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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9195910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6-02-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 7
말벌 _ 11
역자 후기 _ 231
리뷰
책속에서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여기에……. 더구나 이런 계절에…….
레이스 커튼과 유리창 사이에 불쾌한 날갯소리를 내는 곤충이 있었다. 몸길이는 2, 3센티미터쯤 될까. 노란색과 검은색의 경계색은 틀림없이 말벌이다.
“아무쪼록 다시는 쏘이지 않게 조심하세요……. 처치가 늦으면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의사의 경고를 떠올리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나도 모르게 도망치려다 가까스로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서 눈을 뗐다가 말벌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면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진다. 어떻게 해서든 이 자리에서 처리해야 한다. 더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것은 하늘이 주신 좋은 기회가 아닌가. 말벌이 여기 있는 동안 레이스 커튼으로 누르면 간단하게 잡을 수 있으니까. 아니, 잠깐만. 그렇다고 맨손으로 죽일 수는 없다. 잘못하다 침에 쏘이면 큰일이 아닌가. 무슨 일이 있어도 쏘여서는 안 된다. 이럴 때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슬리퍼는 어디로 갔을까? 잠들기 전에 분명히 신고 있었던 것 같은데.
“실례지만 안자이 선생님이시죠? 《사신의 노크》를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밤새워 하루 만에 다 읽었습니다.”
3, 4년쯤 됐을까? 대형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신인 문학상 시상식 파티였다. 파티장은 수많은 사람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편집자나 작가뿐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도 여기저기 섞여 있었다. 그 무렵엔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무작정 참석하는 무법자가 많았다. 출판 관계자라는 명함만 내밀면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파티 무법자들이 당당하게 먹고 마시면서 작가들과 담소를 나누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자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긴 머리칼은 기름기가 없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은 적당히 햇볕에 그을었다. 하얀 티셔츠 위에 플란넬 재킷을 걸치고 청바지를 입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박한 차림도 주도면밀하게 계산한 것이었다. 꾸밈없는 순수한 젊은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쁘긴 하지만 《사신의 노크》는 평판도, 판매율도 최악에 가깝습니다.”
때마침 안자이 도모야는 어두운 작풍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던 시기로, 《사신의 노크》도 일부에서 혹평을 했다. 유메코의 작품이 TV의 모 프로그램에서 거론한 것을 계기로 그림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래요? 이거 의외인데요. 아, 죄송합니다. 저는 미사와 마사히로라고 합니다. 신세기 대학교에서 곤충의 광주성光周性과 계절 적응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지요.”
미사와는 그렇게 말하면서 명함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