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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885054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13-07-15
책 소개
목차
물소리
개미, 내 가여운 개미
또 밤이 오면
옷 잘 입는 여자
기록
윤미와 추믈
꽃마차는 달려갑니다
기억할 만한 지나침
작품 해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다, 모든 것이 다, 이제 곧 사라지게 되는 마을의 적막한 한낮, 묘소를 이장하는 저 사람들의 자취도, 허물어져가는 낡은 집에서 마지막 남아 마지막 농사를 거두고 있는 저 노인네의 흔적도, 그 노인네가 아침저녁 들여다보는 숫자만 커다란 옛날식 달력도, 벽에 걸어둔 주황색 플라스틱 쓰레받기도, 칠이 벗겨진 오래된 개집도, 흔적도 없이 모두 물 아래 깊은 숨을 쉬게 되는 마을. (…중략…) 사방에, 찰박찰박, 찰박찰박 물소리…….
폭식증……. 남몰래 무엇인가 빠르게 입속으로 구겨 넣기. 우리가 함께한 이 년 남짓한 기간 동안 그녀는 계속 그런 슬프고 아픈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나는 계속 세월에,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 같은 청춘에 먹히는 기분이었다.
어둠이 내린다. 남편은 또 늦을 것이고 아버지는 또 밤을 반 공기만 비우시고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갈 것이다. 또 밤이 오면, 우리는 집 안의 모든 불을 환하게 밝히고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서로를 괴롭히는 닦달과 비난과 공격, 그 익숙한 노래들을 일제히 합창한 다음.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져 그저 일 절만 깔끔하게 부른 다음. 가출의 원인이 적어도 나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만큼만 부른 다음.
(…중략…)
전화벨이 울린다. 뛴다. 그저 뛴다. 시아버지에게 내 발소리가 크게 울리도록 뛴다. 끊어져라, 끊어져라, 속으로 외치면서 한없이 느리게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