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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0695065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4-07-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시와 사유 · 하나 9
제1부 바다와 시니피앙
바다와 시니피앙 13 / 장미와 수평선 14 / 시뮬라크르 15 / 수귀水鬼 16 / 섬과 수화 17 / 노을 irony 18 / 하우필夏雨筆 19
시와 사유 · 두울 21
제2부 세월처歲月處
세월처歲月處 25 / 격발 26 / 비괘否卦 27 / 탁설鐸舌 28 / 월아천月牙川 29 / 고래와 시詩 30 / 지심도 31
시와 사유 · 세엣 33
제3부 꼽추 누이
꼽추 누이 37 / 흐렁 흐렁 흐렁 38 / 범종 39 / 집어등集魚燈 40 / 날치 42 / 작부酌婦 43
시와 사유 · 네엣 45
제4부 찐빵과 미역
찐빵과 미역 49 / 흉중 50 / 축산항 오징어 이야기 54 / 고래불해수욕장 56 / 대진항 해녀 58 / 창포항 문어잡이 60
시와 사유 · 다섯 63
제5부 동백꽃 모가지
동백꽃 모가지 67 / 한라산 68 / 다랑쉬오름 70 / 비진도 71 / 울릉도 72 / 보리암 74
자전 해설
『관해觀海』 독법 77
저자소개
책속에서
숨을 깊이 들이쉬고, 그는 계속해서 물속으로 들어간다.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아래로 아래로 헤엄쳐 내려간다. 물은 물의 은유다. 바다는 문門이 없고, 있다. 바다의 깊이는 질문이다. 오, 지우는 방식으로 채우는 바다여! 바다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바다는 생각을 생각하지 않는다. 바다는 노을을 버리고 주체가 된다. 바다는 바다일 때만 나비가 된다.
--- 「바다와 시니피앙」 전문
막걸리에 소다를 넣은 밀가루 반죽이 부풀어 오를 때쯤, 보름달은 바닷물 위에 떠 출렁거렸네. 낮엔 생선을 팔고 밤이 오면 홀어머니는, 찐빵을 쪄 팔았네. 팥은 푹 삶아 으깨어 앙금을 만들고, 반죽은 정성과 사카린을 섞어 따뜻한 아랫목에 덮어두었네. 희한하게도 면 보자기 너머로 볼록볼록 반죽 터지는 소리가 나면, 온 동네 처녀들이 암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우리 집 부엌으로 숨어들었네.
꾸덕꾸덕 해풍에 잘 마른 긴 미역 오리를 손에 들고 와, 갓 쪄낸 노르스름한 김 오른 찐빵과 바꿔 먹었네.
참 이상도 하지. 어디에서 분 냄새를 맡고, 한밤중만 되면 오징어 피데기를 들고 총각 놈들이, 수고양이처럼 우글우글 모였네. 밤새워 낄낄 깔깔 눈을 맞추곤, 어느새 캄캄한 배 밑창이나 어둑한 갯바위 새로, 하나둘씩 사라졌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어머닌 강구장이나 영덕장에 나가 그걸 팔아서, 내 등록금이랑 식구들 먹을 양식을 짱배기에 이고 왔네.
--- 「찐빵과 미역」 전문
내 심장 번쩍 칼빛 번개가 내리쳐요
저 바다 폭풍을 건너
무작정 그녀가 밀려 들어왔으니까요
왜 이리 마음이 아플까요
처음부터 그녀 심장에 내가 없었으니까요
그 남자의 눈빛 속에 내 여자의 사랑이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니까요
아, 내 심장 쿵쿵 천둥이 쳐요
그녀의 눈에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내 흐르는 눈물이 다 말해주었으니까요
--- 「비괘否卦」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