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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9199277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09-07-1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유카리 씨는 젊은 데다 심리학에도 밝고, 왠지 대단한 사람 같아요. 뭔가 그런 쪽에 관련된 일이라도 하고 있어요?”
갑자기 화제가 자신에게 쏠리자 유카리는 움찔했다.
“유카리 씨가 대단하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예요. 금요일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한테 들은 얘기인데, 처음에는 조금 까다로운 심리학 용어를 알고 있는 것뿐이겠지 했대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천재적이라고.”
“그건……. 어쩌다 우연히 그런 거예요.”
난처하게 되었구나, 하고 유카리는 생각했다. 소문이 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그런 건……. 아니야.”
유카리의 부정은 스스로 생각해도 난처할 만큼 힘이 없었다. 그 순간, 치히로의 내면에서 한꺼번에 여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목소리였다.
'뭔가 알고 있다! 조심해!'
'그러니까, 말했잖아. 그 여자에게 마음을 놓으면 절대 안 된다고!'
'그 말 많은 아줌마한테 무슨 말인가 듣고 왔을지도 몰라.'
'스파이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는 절대 하면 안 돼! 도코, 네가 말하지 말고 상대가 말하게 해.'
유카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몇 개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일까, 셀 수조차 없었다.
“다중인격자의 모순이겠지요. 아무리 마음을 세분화시켜도 누군가는 반드시 가장 슬프고 괴로운 부분을 떠맡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데서도 이 사회와 마찬가지로 역학 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거겠죠. 결국 어디에서나 가장 약한 존재가 가장 괴로운 건가 봐요.”
애초에 치히로 내면의 인격들이 ISOLA라는 글자를 ‘우게쓰 모노가타리’에 나오는 이소라라고 믿어버린 것이 모든 오해의 발단이었다. 오해를 바탕으로 이름이 붙여지고, 이소라라는 인격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히로코도 유카리 자신도 지금까지 그 이름의 유래에는 의문을 품어본 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