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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가
· ISBN : 978897483350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08-07-10
책 소개
목차
만 개의 쌀이 만든 디지털 초상 이동재의 방
소심한 동구리의 거침없는 질주 권기수의 방
이 세상 모든 어미들의 눈물을 닦아 주다 윤석남의 방
인생을 그리는 카투니스트 김동범의 방
이 시대가 당신의 몸에 새긴 문신들 김준의 방
화가는 입히고 관객은 벗긴다, 변신하는 캔버스 배준성의 방
번개머리 여전사 비너스에 도전하다데비한의 방
나는 거꾸로 조각한다이영섭의 방
한국화의 즐거운 진화손동현의 방
생각이 작품이다배종헌의 방
리뷰
책속에서
“난 작업하는 것만 즐겁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 솔직히 일단 작업했으면 그걸 누군가가 봐야 되고 소통해야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 작품이 끝나면 어디서 전시를 해야 되나’ 고민을 하지. 이거 다 끝나려면 앞으로 2년은 더 있어야 될 것 같아. 2003년에 데생부터 시작했으니까 한 6년 프로젝트인가봐. 물론 예술도 유행이 있고, 설치미술이라는 게 그때 되면 지하로 싹 들어갈 수도 있겠지. 사실 요즘은 평면 위주의 작업을 많이 하잖아, 그게 또 팔리니까…. 미술계라는 게 반짝 스타를 키워내기도 해. 나 같은 경우도 그동안 활발히 활동했지만 내가 저 작업을 끝낼 즈음이면 윤석남이 누구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위험이 있어도 난 이걸 끝내야 된다고, 그 사이 잊혀진데도 난 이걸 해야 돼. ” (윤석남 76p)
빨강 커튼과 하얀 커튼 사이에는 긴 복도가 있는데 거기에도 아주 작은 빨간색 소반 하나가 놓여 있다.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부분에 포인트를 주는 센스가 남다르다. 도록이 놓인 테이블이며 깔끔한 소파는 물론이고, 업소용 냉장고마저 김준의 작업실을 더욱 세련돼 보이게 한다. 거기에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마다(?) 만진다는 여성 가슴 모양의 실리콘이라든가 남자 성기가 드러나 있는 라이터 등 기발한 소품들은 “풋!” 하는 웃음을 자아낸다. 감추면 퇴폐적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이 드러내니까 유쾌한 장난이 된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본인의 욕망을 다른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해 온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누구나 갖고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았던 숨겨진 욕망을 속 시원히 드러내는 작가인 것 같다. (김준 145p)
“나중엔 이천의 한 가마터 앞뜰의 다 쓰러져가는 움막집에서 기거했어요. 화장실 갈 때가 제일 무서웠어요. 손전등 들고 가야 되는데, 밑이 훤히 다 보이는 푸세식이었어요. 문도 안 닫혀서 문고리를 잡고 일을 봤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청자 작업은 해야겠으니 어쩌겠어요. 그때가 지우개드로잉 작업한 바로 다음이었는데, 연필을 하나도 사용 안 하고 지우개 가루를 모아서 종이에 하나하나 풀로 붙이면서 명암을 만들어나간 거였어요. 저의 모든 기술적인 것이 다 들어간 작품인데, 저는 작가가 힘들게 작업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에너지를 넣어야 관객들과 소통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미 그때 어깨에 문제가 생겼던 거예요. 그러다가 청자 작업에 너무 몰두하면서 어깨가 완전히 고장 난 거지요. 지금 치료 안 하면 평생 팔을 못 쓸 수도 있다고 하는데, 겁은 덜컥 나고 돈은 없고…. 일생일대 최대의 용기를 내서 지압센터를 찾아갔어요, 청자 비너스를 안고. 사정이 딱해 보였는지 거기 여자 원장님이 꼭 받아야 될 치료니까 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데비한 20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