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75276132
· 쪽수 : 310쪽
· 출판일 : 2009-09-10
책 소개
목차
쥐탑의 전설
잠시 오고 간 편지들
레오니의 일기
재판
검은 새들
역자후기_ 서늘한 공포와 반전이 돋보이는 심리 추리소설
리뷰
책속에서
“당신은 여러 해 동안 나한테 테러를 가했어.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고, 내 일생을 망쳤어. 모든 일이 그것 하나를 위한 거였잖아. 내가 당신과 잘 수 있었던 건 당신이 나하고 자는 걸 좋아해서가 아니라 단지 아이를 가지려고 했기 때문이야. 나는 당신의 씨가축, 수컷 씨소였어.”
(……)
“나는 내 배에서 나온 아이를 갖고 싶어.”
나는 말했다. “아, 그래? 니체가 한 말이 맞군그래. ‘네가 사랑하는 것은 네가 갈망하는 바가 아니라 네 갈망이다.’”
“또 그 케케묵은 철학자 얘기야? 그 사람이야말로 나중에 미쳤지.”
나는 무슨 말로 그녀의 입을 완전히 막아버릴까 궁리했다. 그녀가 맞받아치지 못할 것, 그녀를 완전히 짓밟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찾았다. 나를 구원해줄 말을 찾다가 나는,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 그러듯 잘못된 확신 때문에 그녀를 매우 부당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물러설 수가 없었다. 푸른빛을 받으며 문턱에 서 있는 그녀를 말 못하게 하고, 무너뜨리고, 이겨야 했다.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가장 심하게 상처를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내뱉고 말았다. “나는 당신을 진짜 임신중절한 여자하고 바꿀 생각이었지.”(……)
나는 내가 한 말을 바로 후회하며 생각했다. ‘당신은 대체 왜 그렇게 착한 거지. 왜 날 욕하지 않고 그냥 서 있는 거야. 당신이 그렇게 착하면 나는 당신을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이런 생각도 했다. ‘결혼생활에서 끔찍한 점은 바로 나 자신이 지겹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번 일에서 제 아내를 뺄 수는 없겠습니까?”
“무슨 일 말입니까?”
“제니한테 일어난 일 말입니다.”
“포르타윈 양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요? 당신이 그 질문에 답만 해준다면 당신 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저희 또한 당신을 이 사건에서 제외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이 일에서 부인을 제외하려는 겁니까? 의심쩍어 보이는군요. 혹시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제 아내는 질투가 심합니다.” 내가 말했다.(……)
“카위퍼 씨,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건 당신이에요. 젊은 남자 둘과 한 여자가 증언한 건데, 파르두자 입구에 당신과 포르타윈 양이 서 있는 걸 봤다더군요. 더 중요한 건 그들이 들었다는 말입니다. 그녀와 다퉜다는데, 사실입니까?”
“모르겠어요. 취해서…….”
“그렇게 모르는 척하는 게 현명한 처사일까요? 기억나지 않을 리가 없을 텐데…….”
(……)
“당신은 헤어질 때 포르타윈 양과 다퉜어요. 게다가 말로만 다툰 게 아니었어.”
그는 책상 주위를 돌아서 나에게 다가왔다. 허리를 굽히고 속삭였다(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그 여자를 때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