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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71997079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6-02-01
책 소개
목차
감사의 말 007
여름의 다른 규칙들 013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참새들 077
여름의 끝 135
손편지들 193
그 비를 기억하렴 283
우주의 모든 비밀 357
추천글 (정욜, 청소년 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대표) 436
옮긴이의 글 442
리뷰
책속에서
어느 여름밤 잠이 들면서, 내가 깨어나면 세상이 달라져 있기를 나는 빌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세상은 그대로였다. 이불만 걷어 젖히고 그대로 누워 있자니 열린 창문으로 뜨거운 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손을 뻗어 라디오 다이얼을 돌렸다. 「혼자서」가 흘러 나왔다. 후지긴. ‘하트’라는 밴드의 노래였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도 아니었다. 가사 내용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신은 모르죠.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는 만 열다섯 살이었다.
나는 지루했다.
나는 비참했다.
내 심정 같아서는, 태양이 하늘에서 파랑을 싹 녹여 버렸으면 싶었다. 하늘도 나만큼 비참해지게.
-(여름의 다른 규칙들)
소년들. 나는 그들을 눈여겨보았다. 그들을 자세히 살폈다.
끝내 나는 내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남자애들한테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아주 넌더리가 났다.
어쩌면 내가 조금 우월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그저 그들과 말하는 법을 몰랐고, 그들 틈에서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몰랐다. 남자애들 틈에 끼어 있으면 내가 덜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애들 틈에 끼면 내가 멍청이 같고 부적격자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들은 모두 같은 동아리인데 나만 회원이 아닌 듯했다.
-(여름의 다른 규칙들)
나는 말없이 운전만 했다. 이대로 영원히 트럭을 몰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과연 사막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러나 찾았다. 마치 내 몸속 어딘가에 컴퍼스라도 숨겨 둔 것처럼. 우주의 비밀들 가운데 하나는 본능이 때로는 지성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트럭을 세우고 내린 다음 문을 꽝 닫으며 내뱉었다. “썅! 맥주를 깜빡했네.”
“맥주 없어도 돼.” 단테가 나직이 말했다.
“맥주가 필요해, 씨발!” 왠지 모르게 나는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고함은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나는 쓰러지듯 단테의 품에 기대서 울음을 터뜨렸다.
단테는 나를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주의 또 한 가지 비밀은, 때때로 고통이 폭풍우처럼 난데없이 밀려드는 것이었다. 더없이 쾌청한 여름 아침이 폭우로 끝날 수도 있다. 번개와 천둥으로 끝날 수도.
-(그 비를 기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