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0409471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4
제1부 쇠별꽃
숲 16
길 18
탱자나무 가시는 탱자를 찌르지 않는다 20
나무에게서 22
쇠별꽃 23
담쟁이덩굴의 사랑 24
흐르다 멈춰 서서 26
붉은 노을 27
곶감에게서 28
저 논의 벼들처럼…… 30
장독대 판소리 32
곰배령의 들꽃 34
제2부 구멍 난 양철통
라면을 먹으며 38
홍주(紅酒)를 마시며 40
겨울애상 42
물푸레나무 44
구멍 난 양철통 45
손톱의 눈물 47
고장 난 수도꼭지 49
도리깨질 51
아버지의 늙은 신발 54
강아지풀과 망초꽃 56
저절로 오지 않는 봄 58
무지개 60
제3부 아버지의 빈 지게
물들이기 62
어머니의 자전 소리 64
가을에 67
가시 68
아버지의 빈 지게 70
씨감자에게서 71
백설 편지 73
연잎의 말씀 74
갯벌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76
아버지의 육성 80
지독한 근시 82
화살의 힘 84
제4부 물빛 사람을 꿈꾸며
서로 뜨겁게 부여잡은 두 손처럼 86
차마고도 88
물빛 사람을 꿈꾸며 90
연화심차(蓮花心茶) 92
선유도에는 신선이 산다? 94
우산 접기 98
꽃꽂이 101
주상절리 103
장미꽃 105
도둑고양이에게서 107
가을 전어 110
얼어붙은 눈물, 진주… 112
제5부 약한 것들은 모여 산다
새날, 새 아침 116
오이도행 열차 118
이상한 이웃집 사람들 120
파잔 이후 122
안킬로사우르스 125
군무 126
광해군 묘 앞에서 128
약한 것들은 모여 산다 130
일어서 나왔습니다 131
비도 밟히면 눈물을 보인다 133
손톱 밑의 가시 135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137
거꾸로 도는 시계 139
제6부 눈칫밥
사슴의 뿔 142
분재를 보며 144
눈칫밥 146
수능 매미의 목울음 148
대장간에서 150
죽은 꽃나무 152
메아리를 잃어버린 아이들 154
폐교 156
물빛 선생님 160
3월, 봄꽃 같은 아이들 162
제7부 보이지 않는 기둥
단풍잎 속의 그리스도 164
목욕탕, 물 그늘 아래 166
요셉과 마리아의 기도 168
바로 나 170
단풍보혈 171
나그넷길 172
가나안 여인에게서 173
연단 175
보이지 않는 기둥 177
사르밧 과부에게서 179
모기가 부르는 월광 소나타 180
해설 183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 맛보기
쇠별꽃
꽃이 지는 소리를 들으려 내려왔다가
그만 꽃이 되어 버린 앉은뱅이꽃,
너의 얼굴을 보려면 일단은 앉아야 한다.
너의 눈빛과 입맞춤하려면
키를 한 자는 더 낮추어야 한다.
너의 마음과 영혼까지 읽으려면
눈, 코, 입,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감히 인간을 머리 숙이게 하는,
끝내 쭈그려 앉히고야 마는
너는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큰 꽃!
?
*07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최 시 공모전 최우수작(환경부장관상 수상)
구멍 난 양철통
구멍 난 양철통이 길을 간다.
물지게에 매달려 뒤뚱뒤뚱……
울퉁불퉁 찌그러지고 못생긴 얼굴에
구멍까지 숭숭 뚫린……
얼레리 꼴레리 구멍 났대요~
길가 초목들의 칼빛 손가락질에
털썩 주저앉고 싶지만
그럼에도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 걸어간다.
알고 보면, 우리네 삶도
얼기설기 구멍 난 양철통
이런저런 틈으로
흘리는 것도 많고 잃어버리는 것도 많고……
그러나 구멍 난 틈새로 흘러나온 물오줌이
길가 풀들을 살찌우고 꽃피우는 것처럼
실수와 허물투성이인
우리네 구멍 난 삶이
다른 이에게 웃음꽃을 선사하기도 하지.
부족하고 모자라서
오히려 훈훈한 양철통처럼……
아버지의 빈 지게
내가 태어난 시골집 외양간 옆
아버지의 빈 지게가 우두커니 앉아 있다.
금방이라도 아버지 등에 업혀
불끈 일어설 것 같은 지게……
나는 한 번도 아버지 등에 업혀 보지 못했는데
너는 평생을 아버지 등에 업혀서 살았구나.
아버지는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한 것일까?
너의 어디가 좋아 그렇게 노상 업고 다녔을까?
나도 아버지처럼 너를 업어 본다.
그러나 네 무게에 짓눌려 일어날 수가 없구나.
아버지의 땀방울을 하늘 가득 짊어진 너
너는 결코 빈 지게가 아니었구나.
*0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어머니의 자전 소리
내게는 아들 녀석 둘이 있다.
작은 놈은 큰 녀석의 헌 옷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 입는다.
삐죽, 입술 한 번 내밀지 않고
그림자가 빛나서 더욱 예쁜
작은 놈을 가슴속에 넣고 있으려니
자꾸만 어머니 밖으로만 공전했던
철부지적 옛날이 죽순처럼 해오름하여
가슴이 아리다
단풍처럼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다섯 터울 형의 옷을 눈사람처럼 입혀 놓으면
저만치 내달아 가을 나무처럼 홀랑 벗어 던지고
떨어져 누운 낙엽을 나는 다시 주워 입었다.
술래잡기 끝에 어머니 손안에 갇힌 나
얼굴이 홍시가 되도록 울었고
어머니도 떨어지는 감이파리처럼 몹시 흔들거렸다.
눈물이 소리쳐 가는 냇가로 달려가
물 밖으로 고개 드는 어머니 향해 돌팔매질---
뺑덕어미, 팥쥐엄마……
물고기 대신 놀란 잎새들이
우수수 어머니 얼굴을 덮어 버렸다.
그때 고사리 손으로 던졌을 내 돌들을
어머니는 지금껏 담고 계시는지
가을 밖으로 울먹울먹 떠나는 기차처럼
“둘째도 꼭 입성 사 입혀라잉!”
어린 그날 산비둘기처럼 울다 지쳐
육남매 틈바구니에 젓가락처럼 누웠는데
바지 사이로 향기로운 보름달이 파고들어
살짝 눈을 열고 보니
어머니가 뜨거운 별빛을 쏟아 놓고 계셨다.
나는 그 밤에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 가슴속에서 울려 나오는
지구의 자전하는 소리를……
사슴의 뿔
모처럼 학교에 갔더니
여기저기 사슴들로 꽃밭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학생들 머리에 크고 작은 뿔들이 나 있다.
전교 1, 2등을 다툰다는
철수의 머리에도, 영희의 머리에도
사슴처럼 멋들어진 뿔이 돋아나 있었다.
친구 하나를 제칠 때마다,
우정을 잔인하게 짓밟을 때마다
더 우람하고 더 훌륭한 월계관이 자리매김하나 보다.
경쟁에서 이긴 승리자일수록
더욱 빛나는 면류관 모양의 뿔……
공부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는
가분수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가장 크고 멋진 왕관뿔을 가진 사슴이
그러나 그 훌륭한 뿔 때문에
천적에게 가장 먼저 잡힐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자랑스러운 그 뿔이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남의 영혼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