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백 희곡전집 1

다섯
셋
알
파수꾼
내마
결혼

라 : 참 좋은 생각을 해 냈지, 내가? 선장 앞에 끌려가서도 '우린 귀하에게 배삯을 내지 않았소.' 하고 딱 잡아 떼거든요. 그리고 두 손을 빌며 애원을 해야지.
가 : 살려 주십시사 애원을 해?
라 : 그래 애원을 하는 거요. 당신은 살고 싶지 않단 말이요?
가 : 살고 싶어.
라 : 애원을 하는 것으로 정합시다. 선장이 다른 놈들에게 '저 사람들 불쌍히 보이는구먼. 살려 주기로 하세.' 그럴 거야.
나, 다 : 꼭 그럴 겁니다. 그건 확실해요. 아이 좋아!
가 :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며) 이건 지랄판이군.
라 : (강하게 항의한다.) 뭐가 지랄이라는 거요? 설마 당신만이 다른 놈들 앞에서 우리가 배삯을 냈다고 폭로하려는 건 아니겠지?
가 : 그럴 리가 있겠오? 다만 엄청난 돈을 내고서도 동전 한닢 내지 않았다고 애원을 해야 한다니...
나 : 그래야 살 수 있다니까요.

- 이강백 희곡전집 1권 수록작,'다섯'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