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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88976682369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차 례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출간에 부쳐 5
책을 펴내며 9
1 소나무 아래 산중호걸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15
- 옛 그림의 표구 51
2 화폭에 가득 번진 봄빛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61
- 문인화, 옛 선비 그림의 아정雅正한 세계 93
3 겨레를 기린 영원의 노래
정선의 <금강전도> 103
4 딸에게 준 유배객의 마음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149
5 뿌리뽑힌 조국의 비애 민영익의 <노근묵란도> 177
- 조선과 이조 203
6 한 선비의 단아한 삶 <이채 초상> 211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겨레의 상징, 호랑이
조선 범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의 하나다. 그 조선 범을 그린 천하명품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도1를 볼 적마다 나는 두 글귀를 떠올린다. 하나는 『논어論語』의 ‘위이불맹威而不猛’ 즉“위엄 있으되 사납지 않다”는 말이다. 그림 속 범의 위용과 걸맞은 이 “위이불맹”이란 말은 본래 바른 정치를 하기 위해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자질 가운데 하나다. 또 하나는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호질」에 나오는, 범이 썩어빠진 가짜 선비를 꾸짖으면서 “나의 본성이 너희 인간들의 본성보다 오히려 더 어질지 아니하냐!”고 호통을 치는 장면이다. 박지원은 김홍도보다 여덟 살 위의 문인으로 자기 시대를 반성하고 새 시대의 전망을 앞장서 제시했던 큰선비다. 아래 일화는 『예기禮記』에 나오는 것인데 역시 호랑이를 이끌어 정치를 말하고 있다.
공자가 태산 곁을 지나는데 어떤 부인이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
었다. 공자는 수레의 횡목橫木을 잡고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 다음,
제자를 시켜 연유를 물었다. “부인이 곡하시는 모양이 분명 큰 슬픔
이 겹친 듯합니다.”
부인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옛날 저의 시아버님께서 범에게 물
려 돌아가셨습니다. 또 제 남편도 범에게 물려 세상을 떴습니다. 그
런데 이제 제 아들마저 범에게 물려 죽었답니다.”
공자가 말했다. “어째서 다른 곳으로 가지 않으십니까?” 부인이 답
하였다. “여기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돌아보며 말했다. “제자들아, 명심하거라. ‘가혹한 정치는
범보다 더 사나우니라!(苛政猛於虎)’ ”
후대의 한 학자가 글 말미에 주석을 달았다. “범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덫이나 함정으로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 사람을 해치는 것은 제어할 수단이 없다. 범은 높은 집과 굳게 닫은 문으로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 사람을 해칠 때는 도망할 곳이 없다. 그러기에 태산 기슭의 저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는 그곳을 차마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양웅(BC 53~AD 18)*이란 사람은 또 가렴주구苛斂誅求하는 벼슬아치를 빗대어 이렇게 탄식하였다. “범이로구나, 범이로다. 진정 뿔이 나고 날개가 돋친 범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