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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83927200
· 쪽수 : 630쪽
· 출판일 : 2018-10-26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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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언제 가면 됩니까?” 내가 물었다.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불평을 하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어두운 징조를 보든 말든 간에 인생에게는 우리를 구석으로 몰아넣는 재주가 있으니까. 인간이란 운명에 맞서 일어서거나 그냥 주저앉을 수 있을 뿐이다.
“내일 아침이네.” 위스퍼러가 말했다. “자네는 위장을 하고 침투할 걸세. 자네가 누군지, 자네의 임무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우리 셋뿐이야.”
“이름이 하나 필요할 텐데. 자네를 부를 이름말이네.” 대통령이 덧붙였다. “마음에 드는 게 있나?”
한 단어가 예상 밖에 입술로 튀어 오른 걸 보면 그때까지도 배와 바다의 환시가 머릿속에 생생했던 모양이다. “필그림입니다.”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저 자신을 제거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위스퍼러는 대답하지 않았다, 직접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에 가본 적 있나?” 위스퍼러는 알고 싶어 했다.
“아뇨,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행운아였군. 나는 카불에 몇 년간 파견됐네. 두 번 갔지. 영국 놈들이 우리보다 백 년쯤 전에 거길 갔는데 그때도 상황이 많이 다르지는 않았던 모양이야. 그 시절 영국인들이 부르던 노래가 하나 있네. 부상을 입어 아프가니스탄의 들판에 버려져 있는데/ 남아 있는 신체를 잘라버리려 여자들이 나온다면/ 소총이 있는 곳으로 몸을 굴려 그대 머리통을 날리고/ 군인다운 모습으로 신께 나아가라.”
위스퍼러는 자기가 한 말에 별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듯, 뭐랄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영국 병사들이 말했던 것처럼…… ‘소총이 있는 곳으로 몸을 굴리게.’ 고통을 겪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짓이야, 스캇. 질질 끌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
경찰은 무릎까지 오는 하이칼라 재킷을 입고, 쓰고 있는 스카프 끄트머리를 그 안에 집어넣은 차림이었다. 재킷 안에는 소매가 긴 블라우스를 입었으며 통 넓은 바지가 하이힐 윗부분에 스쳤다. 좋은 옷에 스타일도 좋았지만 두 손과 얼굴을 제외하면 살이 드러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것이 터키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서구와 서양의 가치에 대해 깊은 불신을 품은 나라.
“저는 레일라 쿠말리라고 합니다.” 여자가 말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지는 않았다. 이 여자가 나를 싫어한다는 것쯤은 형사가 아닌 사람도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자기 구역을 무단침범한 수사관이기 때문일지도 몰랐고, 내가 미국인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마 둘 다일 거라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터키에서는 투 스트라이크만 돼도 아웃인 모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