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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사회/역사/철학 > 신화/종교
· ISBN : 9788977152823
· 쪽수 : 60쪽
· 출판일 : 2012-11-15
책 소개
책속에서
첫째, 왜 명화는 어둡고 칙칙하고 흐릿한가요?
아주 드문 경우, 특별히 보존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밝고 화사한 명화도 있지요.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명화들은 르네
상스 시대의 그림을 중심으로 하여 2000년을 넘은 벽화부터 대개는 400~500년 이상 된 그림이며 가장 최근의 것이
150년 정도 된 그림입니다. 이처럼 이 책의 명화들은 오랜 세월을 거쳐 살아남은 것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햇빛에 바
라고 먼지가 쌓여 색이 퇴색하거나 꺼먹꺼먹해진 그림들입니다. 일반적으로 명화는 예쁜 그림이 아닙니다. 명화의 아
름다움은 예쁨을 거부하거나 그것을 넘어서지요. 왜냐고요? 아름다움은 예쁜 것 이상의 삶의 진실과 미학적 깊이를
드러내기 때문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색의 충격과 조형적 파괴를 통한 삶과 사물의 재발견입니다. 사실 익숙한 것이
편안하고 예쁘지요. 장식적인 그림들의 특징은 바로 이 익숙함과 편안함과 예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예술의
값싼 하위 장르를 형성하지요. 어쨌거나 명화는 숱한 논쟁과 세월의 부침 속에서 명화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명화의 어
두움은 바로 그 살아남은 흔적의 위엄이지요. 철학자 사트르르는‘대지 위에 흔적을 남긴다’라는 말로 문화의 가치를
표현했습니다. 또 불세출의 역사학자인 아날학파의 조르주 뒤비는‘모든 역사는 땅에 흔적으로 기록된다’라고 했어요.
명화의 어두움은 어느 한 두 사람의 호오나 기호를 넘어서 인류의 문화가 시간 속에서 허락한 흔적의 아름다움입니다.
둘째, 왜 신화 속 인물들은 그렇게 벌거벗고 나오나요?
서양의 정신은 그리스 로마의 헬레니즘 문명과 유대 기독교의 헤브라이즘 신앙이 함께 형성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신
화 속 인물들이 벌거벗고 나오는 이유의 배경입니다. 서양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가 인정하는 명화를 색과 조형으로 만
들어내기 시작한 것은 중세부터 입니다. 중세의 그림은 기독교 신앙을 회화의 형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수태고지」나
「피에타」등에서 보듯 금욕적이고 정신적입니다. 당연히 섹시하지 않지요. 바로 이런 중세의 금욕적, 정신적 신앙의 표
현에 반(反)하여 인간의 세속적 욕망을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그림이 그리스 신화를 매개로 한 르네상스의
그림입니다. 신들은 여자나 남자나 근육질의 멋진 몸매를 한껏 과시하고 있지요. 이때 육체는 모든 세속적 욕망의 커다
란 긍정입니다. 예를 들어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고 있던 많은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그림은 돈과 권력으로
상징되는 힘과 육체의 아름다움으로 과시되는 욕망을 찬미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속적 욕망은 잘 먹고, 잘 놀고, 많은 것
을 소유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숱한 일들을 벌이며 그것을 즐기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림의 요소들이 잡다한 것이
지요. 이 잡다한 것들의 중심에 신들의 벌거벗은 아름다운 육체가 놓여 있는 것입니다. 신들은 물론 인간과 자연의 거대
한 절대화지요. 신들을 나타내는 표현의 형식은 예술가들이 관찰하고 체험한 인간과 자연의 모습을 통해서 입니다. 노
자는‘천지불인(天地겘仁)’이라 하여 인(仁), 즉 도덕을 넘어선 자연과 인간을 생각했습니다. 신화 그림 또한 도덕을 넘어
인간의 정념과 색채의 힘과 조형의 에너지를 담았습니다. 당연히 벌거벗고 나와야지요. 신화 속에서 가끔 옷을 입고 나
오는 사람들은 신이 아닌 인간일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고요? 신과 자연은 위대하지만, 인간은 작고 평범하고, 도덕에
갇혀 사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