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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밤이 내게 기어든다

해가 지면, 밤이 내게 기어든다

릴라 모틀리 (지은이), 안현주 (옮긴이)
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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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밤이 내게 기어든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해가 지면, 밤이 내게 기어든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3367117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6-04-30

책 소개

2022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오프라 북클럽에 선정되고, 그해 부커상 롱리스트에 최연소 후보로 지명되었으며,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은 필력과 주제의식을 보여주며 수많은 매체들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릴라 모틀리의 『해가 지면, 밤이 내게 기어든다』는 미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저자소개

릴라 모틀리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2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릴라 모틀리는 16세에 오클랜드 청소년 시인상 수상자로 지명되었고 <뉴욕 타임스>에 그 시가 실렸다. 16세 때부터 쓰기 시작해 2022년 출간한 데뷔작 『해가 지면, 밤이 내게 기어든다』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와 오프라 북클럽 선정도서가 되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역대 최연소 부커상 후보작 선정이라는 영광과 함께 아마존, 타임, 뉴요커 등 수많은 매체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람다 문학상, 펜/헤밍웨이 문학상, 허스턴/라이트 유산 상, 펜오클랜드/조세핀 마일스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2025년 발표한 두 번째 소설 『The Girls Who Grew Big』 역시 아마존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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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주 (옮긴이)    정보 더보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마크 피셔의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루이즈 페니의 『집으로 가는 먼 길』, 『빛이 드는 법』,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G. K. 체스터튼의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와 『방해하지 마시오』, 『낫씽맨』, 『여자가 쓴 괴물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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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마커스는 내 주변에서 이 아파트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사이 거기 누워 자고 있다. 우리는 있는 걸로 근근이 버티고 있고 집세는 두 달치쯤 밀렸고 마커스는 수입이 전혀 없다. 나는 주류 가게에서 교대 근무를 구걸하고 있고 찬장에 크래커가 얼마나 남았는지 세고 있다. 우린 지갑조차 없고 마커스를, 그의 혼절한 얼굴을 보면서 나는 이번에는 헤치고 나올 수 없을 것을 안다, 우리 세계가 산산이 부서졌었던, 엄마가 있던 자리에 빈 사진틀만 남은 지난번처럼은.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왼쪽 귀에서 조잡한 귀걸이가 반짝거린다. “원한다면 네 지원서를 사장한테 넘길 수 있지. 사장은 항상 더 예쁜 여자애들을 찾으니까. (중략) 네 이름하고 전화번호를 줄 수도 있겠지.” 그는 카운터 뒤에서 펜과 포스트잇을 쥐고 몸을 구부려 받아쓸 준비를 한다. “몇 살이지, 자기야?”
나는 그 호칭에 움찔한다. “열일곱이요.”
그는 몸을 펴고, 살짝 찌푸린 표정이 마침내 얼굴 전체에 번진다. “우린 열여덟 아래는 고용할 수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린 문으로 빛이 들어오는 곳을 향해 몸을 돌린다. 열여덟이 돼 봤자 얻는 건 투표권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투표 따위보다 얻을 게 더 있는 게 분명해졌고 내 생일이 조금 더 빨리 오면 좋겠다.


평소에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밤이 모든 걸 물들이는 방식에는 믿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사후세계나 천국, 그런 헛소리를 믿는 건 아니고. 그건 그저 우리가 죽음을 좀 더 기꺼이 느끼게 할 따름이고, 나는 사실 애초에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다. 그저 별들이 줄을 서서 또 다른 세계로 느릿느릿 따라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세계일 필요는 없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곳이 좀 다를 거라 생각한다. 거기선 사람들이 좀 다르게 걷는다든가. 노래로 말을 한다든가. 어쩌면 모두 얼굴이 같거나 얼굴이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하늘을 바라볼 시간이 충분할 때면, 나는 내가 운 좋게도 그 무언가를 얼핏 볼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하지만 항상 이 행성에 끌려온다.


도서 정보 제공 : Yes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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