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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현대미술
· ISBN : 9788972979197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8-09-03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프롤로그: 불편한 미술의 시작
1장 폭력
2장 죽음
3장 질병
4장 피
5장 배설물
6장 섹스
7장 괴물
에필로그: 결국 모두가 타자
주
참고문헌
도판출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언젠가부터 나는 불편한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스스로 웃으면서 농담조로 어둠의 미술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도 있다. 어둠이란 단어는 혐오스럽거나, 잔인하거나, 끔찍한 무엇,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불편한 주제와 재료를 전면에 내세운 미술, 그와 관련된 이론들을 연구한다. 아직 연구자라는 단어가 조심스러울 정도로 초짜이지만 그럼에도 내 취향은 분명하다. “왜 그렇게 끔찍한 것을 좋아하는 거야?”와 같은 질문도 수없이 받았다. 그러나 온전한 답변을 해본 적은 거의 없다. 질문자들 대부분은 내 답변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 질문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완곡한 표현이었다.
세라노는〈시체 안치소(The Morgue)〉시리즈에서 실제 시체를 사진 촬영했다. 〈시체 안치소〉가 허스트의 작품들에 비해 우리나라에 덜 알려진 것은 그 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 작품들은 발표 당시 죽은 자의 존엄을 훼손했다는 강력한 비난을 받았다. 시체 안치소에 냉동 보관되어 있던 인간의 시체를 촬영한 것이라 당시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클로즈업(close-up)되어 피부의 주름과 솜털까지 선명히 보이는 거대한 사진들은 관객들이 관음증적 엿보기를 하는 것 같은 불편함까지 이끌어낸다. 그러나 사람들을 자극하거나 분노하게 하는 것은 세라노의 목표가 아니었다.
〈자아(Self)〉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몸 안에 있을 때에는 생명의 상징, 몸 밖으로 나오면 죽음의 상징인 피를 재료로 자신의 자화상을 만들었다는 것은 유한한 존재인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위한 것이다. 사실 혈액은 특정한 개인의 정체성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몸의 일부다. 피는 DNA 정보를 비롯한 몸의 상태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혈액 검사만으로 질병의 유무와 건강 상태, 가족 관계 등을 알아낼 수 있다. 따라서 〈자아〉는 겉모습을 재현해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겉과 속 모두 퀸 자체인 진정한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