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4695
· 쪽수 : 415쪽
· 출판일 : 2010-10-15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헤베 존스는 남편이 드디어 수집을 끝마쳤으니 이제 그만두겠거니 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어느 날 밤 남편이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왼쪽 발에서 젖은 양말을 벗겨냈을 때 그녀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남편은 꼬리 끝만 살짝 건드려본 용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사람처럼 광적인 신념에 불타고 있었다. 그는 서류 양식을 갖춘 편지지와 짝이 맞는 편지봉투를 구해놓았고, 날씨에 취미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편지를 교환하려는 의도에서 비의 수호성인인 성 헤리베르트의 이름을 따서 ‘헤리베르트 향수 클럽’을 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유일한 답장은 세계 최고의 강우량을 기록하는 인도 북동부 모신람에 사는 익명의 주민이 보낸 편지였다. 물에 젖었던 자국이 역력한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만 달랑 쓰여 있었다. “발사자르 씨, 그 미친 짓에서 하루라도 빨리 손을 떼십시오. 비에 젖어 사는 사람은 미치광이보다 더 나빠요.”
“펭귄들이 없어졌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오스윈 필딩이 벽에 걸린 루돌프 헤스의 사인 액자 바로 옆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대며 물었다.
“애초에 이곳으로 오지 않았어요.” 발사자르 존스는 누군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그러면 어디 있다는 겁니까?”
오스윈 필딩의 물음에 발사자르 존스는 턱수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소이다. 이삿짐센터 직원 말로는 휘발유를 넣으려고 차를 세웠는데 자기가 돈을 내고 돌아와 보니 화물칸 문과 조수석 문이 열려 있고 펭귄들이 온데간데없더라는 거요.”
“조수석에는 누가 타고 있었죠?”
근위병 발사자르 존스는 상대방의 시선을 외면하며 웅얼웅얼 대답했다. “펭귄 한 마리요.”
시종무관이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 내리며 말했다. “제길. 아르헨티나에서는 우리가 고의로 펭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거요. 그런 문제로 또다시 곤란해지고 싶지는 않은데. 이봐요, 선생. 펭귄은 어디 있냐고 누가 묻거든 이동 중에 멀미를 일으켜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고 대답하십시오. 내가 비밀리에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남편이 한 번도 울지 않았다는 게 용서가 되지 않아요.”
노인이 헤베 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로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더라도 슬퍼하는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지요.”
헤베 존스는 베일처럼 앞을 가린 눈물 너머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이가 우리 애를 사랑하기는 했는지 의심이 들어요.”
그러자 레지날드 퍼킨스가 굽은 손가락을 쳐들며 물었다.
“아들이 살아 있었을 때도 그걸 의심한 적이 있소?”
“한 번도 없었죠.”
“그게 당신의 답인 거요.”
노인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