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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72757801
· 쪽수 : 504쪽
책 소개
목차
오리의 신비로운 언어학 이론 9
감사의 말 497
옮긴이의 말 499
책속에서
해나는 세상에는 서로 사랑하거나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들, 또는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또는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구를 사랑하는지, 또 누구를 사랑하지 않는지,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지에 따라 모든 사람을 규정할 수 있다고 해나는 와인을 더 마시며 말했다. 마음속에 품은 사랑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인간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의 정체성이기도 했다.
어머니를 말기 단계에 낯선 사람들 틈에서 지내게 하다니, 참 부당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곧바로 개성도 과거도 없는 ‘노인’이 되어버렸다. 거기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를 타고 들어오는 순간 시작되었다. 과거에 알았던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어머니는 전형적인 노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이.
노년의 익명성은 죽음과 함께 찾아오는 소멸로 가는 과정 또는 그 준비였다.
문제는, 솔직히 말하면 문제는 오리가 머스커비 오리라든가, 또는 어떤 종류든 오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싫다는 점이었다. 해나는 그가 오리 무리라든가 떼라든가, 무엇이든 다른 오리들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기를 거부했다. 오리를 분류하는 것이 싫었다.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알고 싶지 않았다. 해나는 본능적으로 오리가 수컷이라고 짐작했지만, 이유는 알지 못했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오리가 누구랑 짝짓기를 하는지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관찰 이외에 다른 출처를 통해 오리에 대해 알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의 오리가 누구든, 무엇이든, 지금 그대로의 하나뿐인 오리 이외의 그 무엇이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