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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야기/건축가
· ISBN : 9788971999615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19-06-06
책 소개
목차
제 1 일 · 서울-로마
여행을 위하여 주머니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012
동숭학당·여행의 기술·로마 입성
제2일 · 수비아코-티볼리
청빈과 순결 그리고 순종 038
베네딕토와 수도 규칙·빌라 아드리아나
제3일 · 로마
명료함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없다 058
불면·판테온
제4일 · 로마-바사노 로마노
인연 072
로마 국립현대미술관·산 칼리스토 카타콤베·산 빈첸초 수도원
제5일 · 아시시-시에나-산 지미냐노
이미타티오 크리스티 094
수도원의 발생·생 갈렌 수도원의 도면·성 프란체스코·아시시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시에나 대성당·바벨의 탑
제6일 · 산 지미냐노-갈루초-피렌체
클로이스터와 모나스터리 144
체르토사 델 갈루초·피렌체·투시도의 세계·도나텔로의 마리아
제7일 · 루카-제노바
경계 밖으로 스스로를 추방하는 자 174
산 조반니 바티스타 교회·루카의 지문·산 마르티노 성당의 미로·혼자 사랑·산 펠레그리노 산투아리오 수도원
제8일 · 제노바-로크브륀 카프 마르탱-생 폴 드 방스-빌뇌브 루베
그렇다, 전해지는 것은 사유뿐이다 216
르 코르뷔지에·카바농·헤테로토피아·지중해
제9일 · 르 토로네-고르드-생 레미 드 프로방스
진실에 대한 증언 252
르 토로네 수도원·키리에 엘레이손·세낭크 수도원·생 레미 드 프로방스의 루쌍 호텔
제10일 · 아비뇽-그르노블
너를 위하여 우상을 만들지 말라 304
아비뇽 교황청·고해·그르노블
제11일 · 생 피에르 드 샤르트뢰즈-리옹-에브
완전한 침묵 속에서만 듣는 것이 시작되며, 언어가 사라질 때에만 보는 것이 시작된다 318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불안·쿠튀리에 신부·라 투레트 수도원·마산 성당의 기억
제12일 · 클뤼니-아르케스낭-벨포르
나는 저승을 믿지 않는다 390
빈 나자로 수도원의 기억·클뤼니 수도원의 폐허·르두의 이상 도시·산 자만이 부활의 삶을 산다·명례성지
제13일 · 롱샹-베즐레
건축은 빛 속에 빚어진 매스의 장엄한 유희 430
프로테스탄트·롱샹 성당·퐁트네 수도원·베즐레 성 마들렌 성당·십자가
제14일 · 바르비종-파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488
추방당한 순교자 기념관·빌라도의 물음
순례를 끝내며 508
추천사 51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가 현실에 살면서 얻는 정보나 지식으로 나도 모르게 어떤 사물이나 장소에 대해 환상을 쌓게 되는데, 그 환상은 부서지기 쉬운 달걀 껍데기 같아 힘이 없다. 심지어 우리의 삶을 허위로 내몰 위험도 있다. 믿건대, 힘은 진실로부터 나오며 진실은 늘 현장에 있어, 현장에 가는 일인 여행은 그 장소가 가진 진실을 목도하게 하여 결국 우리에게 현실로 돌아가 일상을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한다. 적어도 나에게 이 말은 항상 사실이었다. (…) 단체 여행은 훈련이지 여행이 아니다. 그래서 수십 명이 우르르 가는 일은 한사코 피했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단체를 이끄는 일이 불가피해지고 말았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단체여도 개인처럼 여행하자는 것이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나 지식을 먼저 습득시키고, 여행지에서는 되도록 자유를 주며 저녁 식사도 가급적이면 개별 혹은 조별로 하게 한다.
- ‘제1일 여행을 위하여 주머니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에서
세운 자의 영광을 영원히 기리고자 아무리 튼튼하게 지었다 해도, 도시와 건축이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돌 더미의 폐허에 서면, 원래 모습을 상상으로 복원하고 그 속에 있었던 삶들을 추론하는 일이 흥미진진하지만 그 일의 끝에는 늘 허무가 기다리고 있다. 건축과 도시는 사라지는 숙명을 피할 길이 없으며 남는 것은 오로지 우리가 거기에 있었다는 기억뿐이라는 것, 이 사실만이 진실이다. 앞으로 이 기행에서 만날 무수한 폐허의 풍경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그런 불가항력에 대한 순종 아닐까.
- ‘제2일 청빈과 순결 그리고 순종’에서
내 부모님은 해방 직후 더 자유로운 종교적 생활을 찾아 월남했다.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 우여곡절 끝에 부산으로 피난했고, 나는 구덕산 아래 피난민촌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부모님은 구덕 교회를 만들다시피 했고 나는 그 교회에서 자랐다. 내게 교회 마당은 놀이터였고 교회 골방은 공부방이었다. 찬송과 기도 소리는 늘 내 몸 안팎에 머물렀다. 기독교와 교회는 그냥 내게 주어진 환경이었다. 그러니 이 종교를 나 스스로 가진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중학교 시절부터 격심하게 정신적으로 방황했다. 신이란 무엇이고 내가 왜 기독교를 믿어야 하는지, 어린 가슴에 끊임없는 질문이 솟았다.
- ‘제3일 명료함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없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