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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83927194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18-10-26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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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처음 방으로 걸어들어 왔을 때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여섯 개들이 맥주 세트와 냉장고에 들어 있는 우유 한 팩을 봤고 TV 옆에 놓여 있는 DVD 몇 개의 제목을 머릿속에 입력했으며 쓰레기통에 꼭 맞게 끼워놓은 봉투를 보았다. 그 이미지들에게 받은 인상은, 내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올랐지만 의식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던 그 단어는 ‘여자’였다. 나는 89호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제대로 추측했다.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빼고는 말이다. 이 방에 머물던 사람은 젊은 남자가 아니었다. 엘리너와 섹스를 하고 그 여자의 목을 그어버린 건 벌거벗은 남자가 아니다. 여자의 얼굴을 황산에 담가 뭉개버리고 방 전체를 소독용 스프레이로 축축이 적셔둔 것도 영악한 수컷이 아니었다.
범인은 여자였다.
처음 지나갈 때는 나도 그 하얀 택시를 별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스파이로서의 기술 중 어느 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복잡한 교통상황을 기록한 모양이었다. 두 번째로 택시가 지나갔을 때 나는 얼마 전에도 같은 택시가 내 앞을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심박수가 가파르게 솟았지만 나는 겉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받았던 훈련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였다. 나는 가능한 한 일상적인 방식으로 그냥 내 눈이 택시를 따르도록 내버려두었다. 헤드라이트와 다른 차량들 때문에 뒷자리에 탄 사람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욕이 나왔다. 하기야 누구든 간에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나를 죽이러 온 사람들의 정체를 아는 것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는 하이힐을 신은 50대 여자와, 그 여자보다 스무 살은 어려 보이는 그 여자의 남자친구 뒤로 바짝 붙어 섰다. 그 사람들이 지붕에 있는 저격수로부터 나를 완전히 가려주지는 못하겠지만 저격을 좀 더 어렵게 만들어줄 것만은 분명했다. 그들을 가림막으로 삼아 나는 서서히 우리 집 건물까지의 거리를 줄여나갔다. 80미터, 40미터, 20…….
케이크 전문점을 지나는데 뉴욕 메츠 모자를 쓴 남자가 등 뒤에서 말했다. “그냥 문을 여는 게 훨씬 쉽지 않았겠습니까, 캠벨 씨?”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온갖 공포감이 한때는 내 위장이었던 텅 빈 구멍 속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