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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8877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책속에서
그가 태어날 때 그들은 왜 그를 죽일 듯이 그랬을까?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게 하고, 닫힌 자궁 경관에 자꾸 머리를 들이받게 하고, 탯줄로 목을 감아 조르고, 차가운 가위로 어머니의 배를 서걱서걱 가르더니 그의 머리를 집게로 잡아 목을 좌우로 비틀고, 집에서 끌어내 때리고, 수술대에 빈사 상태로 누워 있는 어머니에게서 그를 데려가 불빛으로 눈을 들이비추고 검사를 하면서 말이다. 이전 세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파괴시키려고 그랬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감금으로 넓은 공간을 갈망하게 하더니, 이제는 그를 죽일 듯이 그랬다. 이렇게 소란한 사막 같은 곳이라도 그에게 넓은 공간이 주어졌을 때 감사하게 하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곳은 그를 감싸고 모든 것이 되어 주었던 그 따뜻한 전부가 아닌, 오직 어머니의 품이 붕대처럼 그를 감싸는 곳, 두 번 다시 그 전부가 될 수 없는 곳이었다.
_ 2000년 8월, 「1」
일단 말을 배우면 세상은 묘사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세상은 묘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세상은 우리가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었을 때 더 완벽했다. 로버트는 동생이 생기자, 오직 그의 생각만이 그를 인도했을 때는 어땠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일단 언어에 맞물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온 기름 찌든 몇천 개의 단어 꾸러미를 이리저리 섞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새로움을 느낄 작은 순간들이 있을 수는 있어도 그건 생각의 원료에서 어떤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진 것이지 세상의 삶이 성공적으로 번역된 것은 아니다. 생각이 언어와 뒤섞이기 전이라고 해서 세상의 눈부신 빛이 그의 관심의 하늘에 작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_ 2000년 8월, 「2」
“넌 어떤 타르트를 먹고 싶어?” 질리가 로버트에게 물었다.
모두 다 똑같이 역겨워 보였다.
로버트는 엄마를 흘긋 바라보았다. 엄마의 구릿빛 머리칼이 젖을 문 토머스 위로 구불구불 흘러내렸다. 로버트는 그것을 보며 두 사람이 젖은 진흙처럼 섞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머스가 먹고 있는 걸 먹고 싶어요.” 로버트는 소리 내 말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그 말이 그만 툭 튀어나왔다.
짐, 질리, 로저, 크리스틴은 당나귀처럼 크게 웃었다. 로저는 웃을 때 더 화가 나 보였다.
“나는 모유로 할게요.” 질리는 술에 취해 잔을 쳐들며 말했다.
로버트의 부모는 그를 쳐다보며 동정 어린 미소를 지었다.
_ 2000년 8월,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