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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83927521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9-08-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난민들이 넘쳐나지만 대체적으로는 평온한, 아직 공식 적으로 전쟁 중이지는 않은 도시의 강의실에서 젊은 남자는 젊은 여자를 만났으나 아직 말을 걸지 않았다. 여러 날 동안. 그의 이름은 사이드, 여자의 이름은 나디아였다. …… 나락의 끝에서 흔들리는 이런 도시에서 젊은 사람들이 아직 강의를 들으러 간다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도시에서의 삶은 그렇게 돌아갔다. 평소처럼 한가하게 볼일을 보다가도 어느 순간 죽기도 하며, 그렇게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종말이 실제로 다가오기 전까지 그 과도기의 처음과 중간에 마침표가 찍히지는 않았다.
사이드와 나디아가 그다음 주, 함께 듣는 수업이 끝난 뒤에 구내식당에서 마침내 커피를 마셨을 때 사이드는 그녀의 거의 모든 것을 가리는 보수적인 검은 옷에 대해 물었다. “기도를 안 한다면서 그건 왜 입어요?” …… 나디아는 빙긋 웃고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커피 잔으로 얼굴 아래쪽을 가린 채 말했다. “남자들이 나한테 까불지 않게요.”
당시 그녀는 사이드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으므로 약속하기도 쉬웠으나, 동시에 어렵기도 했다. 약속을 한다는 것이 그녀가 노인을 버리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에게 형제와 사촌들이 있으니 그가 가서 그들과 살든지 그들을 오게 해서 그와 살게 하든지 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사이드와 나디아만큼 그를 보호할 수는 없었다. 그가 요구하는 약속을 함으로써 그녀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를 죽였으나, 본디 그런 것이 아니던가. 이주한다는 것은 본래 두고 온 이들을 살해하는 일이기에.