미움보다 더한 그리움
4. 감독회의
5. 제작발표회
6. 헌팅
7. 게임의 법칙
8 .때로는 의도가 진실보다 힘이 세다
9. 시사회
10. 초라한 성적표
11. 이성은 길을 잃었다
12. 가던 길을 멈출 수 없으므로

"너는 이미 모든 것을 혼자서 배웠더구나. 네 영화를 보고서야 알았다."
나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유폐된 삶이나 부채감에 싫증이 난 나머지 늘 아버지의 가르침과는 달리 행동하려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버지에게서 달아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원이 과거에서 달아나고 싶어했듯이. 그렇지만 그것을 시도하는 누구도, 단 한 발자국도 달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삶은 그런 것이다. 내 나이 서른을 한참 넘기고서야 영화를 한다는 것이 평생 서너 평 남짓한 진료실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공간의 크기가 아니라 내 안에서 진통을 통해 생산해내는 공간의 크기임을, 각자의 가슴에 품고있는 세상의 크기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