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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88972880424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15-10-1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내가 아프다고 했잖아” - 심기증, 그리고 심기증 환자에 대하여 11
1 계획을 세우고 고치는 일에 광적으로 집착한 우울증 환자, 제임스 보즈웰 33
2 자기 몸에 병이 있다고 생각한 신경병 환자, 샬럿 브론테 72
3 헛배부름을 호소하며 혼자 있고 싶어한 소화불량증 환자, 찰스 다윈 106
4 희생과 헌신에 중독된 신경쇠약증 환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136
5 육체의 고통이 예술의 일부라 믿은 감각과민증 환자, 앨리스 제임스 171
6 여자가 되고 싶었던 망상증 환자, 다니엘 파울 슈레버 214
7 약초 연기 자욱한 컴컴한 방의 천식 환자, 마르셀 프루스트 245
8 손가락을 다칠까 봐 악수를 거부한 강박증 환자, 글렌 굴드 279
9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린 딸기코 청년, 앤디 워홀 312
에필로그 두 개로 나뉜 하나의 몸 - 춤추는 마이클 잭슨, 병들고 겁에 질린 마이클 잭슨 351
감사의 말 364
옮긴이의 말 366
참고문헌 368
리뷰
책속에서
심기증의 역사, 즉 심기증이란 말의 과거의 의미와 오늘날의 의미의 역사는 수세기를 거치며 증상의 수가 현격히 줄어든 ‘실재하는’ 질병의 역사이면서 또 최근 들어 다시 한 번 하나의 병리적 현상으로, 즉 인식 가능한 증상과 시도해볼 만한 치료법을 가진 장애로 인식되는 다종다양한 수많은 가상 질병의 역사다. 그 연대기는 혼란스럽고 어휘는 모호하며 다층적 의미를 지니고, 그 병은 때로 환자들이 상상하는 공포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얻을지는 분명하다. 심기증에 대한 생각은 근본적 의미에서 질병의 본질을 생각하는 것이며, 무엇을 병이라 부를 수 있고 없는지를 묻는 일이며, 우리의 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지를 묻는 일이다. 심기증의 역사는 우리에겐 더 확실하고 친숙한 의학사의 엑스레이 사진이다. 그 사진은 몸에 대한 우리의 희망과 두려움의 숨은 구조를 드러낸다.
- <프롤로그> 중에서
그녀가 겪은 심기증의 불가사의한 내면을 들여다보려면, 당시 그녀의 위기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는 소설 『빌레트』의 내용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의 화자 루시 스노는 심기증 환자를 자임한다. (중략) 루시는 사람들 앞에서 말수가 적었다는 점에서 샬럿을 닮았을 뿐 아니라 샬럿이 그랬듯 자기 방과 책과 원고의 내밀함이 기숙학교의 감시체제에 노출되고 있다고 느낀다. 자신의 미래자아를 만들어낼, 자신만을 위한 완벽한 고독을 찾으려면 이제 병에 걸리는 수밖에 없다.
- <자기 몸에 병이 있다고 생각한 신경병 환자, 샬럿 브론테> 중에서
정신과 도덕이 오빠들의 주제였듯 그녀가 앓았던 병은 그녀의 문학적 주제였다. 앨리스 제임스는 죽어가면서도 기어이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자신의 말을 받아쓰게 할 방법이 없는지 찾았다. “모든 죽음이 공유하는 문제점은 친구한테 그 일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럼 무슨 재미로 죽지?”
- <육체의 고통이 예술의 일부라 믿은 감각과민증 환자, 앨리스 제임스> 중에서
1903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으나 망상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던) 슈레버는 명저 『한신경병자의 회상록』을 통해 자신의 증상들이 얼마나 장대한 규모로 나타나는지를 묘사했다. 그의 글에 따르면, 그는 가족과 의사들과 간호사들로 인해 고통을 당했다. 하지만 가장 드라마틱한 주장은 자신이 새로운 인류 탄생을 위한 신의 선택을 받았으며 새 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해 서서히 여자로 변신 중이라는 것이다. 슈레버의 충격적인 생각은 거의가 어떤 방식으로든 그의 몸과 관련을 맺는다.
- <여자가 되고 싶었던 망상증 환자, 다니엘 파울 슈레버> 중에서
프루스트의 침실은 오늘날까지도 가장 유명한 프루스트의 이미지로 통할 뿐 아니라 그가 얼마나 오랜 세월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고 수도자처럼 은둔생활을 하며 소설에 몰두했는지, 얼마나 예민하고 신경쇠약증적 혹은 심기증적 성격을 지닌 사람이었는지를 가장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침실 바닥과 침대 주변에는 프루스트의 건강 상태와 글쓰기 작업을 고려해 고심해서 만든 물건들이 널려 있었다. 침대 주변은 그의 건강뿐 아니라 그의 소설을 지키기 위한 것,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성이 앞서는 일종의 생명유지 구조로 짜여 있었다.
- <약초 연기 자욱한 컴컴한 방의 천식 환자, 마르셀 프루스트> 중에서
스타인웨이의 모든 직원은 굴드가 신체 접촉을 매우 싫어한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잘 알았다. 격한 악수는 자신의 손가락을 다치게 할지 모른다고 스타인웨이 디렉터들에게 미리 경고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얼마나 예민했던지 급기야 대기실 출입문에 경고문까지 붙였다. “다음과 같이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로 시작되는 그 경고문은 방문객들에게 악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부탁이 무례해 보일지 모르지만, “다만 혹시 모르는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그 경고문은 말했다
- <손가락을 다칠까 봐 악수를 거부한 강박증 환자, 글렌 굴드> 중에서
사반세기에 걸쳐 잭슨이 자신의 육체와 맺은 관계는 병적 수준의 공개노출과 완벽한 수수께끼를 차례로 오갔다. 그가 자신이 앓는 질환과 관련한 몇몇 사실을 공개했을 때는 아무도 믿지 않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언론에 억지로 떠안기자 통째로 삼켜졌다. 정작 자신은 세상으로부터 점점 숨는데도, 자기 육체와 관련한 이미지와 정보는 점점 더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급기야 거대한 부와 직업적 안전성을 지키는 차단선마저 넘고 말았다. (중략) 제왕적 육체 이면에는 겁에 질린, 병을 앓는, 중독된, 상처 입은 또 다른 몸이 존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음하는 그 몸은 빛 가운데로 나왔고 사람들은 물론 잭슨 본인조차 어느 몸이 진짜인지 혼란에 빠졌다.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