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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5279539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0-09-03
책 소개
목차
피고인의 손
시체로 남은 아래층 스토커와 위층 여자
용의자 부재 혹은 용의자 과잉
CCTV의 증언
엉뚱한 방정식 해법
베란다의 침입자
어둠 속의 거래
이중의 트릭
은밀한 아르바이트
비밀번호
새벽 2시의 알리바이
엘라가발루스의 마담
종막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방청객들은 사람을 둘이나 죽였다는 살인광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나 보려고 다투어 목을 내밀었다. 조판걸은 쏟아지는 시선을 외면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방청석 맨 뒷자리에 앉은 유현 역시 목을 쭉 빼보았지만, 법정에 들어오는 조판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사건을 수사한 형사, 더구나 강력팀장이 법정에까지 들어와 자신이 심판대로 보낸 피고인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는 일이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서초경찰서 강력팀장 이유현은 이번 사건에 임하는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서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오늘 그냥 자백해주면 좋을 텐데.’
사건을 거저먹고 싶은 헛된 욕심도 든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너무 성급하게 사건을 종결하고 기소한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유현은 경찰대를 졸업하자마자 제 발로 지방경찰서 강력팀을 찾은 ‘경찰대의 희귀종’이었다. 말단 형사로 출발하여 현재의 팀장이 될 때까지 수년간 현장에서만 경험을 쌓아왔다. 경찰대 출신이라면 곧장 지구대 소장으로 임명을 받거나 관리부서에서 펜대를 굴리며 일선의 경찰관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온 사건기록을 뒤적이며 커리어를 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현은 치열한 사건 한가운데에 있고 싶었다. 페이퍼 작업을 할 것 같았으면 다른 직업을 택했을 것이었다. 계급은 자신보다 낮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온 노련한 형사들에게 감탄하며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팀장이 되었고, 그마저 한 달 뒤면 햇수로 벌써 2년을 채우게 된다.
이런 조작을 보통의 변호사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유현은 확신했다.
어둠 속에서 히죽거리며 웃고 있을 어떤 인물.
유현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긴 계단을 내려오며 휴대폰을 꾹꾹 눌렀다. 딸깍. 신호가 떨어졌다. 유현은 다짜고짜 소리를 버럭 질렀다.
“형님! 이러실 겁니까!”
킬킬킬.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건너왔다.
“자네가 전화할 줄 알았어.”
그 웃음소리의 주인은, 소위 ‘어둠의 변호사’라 불리는 고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