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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74834272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0-05-1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역자의 말
1 소설 속에 나타난 생존자
살아남기 위한 투쟁 |《페스트》|《누명 쓴 사람》|《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연옥》|《암병동》
2 증인이 되기 위하여
살아남아 말해야 한다 | 죽은 자와의 약속 | 힘의 논리를 고발한다
3 배설물의 공격
배설에서 야기되는 참상 | 배설물에 의한 고문 | 정신력을 말살하는 것이 목표 | 몸을 씻지 않는 사람부터 죽었다 | 배설물과의 접촉에서 받는 충격 | 악의 상징으로서의 오물
4 악몽과 현실
유일한 도피처 | 더 이상 살아 있고 싶지 않다 | 휴머니티의 신뢰에 대한 배신 | 비인간적인 솔직성에 대한 자각 | 걸어 다니는 시체들 | 수렁 속에서 의지를 되찾는 섬광 같은 힘
5 죽음 속의 삶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처방 | 협력과 저항 속의 생존 | 두 가지 용어-‘조직한다’와 ‘캐나다’ | 암시장 | 훌륭한 보직 | 삶의 연대의식 위에서 | 정보수집과 저항운동 | 죽음의 전략적 이용 | 약속도 보상도 필요 없는 도움 | 선물,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기쁨 | 빵의 법률, 생존을 위한 응징과 질서
6 우리와 그들
수용소에서의 행위에 대한 정신분석 | 영웅주의에 대한 오해 | 고통을 통한 인간의 재생 | 지옥에 대한 잠재의식 | 종말적 이미지의 극복
7 우리 시대의 예언자
철저한 빼앗김 | 추억과 희망을 버려라 | 성욕의 상실 | 생명의 선천적 잠재능력 | 바이오그램-생물학적 내면 구조 | 집단에의 경보 | 생명의 상향운동 | 문화와 죽음의 상관관계 | 아직은 절망할 때가 아니다
참고자료
리뷰
책속에서
어느 날, 줄을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내가 작가였다는 것을 알아보고 알은체를 했다. 그러자 내 뒤에 서 있던, 입술이 퍼렇게 얼은 여인이 한 번도 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을 텐데도, 우리 모두를 엄습한 동상을 억지로 떨쳐내면서 내 귀에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글로 쓸 수 있나요?” 나는 대답했다. “그럴 수 있고말고요”
그러자 원래는 어떤 얼굴이었는지 상상하기도 힘든 그 여자의 얼굴 위에 미소 비슷한 그 무엇이 스쳐지나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 저녁, 우리는 밀기울로 만든 수프를 마시고 있었다. 그날따라 나는 이 수프를 대단히 맛있게 먹었다. 왜냐하면 장염 때문에 매일 나오는 야채수프를 마실 수 없는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어떤 매춘부가 내게 다가오더니 자기 수프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미슈린, 이 수프는 너도 먹을 수 있는 것 같구나. 여기 내 몫까지 더 먹어”라면서 내 식기에 자기 수프를 전부 따라 주고 가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녀는 그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지냈다.
극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부과된 엄청난 요구 때문에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그들의 투쟁은 더욱 인간다워지는 과정이 된다. 물론 여기서 ‘인간다워진다’는 말은 세련됨이나 번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악에 관한 기본 인식과 다른 모든 사물의 기반이 되는 인식에 충실하려는 의지를 의미한다. … 다른 유형의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자들도 바로 사선 위에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선을 넘어가지 않고 ‘머문다’는 것이 구별되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의 특이한 자유가 정말 현실화되는 것은 바로 그곳, 즉 존재와 사멸이 팽팽히 맞선 지점에서이다. … 이처럼 항상 죽음과 접하고 있으므로 생존자들은 죽음을 어느 정도 가볍게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들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지만, 살아 있는 한 결코 두려움을 느끼는 일은 없다. 그리고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생존자들은 우리보다 더욱 절실하게 살에 뿌리박게 된다. 그들의 살아남으려는 의지는 삶 자체로 추진되는 것이며, 강하게 튕겨 오르는 용수철처럼 완강한 힘을 가진다. … 생존자는 살아 있는 한 최악의 상태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