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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1998144
· 쪽수 : 275쪽
· 출판일 : 2017-05-08
책 소개
목차
1부 깡통촌 9 / 백설기 같은 동네에도 눈의 축복이 15 / 가오리연과 얼레 24 / 두 장의 편지 35 / 뜻밖의 초대 44
2부 깡통촌의 마지막 시간들 55 / 마침내 돈나무 공동체로 64 / 가치협동조합원이 되다 73 / 검은 헬멧이라 쓰고 싸가지 이효준이라 읽기 83 / 열아홉, 순환 보직 은행원 92 / 돈나무의 노숙자 할아버지 99 / 목장 소녀 하이디가 되고픈 망치소녀 온다정 113
3부 위조지폐의 출현 131 / 위조지폐범과 춤을 142 / 재노시의 한계 152 / 급식실의 채식주의자 156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돈 166
4부 수정이의 비밀 183 / 한국의 워런 버핏이 그냥 노숙자 할아버지 193 / 노란 대문집 할머니와 민화투를 197 / 미네르바 현자와의 점심 식사 209 / 우리를 죽였던 로투스 펀드 220 / 떠나려는 비겁한 용기 235
5부 그물망으로 만든 돈의 공장 241 / 또다시 8퍼센트의 비밀 252 / 인생이란 큰 강물과 가난이라는 큰 돌 260
작가의 말 27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름에는 찜통 같은 더위와 겨울에는 살을 에는 추위, 얼어 버려 똥탑이 쌓이는 공동 화장실까지 무엇 하나 사는 게 녹록하지 않은 이곳에서 가난을 배웠다. 돈이 없다는 건 그저 불편함일 뿐이라는 누군가의 말은 그 말을 듣는 그 순간까지였고 현실 속 가난의 불편함은 유통 기한이 긴 참치 통조림 같았다. 개봉하기 전까지는 부패하지 않는 상식. 그러나 뚜껑을 열고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썩기 시작하는 건 가난과 통조림 속 참치가 똑같다. 가난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언니의 말이었다.
씻지 않고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와 때가 찌들어 본래 색을 찾아볼 수조차 없는 옷에, 삭아서 끈마저 닳아 버린 낡은 작업화까지.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걸 제외하면 의심할 여지 없이 노숙자의 행색을 한 할아버지였다. 하지만 행색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어딘가 사연이 많은 듯한 그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쭈뼛쭈뼛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책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내게 말을 붙였다.
“먹을 거 좀 있냐?”
긴장했던 순간이 지난 자리에 직업병이 돋아났다. 잠시 만진 명애의 새 휴대폰이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카메라, 무선 섹션 등으로 차례차례 분해되어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내가 조립하고 명애가 액정 화면을 닦고 조장이 검수를 한, 지난달에 출시된 수십만 대의 휴대폰 중 하나라 이제는 눈을 감고도 그 속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우리의 한 달치 월급과도 맞먹는 저 비싼 휴대폰을 사면서 명애는 이렇게 말했다.
‘돈 버는 족족 가족들한테 보내는데 고마워하지도 않고, 큰딸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신경 쓰지도 않는 엄마 아빠한테 뭘 바라고 공순이가 된 건지. 지난달부터 월급 반만 보내고 내가 사고 싶은 거 사고, 먹고 싶은 거 먹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