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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72759638
· 쪽수 : 92쪽
책 소개
목차
몬트리올 서커스
고치지 않는 마음이 있고
새를 사랑하면 새 교수에게
사랑받는 제자가 될 수 있다
쉽게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낭독회에서
유턴
아내가 이걸 모르겠다 싶었다
하지만 내일은 꼭 운이 나쁘지
당신은 당신에게 잘못할 수 없습니다
이 수박을 들고 너를 찾아가고 싶다
사랑 없이 죽어버린 사람처럼
전처가 여길 약속 장소로 정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내를 지나 양을 지나 염소를 지나……
길은 어떻게든 다시
에이의 침울한 기분은 새로운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닙니다!”
우리는 바닥을 치우다가 사랑을 나누었다
두 번 만난 친구에게 벌써 섭섭해지는 시간
우리는 올가을 학동사거리에서 결혼할 것이다
당신의 유산은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
그가 춥다면 나의 생각이 그의 외투에 단추 하나 덜 달았기 때문에
도둑도 마음도 아까 놓쳐버린 것 같다
뜨겁거나 차가운 생각, 같은 엔딩을 누군간 생각하지만
나의 영원한 친구는 설명하지 않기
그리고 언젠가는 새 주인이 든다
에세이 : 맞아요, 그 풍뎅이-파주 풍뎅이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수박을 들고 무더운 길을 걷는다. 이 수박이 특별한 맛을 냈으면 좋겠다. 수박이 우리의 오전을 오후로 금방 바꾸어주면 좋겠고, 그래서 네가 오늘과 여름을 미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예배의 지루한 순서처럼, 위안이 되는 익숙한 형식처럼, 현관에 서서 나는 아이를 받아 안는다, 너는 아이와 바꾸어 수박을 들어 안는다. 서로에게 먼저 들어가라 권한다. 진짜 우리는 친구 같다. 거짓말같이 선명한 줄무늬처럼,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시간이 한눈에 그려지는 것 같다.
―「이 수박을 들고 너를 찾아가고 싶다」 부분
그래, 사실 나는 지금과 다르게 살 수도 있었지, 고작 그 정도 생각에 빠지는 시간. 그런데 슬프다 마는 그렇고 그런 생각이 이마를 들쑤시기 시작하는 시간. 아까 눈꺼풀을 통과한 빛은 아래로 아래로 한참을 더 내려가는 중인데, 여전히 친구는 연락이 없는 시간. 그렇다고 다 큰 어른이 놀이터에서 놀 수도 없는 시간. 울음을 짜낼 수도 없는 시간. 잠시 갇힌 시간. 갇힌 김에, 빛보다 빠르게 나의 생각이 빛살을 거슬러 오르는 시간. 동시에 세 번째 빛이 두 번째 빛을 놀이터 밖으로 밀어내는 시간. 어차피 빛이란 균일한 것인데…… 감상을 돌이키기 직전의 시간. 친구는 분명히 오고 있고 이따 술을 먹든 밥을 먹든 하게 될 시간.
―「두 번 만난 친구에게 벌써 섭섭해지는 시간」 부분
어느 날 도둑이 그 담장을 넘어 빈집을 넘봐도 나의 영혼은 힘도 못 쓸 것 같다 도둑도 마음도 아까 놓쳐버린 것 같다 다 큰 자식도 못 알아볼 것 같다
아내를 잊고 싶지 않다 그녀를 깨워서 같이 밥 먹고 물 마시고 키스하고 싶다
하지만 어느 날 끝내 잠에서 못 깨어난 그녀가 스르르 담을 타고 집을 나가도 모를 것 같다 내가 기다리는 것들 다 사라졌는데 영원히 휘날리며 기다릴 것 같다
개 짖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몇십 년에 걸쳐 조금씩 더 찢어지는 것 같다
―「도둑도 마음도 아까 놓쳐버린 것 같다」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