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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71846612
· 쪽수 : 88쪽
· 출판일 : 2011-08-31
책 소개
목차
도서관 점령 대작전
사무엘은 책 읽기를 싫어해!
우리도 책이라면 끔찍해!
우리 손으로 바꾸자
책 읽기 싫은 아이들 모임
작전 개시
난장판이 된 도서관
마법의 시간
제대로 읽기 _ ‘책 읽기 싫은 아이들’을 위한 책
리뷰
책속에서
열쇠를 쌍둥이 자매에게 건네자마자 문을 잽싸게 이중으로 잠갔어요. 유세프는 사촌 형 딜랑과 힘을 합쳐 커다란 탁자로 비상구를 막아 버렸고요. 뒤쪽에서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하 지 않으려면 비상구를 미리 막아 놓아야 하니까요. 문고리 밑에도 의자를 단단히 받쳐 두었어요.
유세프네 집에서 미리 연습을 했다는 점만 빼면 꼭 영화 속 같았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로 영화에서처럼 일이 척 척 풀리지 않잖아요? 그러니 여러 가지 경우를 미리 대비해 두는 편이 좋지요.
우리 가운데 머리가 가장 잘 돌아가는 유세프가 자기를 따르라고 말했어요. 유세프의 지시를 따라 책장 속의 책을 죄다 꺼낸 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비상구를 막아 놓은 탁자 위에 책장을 올리기로 했어요. 유세프가 ‘하나, 둘, 셋!’을 외치자 다 함께 번쩍 들어 올렸지요. 정말이지 우리 여덟 명은 최고였답니다.
그런데 그때 바닥에 나뒹구는 책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떤 책은 활짝 펼쳐져 있고, 또 어떤 책은 책등이 위로 올라온 채 엎어져 있었지요. 물론 표지와 책장이 마구 구겨진 책도 있었고요.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책을 보는 순간, 그 위에 벌러덩 드러누운 채 온 몸으로 깔아뭉개고 싶은 충동이 들었어요. 책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닥치는 대로 책을 잡아서 허공이나 벽으로 내던지며, 책들이 박살나는 꼴을 본다면 얼마나신이 날까요? 책장이 마구 찢긴 책들이 힘 빠진 나비처럼 공중에서 너풀거리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겠죠? 그러면 정말로 속이 다 시원해질 것 같았어요. 이 마룻바닥에서 책들이 서서히 죽어 가게 내버려 두는 거지요. 당연히 후회 같은 것은 눈곱만큼도 없을 거예요.
“잘 아시겠지만, 사무엘이 책 읽는 걸 무척 싫어해요…….”
엄마가 이렇게 중얼거리면 선생님은 귀를 쫑긋 세워요. 선생님은 내가 책 읽기를 싫어하는 줄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면 엄마는 바로 이때라는 듯이 잽싸게 이렇게 덧붙여요.
“네, 얘는 책하고는 아예 담을 쌓았어요.”
“아, 사무엘이 책을 싫어해요?”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얘는…….”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이제 엄마가 늘 하는 말이 나올 차례예요.
“……책이랑 아주 원수가 졌답니다.”
나는 한 해도 빠짐없이 담임 선생님 앞에서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다고, 투명 인간이 되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엄마 앞에, 그리고 엄마가 아무 말 안 했으면 내가 책 읽기를 싫어하는 줄 몰랐을 선생님 앞에 더 이상 앉아 있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선생님은 나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한답니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로 완전히 찍히는 거죠. 그건 이빨 없는 악어의 신세나 마찬가지예요. 이빨 없는 악어는 먹이를 잡아먹을 수 없으니 불쌍하기 짝이 없지요. 그런 악어가 정글과 늪지에서 어떻게 자랄 수 있겠어요? 다른 악어들은 책을 신
나게 먹어 치우는데 그 틈에서 어떻게 배겨 나겠느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